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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 Oct 13. 2022

다 같이, 다가치 하자!

서울시교욱청 마을결합형 청소년자치배움터 다가치학교

 청소년 활동, 특히 청소년 자치배움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 유난히 자치배움터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특히 택시를 타고 자치배움터를 향할 때면 기사님들은 항상 물어보십니다. “도대체 청소년들이 거기서 뭐 하는 거요?” ‘다가치학교’에서는 주변 상인분들에게 설명할 일이 많습니다. 교육·청소년 현장에서 활동하는 실무자, 교사에게도 꽤 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전국 최초 청소년 자치배움터 ‘의정부 몽실학교’에서 지금까지 7년 동안 이 일을 해온 저 역시도 깔끔하게 청소년 자치배움터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청소년은 학교 종이 땡땡땡 치는 것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학교에서, 이후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기관에서 머물러 왔습니다. 학교는 교육청 소관, 방과 후 시간은 지자체가 담당하죠. 아시다시피 교육청과 지자체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어 청소년의 시간과 공간은 분리되어왔습니다.

 다가치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주도로 운영합니다. 방과 후와 주말에도 청소년의 배움과 풍부한 경험이 이어져야 한다는 교육적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공교육, 학교의 한계를 넘어 이곳에서만큼은 청소년(학습자)이 가장 중요한 주어로 등장합니다. 돌봄, 여가, 자치, 진로, 주도적인 기획 활동 등 복합적인 기능이 담겨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학교’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학교라는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전략인거죠.

 다가치학교는 청소년이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험을 하고, 도전하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지트’입니다.



다가치학교 : 다 가치있다. 다 같이 잇다.



 ‘다가치학교’는 의정부 몽실학교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자치배움터의 철학을 새로운 방법과 실험으로 이어갑니다. 자치배움터를 학교 안에 설치하면서 교육 현장, 청소년의 일상과 더욱 가까워진 것이죠. 현재 ‘다가치학교-남부’는 그 첫 번째 모델로서 새로운 자치배움터의 방향성을 실험하고 또 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다가치학교-남부는 오류중학교 안에 있습니다. 오류중학교 홍제남 교장선생님은 학교 공간이 방과후, 주말에 자치배움터로 지역의 청소년에게 열리는 방안을 설계하고 추진하셨습니다. 설립 추진과정에서도 청소년 당사자가 공간 구성부터 참여했죠. 구로 혁신교육지구 온마을교육 지원센터의 아지트 기획단 ‘달보드레’와 오류중학교의 공간 디자인 동아리, 학생회가 오류중학교 내 정보관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였습니다. 학교 교직원, 학부모, 그리고 구로구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첫 번째 서울형 자치배움터 다가치학교가 무사히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불과 4개월 만에 다가치학교는 방과후, 주말에도 북적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가치학교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듣고 기분 좋은 말은 “이따가 학원 끝나고 올게요~”, “내일(주말) 올게요~”인데요. 단지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학생이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죠. 또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마음이 힘들었던 사건, 관계, 진로 고민까지 청소년의 ‘지금’을 만나고 있습니다.

※ 다가치학교 운영시간: 화~토 오후 9시, 일요일 12시~5시 (월요일 휴관) 주중 낮 시간에는 오류중학교의 수업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2) 청소년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 교육과정 (프로그램)



 다가치학교에서는 평일 방과 후, 주말에 ‘다-움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평일에는 5개 문화예술 프로젝트, 주말에는 13개 청소년 기획 프로젝트와 초등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 1개 과정에 약 150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어요. ‘다-움 프로젝트’ 과정은 모두 기획 워크숍을 통해 시작됩니다. 다가치학교에 신청한 청소년은 기획 워크숍을 통해 평소 도전해보지 못한 주제부터 발견하고 전반적인 활동 내용까지 함께 설계해 봅니다. 물론 프로젝트를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에겐 상당히 어렵죠. 그럼에도 프로젝트 교육과정은 청소년이 주도성을 발휘하고 또 공동의 과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치 역량과 적극적인 동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움’은 다가치 움트다, 또 나 다움을 찾아 우리 다움을 실천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2022년에는 카페 창업 프로젝트, 업사이클 패션 리폼 프로젝트, 음악, 행사 기획, 출판부터 다가치학교 안에 사진관을 만들어보는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실험들과 작당이 펼쳐집니다.


