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탈리아 여행 음식 이야기 _ 영국 편
누군가에게는 여행 최고의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가장 큰 고난이 되기도 하는 음식. 짧은 여행이지만 영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로 향하며 난 음식에 관한 각기 다른 기대감을 품었다. 그 하나는 대체 얼마나 맛이 없을까(?)였고, 다른 하나는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각기 어떤 나라에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최근 브런치에 적은 글을 복사하여 블로그에도(blog.naver.com/hugografie) 적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마신 커피 이야기를 적은 '커필로그'에, 커피 외의 음식 이야기는 없냐는 댓글이 달렸다. 이제 곧 일 년을 향해가는 지난 여행을 아직까지 이야기한다는 것이 심히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댓글을 핑계 삼아 잊혀가던 기억을 붙잡는다. 시간이 흘러 조금은 흐릿해졌지만, 구석에 밀려났던 사진들을 뒤적여 시간을 거꾸로 따라가 보았다.
영국에서는 모든 식사를 혼자 해결했고, 첫 식사 동행은 이탈리아에서 구하게 되었다. 그때 동행들과 밥을 먹으며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은, 일행들 대부분 열 살 가까이 어린 이십 대 친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하루 한 끼는 꼭 한식을 먹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인 민박을 선택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여행을 온 뒤 한식 한번을 먹지 않고도 아무 문제 없이 지냈다는 사실을. 심지어 한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조차 잊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식을 싫어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저 현지의 음식을 한 끼라도 더 경험하고 싶었을 뿐. 과연 나는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한식도 없이 무엇을 먹었을까?
에미레이트항공의 기내식. 한식을 찾지 않았다는 앞의 문장이 우습게 시작부터 한식이다.
야간 비행인 탓에 한국시간 새벽 두 시에 먹는, 아마도 오징어 볶음이었던 메뉴. 좌석이 비행기 뒤편이었던 탓에 남은 메뉴가 저것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는 비행기 환승 전 조식(?)으로 밀어 넣은 오믈렛 세트. 많은 리뷰에서 중동 향신료가 느껴져 힘들었다는 말이 보았는데, 내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물티슈의 향이 너무 독했던 것이 예상 못한 복병이랄까. 음식의 맛은 예상대로 판매 도시락에서 느껴질 법한 플라스틱 맛이 가득하지만 또한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건 전에 쓴 글에서 밝힌 것처럼 인생 첫 여행인지라, 다른 기내식 맛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두바이에서 영국으로 가는 두 번째 비행기 환승 후의 기내식. 이미 시차는 벌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고 먹은 음식들이다. 대충 기억이 날 법도 하지만 맛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저 아래의 포장지로 덮어둔 메인 메뉴는 아마도 햄버그와 야채였던 듯. 나를 둘러싸고 앞 뒤 옆으로 백인 어린이 둘과 흑인 어린이 하나가 앉았는데, 몇 마디 섞으며 놀아주니 비행이 끝날 때까지 사방에서 끊임없는 질문과 장난의 폭격이 쏟아졌다. 귀엽고 예쁘긴 했지만 편안한 식사와 오픈 후 음식 사진을 포기할 수밖에. 엄마 말씀 잘 듣고 그때처럼 건강하게 지내렴. 즐거웠다 얘들아.
런던 도착 당일.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보슬비가 내리는 킹스크로스 주변을 맴돌다 찾은 가성비 맛집 플랫아이언 스테이크. 한국 관광객에게 유명한 지점은 코벤트가든 지점일 텐데, 비슷하겠거니 하는 맘으로 들어갔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료와 사이드 그리고 옵셔널로 지불되는 서비스 팁까지 포함해도 영국 물가와 스테이크라는 메뉴를 고려하면 그리 비싸지 않았다. 굳이 맛을 설명하자면 바로 근처에 있는 파이브가이즈와 잠시 고민했는데 … 파이브가이즈를 가지 않은 나를 몹시 꾸짖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영국의 맛인가. 하지만 한숨 못 잔 스무 시간 가까운 비행 후, 첫 식사였기에 아마 미각이 정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플랫아이언의 대표메뉴는 저 스테이크가 아니라, 후식으로 주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이다.
