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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Nov 30. 2018

자기 계발은 카네기에서부터

데일 카네기,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 리뷰



서점 안에서 나도 모르게 흠칫 발을 멈추는 공간이 있다. 바로 '자기 계발 코너'다. 일단 책 제목이 눈길을 잡아 끈다. ‘비법’,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기술’ 등으로 끝나는 책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갈증을 해결해줄 것만 같다. 이런 자기 계발 서적의 흐름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궁금했다. 찾아보니 바로 데일 카네기에서부터라고 한다.


사실 많이 듣기만 했지 데일 카네기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 서적이 카네기의 복사 변형판이라고 하니 그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카네기의 책을 찾았다. 내가 고른 책은 1999년에 나온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는 책이었다. 이건 데일 카네기의 다양한 저서에 나온 내용을 발췌해 엮은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빌렸더니 책이 좀 낡았다.

책 표지에는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전 미국인을 다시 일으켜 세운 책’이라는 추천 글귀가 있다. 읽어보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임 편집장이었던 리처드 스텐걸의 평가에 따르면 ‘카네기와 루스벨트는 미국인에게 두려움이라는 단어만 존재할 뿐, 실제로 두려워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한다.


미국은 1923년부터 1929년까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주식은 꾸준히 올랐고 이 흐름에 편승하기 위한 투기도 꾸준히 줄을 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거품이 잔뜩 끼었던 것이다. 그 거품은 1929년 10월 24일 돌연 꺼진다. 1929년에서 1933년 사이에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381에서 41로 떨어질 정도였고, 10만 개의 기업이 파산했다고 한다. 기업 10만 개였으니 실업자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공황 시작단계일 때는 실업자 수가 300만 명이었으나, 1933년 3월에는 1300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는 당시 노동력의 1/4라고 한다. 오늘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미국을 천조국이라 부르지만 당시 미국인에게 미국은 헬미국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카네기의 이야기는 분명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나 책을 읽어보니 사례를 정말 풍부하게 들고 있고, 끝 말미에는 이 이야기에서 챙겨야 할 포인트를 요약해두니 귀에 쏙쏙 박힌다. 모든 이야기들이 ‘부정적 상태에 있던 개인이 어떤 마음을 바꾸고 나니 긍정적인 상태로 변했다!’라는 플롯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말이 나쁜 말들도 아니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게 몸에 더 좋은 에너지를 돌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공황 당시의 모습


스텐걸은 이를 두고 미국인의 페르소나 자체를 바꾼 책이라고 평했다. “결국 카네기가 마케팅한 상품은 새로운 스타일의 미국식 자본주의다. 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팔아야 하는 절박성이다. 인간 자신이야말로 최고의 상품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대공황은 분명 구조적인 문제로 일어났다. 투기에 투기가 이어지면서 만들어진 문제가 '뻥'하고 터져 개인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사람들은 구조에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파악하고 바꾸기는 힘들고,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찾았을 것이다. 구조적 문제로 생긴 고난이라면 '대체 내가 왜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하냐'라고 분노했어야 할 텐데, 당장의 일자리를 찾으려면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는 게 당장에는 더 이로웠던 것이다.


즉, 사람들은 분노보다 긍정의 가면(persona)을 쓰려했다. 어쩌면 오늘날 자기 계발 코너가 흥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 볼 수 있겠다. 현재의 삶이 고달프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직장을 구해야 하고, 인간관계를 계속 맺으며 살아가야 하다 보니,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리라.


데일 카네기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긍정적 마인드로 사는 건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자기 계발서에 가해지는 비판처럼 이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은 새겨야 하겠다. 이렇게 사는 삶이 생존을 위한 가면 쓰기가 아니라 정말 모두의 마음에서 우러나서 행동하는 사회라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도 IMF 위기를 겪는 중인 1999년에 나왔는데, 경제 불황 때 자기 계발서가 잘 팔리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다.



참고

강철구 교수. <1929년의 경제공황은 무엇인가?>. 프레시안. 2011.05.03.

강준만. <미국사산책 6 : 대공황과 뉴딜혁명>. 인물과사상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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