 이제 각각의 프로젝트들은 그들만의 실험을 넘어 마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행사 기획 프로젝트는 여름방학 청소년들을 대거 초대해 신나는 워터밤 축제를 벌였어요. 음악 프로젝트는 지역의 30년차 음악밴드와 콘서트를 엽니다. 마스코트 제작팀은 마을 축제의 마스코트를 제작해 기부하고, 카페 프로젝트는 마을축제에 찾아가 음료와 빵을 나눕니다.



3) 지역 주민(전문가), 교사, 청년, 마을 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학습지원 주체


 이렇게 프로젝트가 소수 참가자만의 동아리 활동에 머물지 않고 더 큰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프로젝트 활동 과정을 청소년이 주도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코디네이터입니다. 코디네이터는 학습환경을 설계하고 프로젝트 과정을 지원하는 분들이죠. 다가치학교의 코디네이터는 모두 청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청년들도 다가치학교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경력을 쌓고 또 코디네이터, 퍼실리테이터, 기획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다가치학교는 ‘마을 결합형 자치배움터’입니다.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마을 결합형’이라는 개념은 구체적인 ‘꺼리’로 구현합니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청년 코디네이터뿐만 아니라 다가치학교는 마을 단체와 기민하게 협력하고 있는데요. 직접 MOU를 맺은 기관, 단체가 6개. 다양한 전문 역량을 가진 단체와 기관, 기업, 예술가들을 개별 프로젝트와 연결하고 있죠. 구로 안에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나 문화예술인, 전문가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각각의 청소년 프로젝트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갑니다. 다가치학교가 청소년의 도전과 그 경험의 확장을 교육과정 목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풍부한 네트워크를 품은 허브가 되어야겠죠.



4) 청소년이 권한을 가지고 참여하는 자치조직



 자치배움터의 핵심은 역시 자치겠죠. 다가치학교에는 다양한 협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청소년이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합니다. 현재 30여 명의 청소년자치회원이 있고 다가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가 함께 결정하고 또 실행까지 이어집니다. 2022년도에 청소년자치회는 다가치학교 개관식 ‘다-활짝’을 열었고 구로 청소년 축제에 다가치학교 대표로 나갑니다. 또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로윈 파티를 기획하고 있죠. 또 마지막 1년 마무리 축제도 직접 주관할 예정이랍니다. 청소년의 자치회 참여는 의사결정 구조에 청소년이 포함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자치회 활동은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과정의 심화 과정으로 청소년의 주도성을 발휘하고 활동에 크게 활력을 부여하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주도성과 기획 역량을 쌓을 수 있죠. 무엇보다 공존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하는 다가치학교의 리더가 됩니다.

 자치회 활동뿐만 아니라 개별 프로젝트 안에서의 자치도 중요합니다. 자치는 단지 의사결정 과정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일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두의 실천인 것이죠. 이는 다가치학교를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청소년 아지트’로 만들어가는 중심 축입니다.



다가치학교의 슬로건은 ‘다 가치 있다, 다 같이 잇다’입니다. 그동안 청소년 활동의 주된 키워드는 ‘꿈(진로)’이었습니다. 다가치학교는 꿈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청소년의 지금 당장, 현재 청소년의 관심사와 감정, 그리고 존재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필요한 공존과 다양성의 가치를 고민하면서 다가치학교를 찾아오는 청소년의삶에 스며듭니다.


청소년 사이에서 이런 말이 통용된답니다.



“다가치(하러) 가자.”


이 말보다 설레는 말이 또 있을까요?




이한솔 (다가치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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