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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Mar 20. 2024

의대 증원사태 - 의사와 타 전문직이 다른 이유

의대 증원사태에 대해 국민여론이 반의사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가운데,

의료인이 아니면서 의료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1) 의사들은 전국구 호구다.
나는 홍보마케팅 업계에 중심축을 두고 일하는 사람이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거나 블로그마케팅을 해주는 업체, 온라인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을 해주는 업체들 중 상대가 의사면 기본 가격보다 2배를 받는 것은 이쪽 업계 국룰이다.

임대료 또한 병원이 들어온다고 하면 절대 할인이나 사정봐주기 따위는 없고, 해가 바뀜에 따라 따박따박 임대료 인상은 기본이다.

의사를 상대로 하는 업종 중에 의사를 대상으로 할인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업계는 없다.
(물론 내가 모르는 곳에 1%의 확률로 있을 수도 있다)


2) 의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요받는다
난 이 부분이 조금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그 어떤 직업도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상충했을 때 공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통령, 국회의원들 조차 오히려 면책특권 같은 게 있으면 있었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받을 돈을 강제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받지 않는다.

헌데 그놈의 수천년전 히포크라테스라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선서 따위로 전세계 의사들의 윤리와 책임의식을 상당히 일률적으로 묶어놓았는데, 문제는 이 순진한 의사집단이 그 누구하나 이런 선서(?)의 강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인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선서는 개인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의 선서이고 법적인 효력이 없음에도, 사회는 의사들이 이 선서에 따라 행동하는지 여부를 상당히 세속적인 차원에서 감시하고자 한다. 마치 그럴 권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선서나 서약이 이 정도 강도의 강압성을 가져야 한다면 부부서약을 맺고 결혼한 부부들은 이혼 시 엄청난 질시와 모멸을 감수해야 되는 게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선서해놓고 그걸 어겨? -> 의사 자격도 없네. 비난하자
결혼서약해놓고 이혼해? -> 인간이 안됐네, 비난하자.

같은 거 아닌가?

3) 법률 전문가와 의료전문가의 차이
로스쿨 제도 도입을 통해 변호사들이 많아져서 시민들이 저가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변호사들 월급이 줄어들어 좋아졌다. 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 저가의 법률서비스는 없다
  소송을 진행해보셨던 분들이라면 아실텐데 변호사 선임비용은 '최저비용'이라는 하한선이 존재하고, 이 금액은 병원가서 감기치료할 때 내고 오는 3천원 수준이 아니라 무려 300만원 선으로, 왠만한 사람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예전엔 변호사 숫자가 적어서 300만원짜리 수임을 한달에 10개씩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5개밖에 못하네.. 이런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지, 건당 가격이 낮아진 것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변호사 개업 후 한달에 1건만 수임해도 사무실 월세는 낼 수 있다.

- 법률 서비스는 시장 파이를 늘리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광고나 홍보를 통해 소송이나 분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산업을 키우는 것이 가능
   하지만 의료는 아파야만 병원에 가기 때문에 시장 파이를 인위적으로 늘릴 수 없음
   의료광고는 엄격한 법률적 제제를 받기 때문에 사소한 질병에 병원에 오라고 홍보하거나 광고할 수 없음

- 변호사는 작은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이 부분이 변호사와 의사의 결정적 차이다. 변호사는 단칸방에 책상만 놓고도 개업이 가능하며 직원을 두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 내고 혼자 일하는 변호사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업 영위의 비용을 본인이 원한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작은 사업 개시가 불가능하다. 간호사라는 직원을 반드시 채용해야 하고, 특정 과목의 경우 치료사를 두는 것을 법으로 강요받기도 한다. 그리고 정신과를 제외하면 책상 하나놓고 개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환자들의 대기공간과 진료실을 포함하여 인테리어, 가구, 의료기기 등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정신과 또한 요즘 책상만 놓고 개업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 법의 감시와 제제의 폭이 변호사와 차원이 다르다
 병원이기 때문에 위생이나 사업장에서 지켜야 할 룰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며, 이를 어길 시 영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변호사는 자기 사무실을 어떻게 운영하건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 

