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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Aug 17. 2022

횡단보도(橫斷步道)

횡단보도(橫斷步道)

                                            김한빈

  

               

길이 열린다 기적처럼  

   

인부들이 도로 위에 자갈을 깔고

다시는 봄이 오지 못하게

더운 김이 후끈 끼치는 검은 콜타르를 붓고

낙서를 하듯 흰 페인트로 줄을 그었다

     

그것이 기적을 일으켰다

     

달리기 선수가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내쉰다

차량의 검은 타이어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길이 열린다

오토바이가 스쳐 지나가고

구급차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간다

아이는 손을 들고 강을 건너고

허리 굽은 늙은 여인은 보행기를 밀어 갯벌을 건너고

종이 박스를 실은 리어카는 사막을 건넌다  

   

길 건너 사랑과 희망처럼 

엄마가 있고, 딸네 집이 있고, 고물상이 있다  

   

길이 닫힌다.



<문학도시 2022. 8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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