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리뷰
시. 올해 초 방송된 채널A <하트시그널 2>의 명장면 중 하나는 시와 관련이 있다.
출연자 중 김도균이 임현주가 선물해 준 시집의 시 하나를 통째로 외워버린 장면이었다. 그 시가 이병률 시인의 [사람이 온다]였고, 그 시가 실린 책은 <바다는 잘 있습니다>였다. 그렇게 내가 몰랐던 그 시인의 그 시집은 나에게 왔다.
사람. 시인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어렴풋이 생각하면 사람만큼 쉬운 단어가 있을까 싶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말은 <살다>에서 왔다고 한다. 살다. 그 단어는 참 어렵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즉, 시인은 생물학적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결. 시인이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귀 기울이는 사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서로에 관심 없는 사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 된 도리로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여행. 여행지에서 이 시집을 읽었다. 시인은 "어쩌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계속 시를 써왔다고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다.
혼자. "우리는 안 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합니다. 당신은 혼자를 핑계로 혼자만이 늘릴 수 있는 힘에 대해 모른 척합니다"라는 말은 내게 하는 말 같았다. 혼자기 때문에 할 수 없다가 아니라 혼자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것. "누구나 미래를 빌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갚을 수는 있을 것"이라는 말처럼 혼자로서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만의 질문에 해답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것. 그 말이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다.
혼자 여행을 하고, 시를 읽으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고, 서로 연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조금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면서 "선인장"에서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