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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화 Jan 09. 2021

빅 테크(Big-Tech) 기업의 금융사업 살펴보기

네이버 파이낸셜의 대출 상품

요약

1. 네이버파이낸셜이 심사하고 그 외 대출업무는 미래에셋캐피탈이 담당하는 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 출시

2. 해당 대출자산의 건전성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고, 대출 자체의 사업성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됨

3. 네이버의 커머스 생태계 구성 퍼즐 중 하나인 금융 영역에서 파트너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미래에셋캐피탈에 박수



들어가며

최근 금융산업에서 서비스 핀테크 분야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플랫폼 기업의 약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5 ~ 10년 전만 해도 개별 서비스 스타트업들이 지급결제, 대출, 보험, 등 소매금융업의 개별 영역들을 언번들링(Un-Bundling) 하며 핀테크 분야의 트렌드를 주도했으나, 재작년 정도를 기점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영역 확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눈을 조금 돌려 나라 밖을 보면 이러한 추세는 좀 더 일찍 나타났고 '알리바바', '아마존', '페이팔' 등 귀에 익숙한 기업은 물론,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플랫폼인 '그랩', 일본의 메신저 기업 '라인'과 같은 기업들 역시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활용하여 소매금융 영역으로 진출을 시도 중이다. 

(이렇듯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기업들을 최근 '빅 테크(Big-Tech)' 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국내 이야기를 좀 더 해 보면, 네이버는 커머스를 기반으로,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용자 접점을 통해 금융업으로의 확장을 시도 중인데 카카오는 은행, 증권 등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직접 서비스를 운영하는 반면 네이버는 아직까지는 철저히 중개 기능에 기반한 영역 확장을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경쟁사들과 달리 비교적 단기간 내에 대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는데 아직까지 대출은 전통적인 금융기관 이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많이 없다 보니 새로운 플레이어로써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듯하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관련기사]

‘최저 3.2% 금리’ 네이버 대출 시작, 금융권 초긴장 (조선일보, 2020.12.02)
네이버파이낸셜, 年3.2% 신용대출 내놔 (매일경제, 2020.12.01)
네이버파이낸셜, 대출 어려운 온라인 사업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출시 (플래텀, 2020.12.01)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

네이버 파이낸셜은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과 연관된 결제 분야를 담당하던 네이버페이 사업부를 분사하여 2018년 11월 설립되었다. 이때 미래에셋캐피탈이 증자에 참여하였고 전자금융거래법에 기반한 기존 사업(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 전자지급결제대행 등)과 더불어 새로운 금융 유관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들은 각종 기사나 'NAVER 파트너금융지원' 웹사이트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Beta' 메뉴와 '한도/금리 조회'에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이어지는 내용들은 대출 서비스와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 위주로 작성하고자 한다.


(1) 대출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취급하는가?

(2) 일반적인 대출상품과 무엇이 다른가?

(3)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심사는 효과적일까?

(4)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1) 대출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취급하는가?

한국에서 대출 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여신금융과 관련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은행업, 상호저축은행업, 상호금융업, 여신전문금융업(카드, 캐피탈, 리스 등), 대부업 등과 같은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야 여신 행위를 사업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여신금융 관련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직접 대출을 취급하는 건 불가능하고 파트너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페이지를 살펴보면 상품명이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임을 알 수 있다. 

출처: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페이지


(2) 일반적인 대출상품과 무엇이 다른가?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이 기존 2금융권 대출과 다른 점은 대출심사를 네이버가 한다는 점인데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심사 관련 업무를 네이버파이낸셜에 위탁하는 계약에 기반하여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금융기관의 업무 위수탁에 관한 규정에서 금융기관의 본질적 업무(이 경우 대출심사)에 대해서는 위수탁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슈는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운영 중인 지정대리인 또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해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게 된다면 미래에셋캐피탈을 대출 금융기관으로 하여 NICE평가정보, KCB와 같은 CB(Credit Bureau)사에 대출개설정보가 등록될 것으로 예상되고 만약 그렇다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보다 신용점수가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3)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심사는 효과적일까?

