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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Mar 19. 2023

day31.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자유

#31일차

10일만이다.

'글쓰기'버튼을 누른것이 말이다.

또 다시 찾아온 감기, 아이의 감기, 여행, 평일 저녁 육아를 도맡아함, 아이의 어린이집 퇴소, 유치원 입학준비 

등등등 내가 감당해내야 하는 일상이 많은 시간이었다.

그간 개인적으로 하고 있던 프로젝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일쓰기 프로젝트도 이렇게 10일 미뤘고, 중국어 낭독도 일주일쯤 미뤄져있고, 중국어 쉐도잉 스터디도 이주쯤 미뤘고, 중며들다 스터디도 1주차 과제만 겨우 제출하고 2주차,3주차는 아직 노션을 열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안자고 덜자고 이렇것들을 해왔는데 일상을 쳐내기도 바빠지자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아이 어린이집 방학일정에 맞춰서 떠난 세 식구의 2박3일 여행, 처음으로 해보는 아이와 장거리 기차타기(그것도 남편 없이 혼자서), 이어서 남편없는 1박2일 친구들 만나는 여행, 사내 어린이집 퇴소, 새로운 유치원 준비

나는 분명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일을 벌려놓으면(약속을 잡으면, 환경이 바뀌면) 그것을 다루는데 신경이 너무 많이 쓰인다. 어떻게 가야하지, 무엇을 준비해야하지, 내가 놓치는것은 없을까, 불안해진다.

P성향의 내가 J처럼 일을 처리하고싶어하니 부담이 되는거지. 착착착 되면 좋겠지만 머리속에서 그 착착착을 억지로 하려니 말이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멈추었다.

그래, 좀 정리가 되어서 나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하자.

안한다고 혼내는 사람도, 뭐라고 하는사람도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등바등 시간을 쪼개서 해야한다고 생각할때는 일정에 맞추어 하지 못한 것이 마음이 무겁고 내가 못해낸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안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괜히 더한다고 해서 이렇지, 라는 생각도 들고)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으니 어쩜 그렇게 마음이 밝아질 수 있을까.

그래 이런 일탈도 필요하지. 학교 다닐때 땡땡이 치던 그 기분이다.

그리고 꼭 이럴땐 해야할것 말고 다른게 재미가 있어진다. 

그 사이 그냥 소설책도 한권 읽었다. 어쩜 그렇게 재미있을까.

누가 시켜서 또는 해야해서 말고 그냥 읽으니 이렇게 재미가 있다니! 언제까지도, 여기에서 무언가를 얻어야해야한다는 마음도 없이 읽으니 술술 읽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자유가 나에게도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니 마음에 없었던 여유가 생겨났다.

이제 유치원 입학! 하나만 남았다. 우리 아이는 잘 할것임을 믿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는 왜이렇게 불안할까. 

일상의 패턴이 바뀌는 것이 나는 크게 긴장되고 불안함을 느끼는구나.

그러고 보니 처음 중학교를 갔을 때, 처음 고등학교를 갔을 때에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적응했다. 그것도 잘! 그러니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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