- 돈을 보건복지부가 마음대로 준다
 이 부분은 반박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의사들은 자기가 일한값을 환자들에게서 100% 돈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환자는 일부 금액을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 공단에서 지급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어떤 과목의 경우, 또는 어떤 상황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줘야 될 돈을 마음대로(?) 깎아서 주거나 그냥 이유없이 미지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아서 100%의 돈을 안줘도 되게끔(?)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데 의사들은 이런 행태에 대해 반박하거나 항의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분위기 자체가 '건강보험공단은 원래 그래..'라고 수긍하는 분위기? 건강보험공단 없으면 그나마 이정도 영업도 불가능하니까 걍 묻고 간다는 분위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속터지는 수준으로 그냥 수긍하고 있다. 

- 가격결정권이 없다
 법률서비스는 가격의 하한선으로 변호사를 보호(?)해주지만 의사들은 가격의 상한선으로 시장을 통제한다. 솔직히 소송 수임 한건당 300만원이면 적은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돈은 소송 착수금일 뿐이고 성공하면 성공보수를 더 받아간다. 그리고 소송을 중간에 취하하더라도 환불해주지 않는다. 한번 변호사 통장에 입금되면 끝인 돈이다. 그리고 가격상한선은 더더욱 없고 잘하는 변호사는 가격 프리미엄이 어나더레벨이다.
의사들이 의료서비스 가격을 너무 높게 받을까봐 걱정해서 가격의 상한선이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터무니 없이 너무 낮은 가격을 상한선으로 만들어놓고 이를 어길 시 각종 불이익과 제제를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예를 들어, 소아과 진료 한번에 환자로부터 본인부담금 1500원밖에 못받으면서 박리다매성으로 많은 환자를 볼수밖에 없는 구조안에서 그냥 버티는 것이다.
포괄수가제 같은 해괴한 법을 만들어놓고 예외상황에 대한 처리를 의사 개인돈으로 처리하게 만들어놓는다던지 이상한 구조도 많지만 논외로 하자.

- 의사들은 문과가 아니다
이 부분이 진짜 크리티컬하다.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그래도 문과출신이다. 동료나 친구들도 같은 문과들이 많고 회사를 운영하거나 경영자인 지인들이 '같은 편'으로서 존재한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과이며 의대 6년동안 거의 자기들끼리만 교류해서 알고 지내는 인맥이 극히 희박하다. 그리고 이과생들 중에서도 가장 탑급의 범생이 집단이기 때문에 사업, 경영, 홍보, 마케팅 이런것들을 잘 하지도 못하고 어려워한다. 조언을 아무리 해줘도 가슴깊이 알아듣는 느낌이 없으며, 전문가가 해주는 대로 그냥 믿고 맡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홍보마케팅 회사의 호구, 먹잇감이 되고 만다.
솔직히 자영업의 세계는 똑똑함 보다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적으로 이재에 밝은 능력이 필요한데, 문과출신 변호사 집단에 비해 이과 탑급 범생이 집단들은 이 능력이 훨씬 부족하다. 공대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냥 주는 돈 안에서 자기 하고 싶은 연구나 하면서 편하게 살고자 하는 부류가 바로 극이과 성향의 남자들이다. (물론 이과중에서, 공대생 중에서도 이재에 밝은 사람이 있다. 대다수의 경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그냥 의사로 진료만 보는 생활할래? 돈많이 벌 수 있는 의료경영인이 될래? 하면 그냥 속편하게 환자만 보는 의사만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의사들 중에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보다 개업한 의사들이 돈을 훨씬 더 버는데, 의사들은 종합병원에 자리가 없기 때문에 개업을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경향으로 하게 되며, 병원에 남는 편을 실제로 더 좋아한다. 다수의 의사들은 버는 돈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성향이 아니다. 