이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볼 만한 포인트이다. 본 대출상품은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담보평가 없이 신용평가만 이루어지고 대출대상이 되는 대다수의 사업자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업신용평가보다는 개인신용평가 관점과 정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네이버가 보유한 사업 관련 정보가 함께 활용된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더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이커머스,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자들이 스마트스토어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 실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기 어려우며 정보 수집의 안정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사업 관련 정보를 신용평가와 같은 업무에 메인 정보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용평가모형과 심사전략을  NICE평가정보가의 소매 담당 조직과 함께 개발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CB정보를 메인으로, 사업 관련 정보를 보조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스마트스토어 대출상품 안내 페이지


여담으로 최근 대안정보와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데이터의 커버리지, 수집 및 가공 측면을 생각해 보면 기존 신용평가를 대체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용평가는 보통 통계에 기반한 예측모형을 활용하는데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모형의 성능과 안정성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CB사가 아닌 곳이 정교한 모형을 개발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한 예측모형의 타겟변수가 되는 부실 여부데이터 생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보통 모형 개발에 사용하는 부실 여부 변수는 6개월 ~ 1년의 관측기간, 30일~90일의 연체기간이 활용된다.) 금융기관이 아니면 생성이 어려운 점 역시 모형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4)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아직 베타 서비스에 출시 초기인 대출 서비스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예측이지만 아래 기사와 몇 가지 가정에 기반해서 아주 대략적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수익규모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실적 관련 숫자 기사 (출처: 이투데이, 2021.01.05)

(기사 내용) 평균금리 5.5% / 평균 대출금액 25백만원 / 대상자 중 신청율 16% / 승인율 40%

(가정 1) 네이버파이낸셜은 이자수익이 아닌 중개 수수료 개념의 수익인식 (중개 수수료 1%)

(가정 2) 스마트스토어 셀러 수 40만 / 셀러 중 대출 가능 대상 비율 90% / 평균 만기 6개월

이 경우 1년간 취급 가능한 대출금액은 약 1조 1200억원 정도이고 수수료는 약 12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연간 매출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네이버에게 120억원은 그다지 큰 숫자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 뒷단으로 연결된 생태계로까지 금융 제공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 규모는 꽤 커질 수도 있다 생각한다.


사실 2017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전에는 온라인 셀러를 대상으로 PG사들이 대부업 자회사를 설립하고 대출사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전 회사에서도 PG사 중 한 곳과 해당 PG사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을 기획했던 적이 있었는데 상품성 여신으로 자리잡기에는 시장규모의 한계를 많이 느꼈었다. 하지만 모집 및 중개만 하고 자금조달과 각종 사후관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일 수도 있다.


미래에셋캐피탈 관점에서는 중개 수수료와 조달원가를 제외하고 약 3% 이내에서 신용원가가 책정되어야 본전은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인데 아무리 평가를 잘하더라도 중저신용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금리가 낮으면 부실채권 매각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본건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마치며


최근 1,2주간 다양한 언론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와 관련하여 기존 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담긴 기사를 많이 접하였지만 내용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대출 상품 자체는 긴장을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네이버가 커머스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사업자 관련 생태계 구성을 위한 기능의 하나로 대출을 포함한 금융서비스를 생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와 기존 금융기관은 공생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하지 않을 때부터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금융업 운영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앞으로도 그러한 행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기관과의 공생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파트너 금융사들이 이를 유지해야 할 동인이 충분해야 하는데 본 대출상품에서는 그런 점이 좀 약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론 리테일 자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평가가 어려운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검증되지 않은 신용평가에 기반한 대출심사 위탁 역시 새로운 시도로 매우 도전적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으로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그것을 헤치지 않는 수준에서 실패를 용인하겠다는 경영진과 주주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도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파이낸셜의 협업이 더 나은 금융상품의 출시와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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