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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 Mar 19. 2023

day37. 아직도 거기에 있어?

#37일차

나는 입사이후 같은 부서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입사 12년차.

중간중간 파견다녀오고, 육아휴직도 해서 이렇게 긴 시간인줄 몰랐는데 어느새 이렇게 됐다.

우리부서는 회사 안에서도 힘들다고 소문난 곳이다. 많은 일을 한다. 이것도 우리일인가 싶을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 과장해서 우리가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간다. 

일이 힘든곳은 대부분 그렇듯 사람들이 좋다. 같이 옛 일을 떠올리며 웃고 떠드는게 우리들의 낙이다.

그래도 능력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탈출하려 하는 곳이다.

0어제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다른 부서로 옮겨서 일하고 있다.

"너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어, 왜 아직도 거기에 있어? 니 능력이 안타까워서 그래."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파견 기회도 있었고.

선배가 보기에 내가 다른 부서로 옮기지 않는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더 나은 조건과 나의 능력을 더 인정해 주는 곳이 있을텐데, 왜 계속 여기에 있는지 말이다. 

파견가서 배워온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능력은 사실 지금 부서에서는 쓸모가 없다.

나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옮기고 싶다고. 이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더 성장할 수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서.

나는 이곳의 일을 좋아한다. 나랑 퍽 잘 맞다고 생각한다. 옮기다면 내가 더 좋아할 수 있는 곳일테다.

그리고 그간 몇 번의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거절했다.

내가 아이가 없었다면 단번에 해보겠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이가 있다. 남편과 나 둘이서 일하면서 아이도 돌봐야 한다.

지금의 부서가 내가 오래 몸 담았던 만큼 익숙한 곳이다. 출퇴근 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육아하는 선 후배가 많아서 아이를 이유로 조금 늦게 오거나 조금 일찍 가는 것을 다들 이해해준다.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니기엔 지금의 부서가 딱이다.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이렇게 생활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확실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이렇게 내 생활을 흔든다. 이렇게 나의 큰 결정에 제일 큰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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