즉, 의사들은 자영업의 세계에서 경쟁력이 상당히 낮은 약체들이며, 지금까지 의사들이 그나마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던 구조는 1) 박리다매 구조 2) 경쟁이 적었던 시장 2가지 요인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개업리스크가 기업수준으로 크다
책상 하나만 놓고 개업할 수 있는 정신과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병원들은 넓은 공간과 좋은 입지, 의료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최근 물가 기준으로 개인병원 하나 개업하려면 10억은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 홍보마케팅 업체들의 바가지 요금까지 순진하게 다 받아줘가며 운영을 할라치면 개업 후 5년 이상은 대출금 갚는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주 6일 근무를 받아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병원에 남는 편을 더 선호하는 의사들이 실제로 많은 것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더 크게 패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크고 주 6일 근무가 말이 주 6일 근무지 체력과 자기 인생을 다 갈아넣어야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군의관 포함 14년의 인생을 꼴아박아 겨우 전문의가 되었는데 다시 주 6일 근무체제로 돌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넣고 10억의 대출금을 갚는 인생에 올인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자영업이니까 휴가를 내면 되지 않냐고? 휴가를 내도 되지만 휴가 기간동안 직원들 인건비와 임대료는 계속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병원문을 열어놓는 결정을 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뭔가 모르게 환자들을 계속 보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에는 동업개업 방식이 유행하고 있는데, 동업개업을 하면 쉬는 날은 확보할 지 몰라도 가져가는 수익은 줄기 때문에 10억 대출금 상환의 꿈은 더 멀어져만 가고 모든 동업이 그렇듯, 동업자간 의라도 상할라치면 돌이킬 수 없는 헬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변호사 협동로펌처럼 사무실에서 책상하나만 빼고 지분만 빼면 끝인 동업구조가 아니다.


즉, 의사들이 지금까지 그나마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구조가 바로 적은 경쟁 그 자체였는데, 이 생존구조를 무너뜨리게 되면 생존경쟁의 최약체들은 자기 생존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 머리로, 그 인생 갈아넣기로 다른 직업해도 그정도는 벌 수 있는데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 강요받아가며 주 6일 근무하며 10억 대출 리스크를 감수하고 직원 채용해서 노동법 동일하게 적용받고 건물주가 신나게 올리는 임대료를 다 줘가며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월 천씩 가져가는 비용 내줘야 되는 리스크를 왜 감수하겠냐고. 그냥 그만두고 다른거 하지. 아무리 이재에 밝지 못한 극이과충이라고 해도 그정도 계산은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대정원 늘려서 시장공급 늘리면 생존권은 당연히 위협받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은

의료서비스 가격결정권을 자율화한다거나 수가 올려달라는 식으로 싸워볼만 한데

순진무구한 의사들은 진짜 돈 없어서 치료 못받는 사람들 생길까봐 가격가지고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

왜냐면 자기들은 진짜로 전국민 대상으로 치료행위를 하고 있고, 돈 없는 환자들도 매일같이 상대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이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만 상대하는 변호사들과는 정말로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이 부분임.

의사들하고 대화하다보면 이 사람들은 진심으로 돈 없어서 치료못받는 사람들 생기는 상황에 대해 정말로 걱정을 함 ;;


그냥 자기들이 싸게 진료비 받을테니까 그냥 시장 공급만 좀 조절해달라는 논리인 것 같다.

근데 이 얘길 꺼내는 의사들이 없다.. 대단하다.. 정말 세속적인 부분에 대해 너무 초월적인 사고방식이다.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월천 가져가나요?
네 진짜 가져갑니다.


그럼 왜 다들 의사가 되려고 하나요?

이런 속담이 있지요
의사 본인이 좋은 것보다 의사가족이 훨씬 더 좋다



솔직히 넘 답답한게

의사들이 나와서 의대증원 반대하는 논리라고 해봤자 국민건강 어쩌구 하는데

그게 먹힐 논리냐고

순진무구하다 진짜..


반박시 당신 말이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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