뮤지컬을 보고 싶어 찾은 레스터 스퀘어.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한참 주변을 구경하다 들어간 버거킹. 영국까지 와서 버거킹이라니 싶지만, 일단 아픈 다리를 쉬게 하고 허기를 달래자. 패스트푸드 맛이야 딱히 별날 것은 없었고, 다만 옵션이 수십 종류는 될 듯한 음료 디스펜서가 가장 인상 깊었다. 콜라 사이다 환타 등 기본 음료를 고른 후, 각각에 포함된 다양한 플레이버를 선택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제로슈거 혹은 일반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난 바닐라와 피치 코크를 선택하여 마셨던 것 같다. 디스펜서 사진 안 찍고 뭐 했을까?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탄산음료지만, 괜한 부러움이 생긴다.
커필로그 영국 편에도 작성했던 러셀스퀘어의 카페 트로피아. 친구에게 파스타 맛집으로 추천받아 간 곳. 공원을 보며 먹는 분위기가 한몫한다. 파스타의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흔히 아는 볼로네제의 맛. 선택이 어려워 기본 메뉴를 시켰지만, 리뷰를 보니 다른 화려한 메뉴들의 맛이 더 좋은 듯하다. 다음에 간다면 식사도 좋지만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디저트를 꼭 선택해 볼 예정.
마트에서 산 과일들. 마트를 생각보다 많이 이용했는데 비싼 외식 물가와 다르게 저렴한 가격에 과일과 샐러드, 요거트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여행 중 대부분을 하루 한 끼는 이렇게 마트에서 산 과일이나 샐러드 등으로 해결했다. 과일의 맛은 어땠냐고? 혹시나 당뇨라도 걸릴까 설탕을 모두 뺀 배려심 넘치는 친절한 맛이었다. (농담이고 같은 마트의 과일일지라도 복불복이 조금 심하긴 했다.)
지난 커필로그 2에도 적었던 킹스크로스 역 뒷골목에 위치한 카페 블루리버. 거기서 거기라고 느낄만한 영국 조식 세트지만, 적당한 가격에 푸짐한 메뉴 그리고 친절한 대응에 허기진 배와 마음이 모두 채워진다. 투박하지만 포근한 맛. 사진 속 메뉴 외에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자리마다 소스도 알차게 구비되어 있다. 소스 사이 숨은 소독제를 소스로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작은 규모였지만 동네 맛집답게 캐리어를 끈 관광객은 물론, 한바탕 축구를 하고 온 것으로 보이는 현지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었다.
브라이튼 바닷가에서 먹는 피시 앤 칩스. 숙소 근처에 유명한 피시 앤 칩스 식당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부두 근처 열려있는 아무 가게나 들어갔고, 결과는 실패. 그래도 홀로 바닷가에 앉아 먹는 피시 앤 칩스라니, 나 영국에 있는 거 맞는구나 하며 여행자의 낭만을 만끽한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 냄새를 맡고 몰려든 갈매기 몇 마리가 자꾸 음식과 나... 를 노려 결국 박스를 들고일어나 숙소로 향했다는 후문. 이런 씨굴 seagull 놈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번호표 대신 이런 주걱 같은 것을 주는, 그 어떤 너무나 한국 파전집의 그런 느낌.
브라이튼 기차역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cafe coho.
런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좋은 맛의 음식을 접했던 브라이튼의 식당들. 코호는 현지 거주민에게도 유명한 가게로, 유튜브 덕분에 관광객들도 이제는 많이 찾는다고 한다. 파니니 같은 식사류도 있지만 디저트와 빵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하면 따뜻하게 구워서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몹시 친절했던 직원과 오너(로 보였던 분). 덕분에 든든한 아침을 맞이했다.
브라이튼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도나텔로, 영국 일정을 마치면 이탈리아로 향할 예정이었기에, 굳이 이탈리아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고 헤이스팅스에 다녀왔고, 원하는 곳의 사진을 찍기 위해 식사도 거른 채로 땡볕아래서 네 시간 가까이를 걸었더니 모든 체력이 바닥났다. 브라이튼에 다시 돌아오자마자 식사할 곳을 검색했는데 구글맵에서 맛과 가격으로 꽤 높은 평점을 받은 이곳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파스타뿐 아니라 애피타이저를 함께 주는 일종의 세트 메뉴가 존재한다. 나도 세트로 주문. 에피타이저는 빵에 토마토를 얹은 부르스케타를 선택했으나 사진은 증발되었다. 다만 맛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약간 태운 듯 고소하게 구운 빵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로 맛을 낸 토마토를 얹어 피로에 잠식되어 가던 나의 입맛을 돋우었다. 파스타는 다진 연여가 들어간 토마토소스로, 로제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약간의 크림을 넣어 눅진한 맛의 연어를 입안에서 더 고소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리도록 도와주었다.
