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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an 10. 2024

육아 휴직할 결심

만기 근무자의 결정 수업

3월 인사이동을 앞두고 어느 학교로 갈지 고민이다. 육아에 도움이 되는 초등학교에 갈 것인가, 걸어서 20분도 채 안 걸리는 중학교에 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결정을 쉽게 못 내리는 사람으로서 자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만큼 어려운 문제다. 아내는 두 가지 다 맛볼 수 있는 짬짜면을 권하는데.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로 가면 천변길로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다. 언제 또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출퇴근할 수 있겠나.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출퇴근하는 30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름값 절약은 덤이다. 부담 없이 조퇴할 수 있는 초등학교로 가면 세 아이 육아 걱정을 좀 더 덜 수 있다. 아이들이 아플 때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병원에 데려갈 수 있고 부모가 꼭 참여해야 하는 학교나 유치원 행사에 갈 수 있다. 작년에 육아기 단축 근로를 신청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를 돌볼 수 있었다.


초등 한 학교 VS 중등 두 학교


머리를 싸매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초등 선생님이 9월 신규 중점학교 전문인력 배치 계획에 맞춰 휴직한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솔직히 전에 근무했었던 중학교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 중에 선택하면 그만인데 한숨만 나왔다. 새로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나 보다. 그마저 없는 선택지에 머리만 복잡해졌다.


"나도 6개월 육아휴직 쓰고 9월에 희망 전보 쓸까."

"그냥 순리대로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갈까."

"육아휴직하면 생활비는 어떡하지."

"중학교에 다시 갈 엄두는 나질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예스 24 ebook 앱에 들어갔다. '결정'과 '선택' 키워드를 차례로 검색했다. 그중에 조셉 비카르트 저자 [결정 수업]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읽어야 할 책을 발견한 것이다. 제목에 이끌려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보다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며.


저자는 결정이 두려운 7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선택의 자체에 대한 두려움

  1.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2.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은 두려움


- 선택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3.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4.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5. 동일시될 것 같은 두려움

  6.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7. 이기적으로 보일 것 같은 두려움


육아 휴직하고 싶은데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휴직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힘든 결정이다. 저자가 말하는 7번째 이유이다. 육아 휴직을 하게 되면 휴직 기간 동안 기간제 교육복지사를 채용해야 한다. 9월 신규 인력이 배치될 때까지 1년 동안 두 명의 교육복지사가 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솔직히 무책임하다는 말을 듣기 싫다.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돈이 문제다. 넌지시 아내에게 "육아 휴직을 쓸까?" 물어봤는데 어떻게 모은 돈 하나 없이 휴직하냐고 펄쩍 뛰었다. 아내의 반응을 보고 괜한 말을 꺼냈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아내의 말이 맞다. 휴직을 하고 싶어도 줄어드는 월급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 https://jeremihk07.tistory.com/


결정을 미루고 있던 어느 날 아내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간다는 조건으로 휴직을 권했다. 집 앞에 있는 학교, 첫째가 다니는 학교, 머지않아 둘째와 셋째가 입학할 학교에 가는 조건이었다. 걸어서 출퇴근(기름값 절약은 덤이고)하고 육아에 도움이 된다. 처음에 생각했던 장점이 모두 만족하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근무지가 생활권에 있어 생기는 불편한 점, 일과 육아가 분리되기 힘든 점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었다. 문제는 휴직을 한다 해서 그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가능한 결과 예측하고 행동해도 원하는 결과가 따를지는 장담할 수 없다."


'쉬고 싶다' 숨은 진짜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 고민 끝에 휴직원을 제출했다. 비록 6개월짜리 안식년이지만 교육복지사가 아닌 나로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가 아닌 휴가를 준 것이다. 어쨌든 육아 휴직하기로 결심했다.


슬기로운 육아 휴직 생활 소재로 매거진이나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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