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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룩 May 16. 2021

멋을 찾아가는 여정

Project.ZIP _ 수집으로 영일을 보다.

"멋있다-"


 자기 PR과 SNS가 중요한 브랜딩과 마케팅의 수단이 되어가면서 우린 멋진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멋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꽤 다채로워서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지만 대체로 시각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패션과 스타일이 힙한 사람들. 감히 범인은 쉽게 소화하지 못할 옷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는 사람들. 그리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당당한 태도가 곁들여지면 참 멋스럽게 느껴진다. 왠지 이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멋진 포즈를 한 초상 사진과 느낌 있는 사진들에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무심함이 배어있을 것 같다.


 외형의 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내면의 멋은 경험으로 알아차린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삶을 대하는 방식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아, 이 사람 진짜 멋있다."라고 인지하게 된다. 시각적인 이미지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멋과는 또 다른 멋이다.


멋이란, 마치 완성된 형태로 이해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구축되어 있거나 본인만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뿜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우린 그들의 멋을 관람한다. 눈길을 주거나, 동경의 마음을 담아 칭찬을 하거나, 질투를 할 때도 있다.  


멋[먿]: 차림새, 행동, 됨됨이 따위가 세련되고 아름다움.


 최근에는 '멋'의 사전적 정의 중 차림새와 행동의 세련됨을 지칭하는 말이 "힙하다."라고 쓰인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센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붙는 말이다. 멋지다는 말과는 다르게 "힙하다"라는 말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지금은) 통 넓은 바지에 오버핏 상의. 푹 눌러쓴 모자, 트렌디한 노래를 좋아하고, 미니멀하면서도 맥시멈 한 액세서리를 끼고 있다. 자기 스스로 스타일링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이번 ZIP프로젝트는 지인들 중 가장 힙한 사람을 꼽아 봤다. 멋진 영일(ZERO_ONE)이다. 역시 그는 자신의 수집품으로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탈피


 영일은 춤을 추는 사람이고,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멋진 콘텐츠를 실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내가 느낀 그의 매력은 외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그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과 뚝심이었다.


그는 과거에 본인이 가진 특성을 싫어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친구들, 타인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고 지적했다고 한다. 자신의 습관적인 지적과 예민한 태도를 정말 싫어했지만 그냥 쉽게 웃어넘길 수는 없으니까. 이 태도로 사람도 잃어보고, 상처도 받아보고 또 무엇보다 멋이 없다고 느끼는지, 이제는 그 태도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영일은 동료들과 일할 때 섬세한 부분에서 예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첫인상이 별로인 사람들과는 긴 관계를 맺아오지 않았다. 이 태도를 깨준 것이 바로 첫인상이 정말 별로였던 그의 동료였다. 사실, 영일 스스로가 깨달은 거지만.

  첫인상이 별로였던 그의 친구는 정말 괜찮은 녀석이었고 동료였다고 한다. 그가 궁금해하지 않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람을 이해하는데 큰 방해 요소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온도를 맞춰보지 않았는데 감히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이 단순하고도 명쾌한 명제를 이해하고, 그는 이제 달라졌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멋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그의 멋. 멋을 더하기. 


 영일은 옷 무더기를 가져왔다. 모두 자신의 추억과 스토리가 담긴 옷이다. 그는 댄서였으니 무대복이 많았는데, 하나하나에 무대 위 추억이 쌓여 있었다. 그만의 유니폼이자 멋이다.


 고등학교 시절 춤 동아리 동료들과 시작하면서 만들었던 팀복.

 가장 큰 애정을 담았던 댄스팀 활동복.

 언제나 징크스처럼 썼던 모자들.


 그의 멋은 옷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본인의 기억이다. 일종의 나르시즘? 자존감과 함께 그 옷들에 쌓인 그의 경험들과 전문성들이다. 그가 내놓은 옷들은 현재의 그를 만든 그의 발자국이자 훈장으로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한다. 버리진 말자. 그의 옷에 쌓인 무대 위 먼지들이 아까우니까. 모든 옷 하나하나에 담긴 경험을 기억하는 영일의 애틋한 아카이빙이 멋지니까.


 영일이 버리지 못한 멋에는 두 가지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

 하나는 핑크색 반팔티다. 마치 길거리 할인 매대에서 하나 주워왔을 것 같은 촌스러운 티셔츠(물론 그의 다른 옷에 비해서). 잘 때 입거나 동네 슈퍼에 갈 때 입는다고 한다. 항상 멋진 스타일을 뽐내는 그에게 사소한 일탈 거리다. 힙하지 않은, 본인이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 옷을 입고 문을 나서는 그 짜릿함(?)이랄까.  

 두 번째로, 군대에서 받았던 캡 모자다. 같은 모자에 그는 그의 시그니처를 담았다. 은밀한 모자 안쪽이 말이다. 똑같은 것을 싫어하고 멋을 추구하는 태도가 군대에서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


옷가지들에는 그가 멋을 추구해온 성장기가 담겨있다.



사랑하고 있지.


  친구들이 뭐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살아가고 있지."라고 답한다. 여전히 예전처럼 살아가고 있음을 알린다. 예전처럼 그는 멋을 찾아다닌다. 멋스러워지기 위해 본인을 섬세하게 다듬는다. 편협해지지 않으려, 예민하게 굴지 않되 섬세해지려고 노력한다. 그의 태도가 타인을 품고 또 함께 즐거운 상상을 실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한다.


 그가 "살아가고 있지"라고 한 말을 "사랑하고 있지"로 들었다. 그 맥락이 너무나 이해되기 때문일까, 다르게 들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동료를 사랑하고, 또 앞으로 찾아올 인연을 사랑할 줄 아는 멋을 지니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진화과정이다.


멋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그 자체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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