브라이튼에서 런던으로 돌아와, 패딩턴 역으로 숙소를 옮기고 찾은 카페 겸 식당. 앞서 소개한 블루리버와 마친가지로 동네 맛집으로 유명한 듯하다. 사실 가장 놀랐던 점은 인테리어였는데, 음식을 제외하고 가게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이곳이 런던의 카페인지 마포의 감자탕 집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의자, 책상, 벽의 마감재 심지어 식기통까지 동네 감자탕 혹은 순댓국 가게와 99% 이상의 씽크로를 보여준다. 여행 중 인스타 스토리에 사진을 올렸더니, 벌써 한국에 왔냐는 답장이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맛은 꽤 훌륭했는데, 비록 뻔한 파니니지만 충실한 재료와 풍미 깊은 치즈 그리고 바삭한 빵의 식감 덕에 마포 감자탕의 기운을 조금은 잊은 듯.
이게 말로만 듣던 파이브가이즈구나.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옥스퍼드의 한적한 파이브가이즈. 여행 초보답게 원하는 식당을 고르는 일도, 제시간에 식사를 하는 일도 어려웠는데 덕분에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남들보다 조금 한적한 식사를 하게 된다는 것. 물론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원하는 곳을 놓친 적도 있지만.
킹스크로스에서 갈까 하다 가지 못했던 파이브가이즈를 옥스퍼드에서 입성. 미국으로 갈 수는 없으니 영국에서라도 맛을 봐야 아쉬움이 덜 할 듯했다. 인터넷을 통해 파이브가이즈의 주문 방법을 보았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 말자. 처음이라 잘 모른다고 하니,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치즈버거에 모든 토핑과 소스를 다 넣은 '올더웨이'와 프라이즈 작은 것 그리고 소프트드링크 세트를 선택. 땅콩기름으로 튀긴 프라이즈는 어떤 맛일까? 기대 어린 눈으로 오픈키친 안을 들여다보는데, 감자를 튀기는 할아버지 직원과 눈이 마주친다. 이미 내 몫의 프라이즈를 담은 후인데, 눈이 마주치자 나를 보고 싱긋 웃으시더니 다시 봉투를 열고 프라이즈를 한 번 더 담는다. 놀란 표정과 웃음으로 답하고 종이봉투를 열어 식사 시작. 후에 에든버러에서 한 번 더 파이브 가이즈를 찾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프라이즈 라지를 시켰더니, 옥스퍼드에서 할아버지가 더 담아준 그 양이 그대로 나왔다. 사진의 프라이즈는 이미 잔뜩 집어먹고 난 후인데, 원래대로라면 저 정도가 나와야 한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해 말해야지. 땅콩기름의 고소하고 진득한 풍미와 짭짤한 시즈닝을 품은 프라이즈가 맛의 축포를 발사하고 나면, 온갖 야채와 두툼한 패티 그리고 치즈의 콤비네이션이 드랍 더 빝, 끝나지 않을 동맥경화의 파티를 시작한다. 심혈관이 막히는 비트의 향연. 미국 체인이지만 영국 최고의 음식은 파이브가이즈다. 빨리 한국에도 들어왔으면.
에든버러 올드타운에 위치한 Bertie's. 전형적인 관광도시의 bar 겸 restaurant이다.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이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는데, 인기가 좋아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꽤 웨이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혼자 찾았기에 자리가 수월하게 나와 웨이팅은 30분 이내. 스코틀랜드의 대표음식인 하기스와 크림소다 그리고 무언가 사이드를 시켰는데 저것이 한치였는지 어니언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모양은 작은 어니언링 같은데, 내가 혼자 가서 어니언링을 시켰을 리가 없으므로, 저것은 분명 한치일 것이라는 의심을 해본다. 그래 어니언링 아니고 분명 한치...두치세치네치 뿌꾸뿌꾸 빠빠 아재판독기. 따라 불렀다면 당신은 아재입니다.
