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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Jan 22. 2021

ep.1 대학생활 5년을 함께한 너로부터 온 편지(1)

우리가 교환학생을 함께 준비하였던 때.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첫 이야기는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5년의 시간을 늘 함께한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로 시작합니다.





2018년 초여름.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에 멀 길을 달려 교환학생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2017년 함께 독일 교환학생을 가자고 다짐한 뒤 H와 나는 1년의 휴학을 결정했다. 사실 처음부터 같이 모든 것을 하자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우리는 휴학과 교환학생을 모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준비했던 과정의 끝에서 드디어 면접이었다. 어떤 질문을 받을지 몰라서, 외국어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경쟁률이 높은 학교를 지원해서 우리는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꼭 붙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로지 면접 준비에 몰두하느라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비슷한 시간대에 면접을 보게 되어 잠시 만난 H도 그랬을 텐데 너는 조심스럽게 긴장을 풀어줄 달콤한 간식과 작은 손편지를 건넸다.


'다영아 교환학생 면접 잘 보고 독일에서 같이 학교 다니자.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작은 편지지 안에 쓰인 짧은 글이었다. 

그렇지만 그 분량과 상관없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순간에 어쩌면 같은 학교를 지원한 경쟁자일 수 있는 나에게 보낸 커다란 응원의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해 비어있는 손과, 말문이 막혀 우물쭈물하는 입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면접이 끝난 뒤 다시 H를 만났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면서 내내 걱정을 품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매일 마음을 졸였다. H가 준 편지를 방에 붙여놓고 마치 부적처럼 그걸 보며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결과 발표 당일. 

이른 아침에 결과를 보기 전에 다시 깍지껴 손을 마주 잡고 H의 편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저희 둘 다 합격하게 해 주세요!" 결과는 합격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H도 지원한 같은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마치 이 편지의 기운 덕분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편지를 받은 뒤, 길게 쓴 글이 가득해야 더 의미 있는 편지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억지로 분량을 늘린 리포트보다 짧게 쓰여진 시가 더 와 닿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어떤 편지는 때때로 부적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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