거대한 순대 튀김 같은 하기스. 양의 내장으로 만든 음식답게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피와 내장 맛이 느껴졌는데, 순대보다는 퍼석하고 묵직한 질감이었다. 사실 이곳에서의 가장 큰 난관은 음식이나 웨이팅이 아니라, 서버와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나의 담당서버는 많아봐야 20대 초 혹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스코티쉬 억양이 엄청 강한 것을 보니 아마도 스코틀랜드에서 나고 자란 듯하다. 왁자지껄 시끄러워 가뜩이나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 스코티쉬 억양을 마주하니 도저히 한 번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어를 엄청 잘한다면 감으로나마 이해했겠지만, 미천한 실력에 몇 번이고 되묻고 또 되묻는 일이 반복되었다. 고맙게도 귀찮은 티 한 번 내지 않았고,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니 전혀 걱정할 것 없다며 아주 프렌들리 하게 답해 준다. 그래도 학생... 크림소다 시킬 때 좀 말려주지 그랬어.
학생, 잘 지내죠? 열심히 일하면서도 친절한 모습 감명 깊었어요, 아저씨가 미안해 from 사우스코리아.
에든버러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여름을 향해 가는 유럽의 계절이 이곳에서 만큼은 느리게 걷는지, 여전히 지난가을에 온 바람이 머무는 듯했다. 아이스커피가 간절했던 다른 곳들과 다르게 에든버러만큼은 따뜻한 커피가 그리웠는데, 숙소 가까운 곳에서 좋은 커피와 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방학 시즌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기숙사를 호텔로 운용하는 곳이었고, 이곳 바로 길건너에 HATA가 있었다. 학생들을 위한 간편식으로 샌드위치와 요거트볼 외 간단한 식사를 곁들여 파는데, 이곳에 두 번 방문했던 내가 택한 것은 각각 샌드위치와 레몬 케이크. 샌드위치 곁에 샐러드를 함께 내어주는 것이 좋았다. 레몬 케익은 예상과는 달리 조금 퍽퍽했지만, 다른 리뷰를 보면 그 외의 디저트와 요거트볼이 특히 매우 훌륭하다고.
에든버러에서의 그리고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 다음날 일찍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좋은 식당에서 영국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굿바이를 건네고 싶지만, 왜인지 근처의 평이 좋은 식당은 문을 닫았거나, 쓸 수 있는 예산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거나, 죄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내일이면 이탈리아로 떠나는데 굳이 이탈리아 음식을..? 싶은 뾰로통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 역시 영국 하면 피시 앤 칩스지. 급한 대로 구글맵을 뒤지니 평이 좋은 THE CHIPPY라는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이 보인다. 마트에서 샐러드와 간식거리를 살 요량으로 칩스는 빼고 대구 튀김만 사서 돌아온다. 에든버러의 찬 바람 덕분에 숙소에 도착할 때엔 한참 식어버렸지만, 바삭거리는 튀김옷과 담백하고 통통한 살은 부족함 없이 맛있다. 비록 튀김이지만 생선이고 숙소 옆 마트에서 산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이건 마치 건강식 같다는 합리화를 해본다. 어차피 채식인데 감자튀김도 살 걸 그랬나.
글을 적다 보니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위에 기내식을 제외하면 고작 하루 이틀에 한 끼 정도 외식을 한 셈이다. 혼자 다닌 탓에 그나마도 종류로 치면 피시 앤 칩스와 샌드위치가 대부분. 사실 맛 하나로만 평가하자면 어디 그리 훌륭한 음식들이겠는가. 다만 유독 화창했던 영국의 날씨가, 친절한 직원들의 웃음이, 그리고 드디어 이곳에 왔다는 여행객으로서의 기분이, 혼자라서 때론 초라하더라도 모든 끼니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돌이키자면, 영국에서도 식사 동행이 있었더라면 더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매 식사마다 들었던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있지만, 이건 단순 리뷰니까 모두 배제하고 그저 러프한 사진과 기록으로만 가볍게 남겨본다. 그리고 아직 남은 이탈리아 편은... 언제 쓰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