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뭐지? 새벽에 잠을 뒤척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욕심을 한자 그대로 풀면 ‘갖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은 갖고 싶은 것이 참 많아서 욕심의 대상을 모두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듯 싶다. 욕구와 욕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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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욕구는 ‘지금 갖고 싶은 것’이고, 욕망은 ’앞으로 갖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욕구는 현재 욕심, 욕망은 미래 욕심이란 생각이다. 현재 욕심인 욕구는 대개 생리적인 것이 많다. 식욕, 성욕 같은 원초적인 욕심으로 감각과 지각의 자극적 만족을 주는 것들이다. 반면 미래 욕심인 욕망은 주로 명예나 권력 등 앞으로 나 혹은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것들로 주로 생각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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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욕구와 욕망의 균형을 갖고 살아가는데, 나는 욕구보다는 욕망을 더 추구하는 성향인듯 싶다. 지난 20여년의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참으로 많은 욕망을 꿈꿔왔다. 때론 가치를 추구하기도 했고, 때론 명예, 때론 이익을 추구했지만 주로 내가 추구한 욕망의 대상은 ‘호기심’ 그 자체이었던듯 싶다. 나는 참 많은 것이 궁금한 사람이었다. 그 궁금함을 솔직하게 드러냈기에 여러 좋은 선생님에게 배울 기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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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대상이자 동력이 호기심이었다면, 내 욕구의 대상이자 동력은 ‘즐거움’이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또 이루기 위해 여러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성실하지 못한 내가 그나마 꾸준히 이렇게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재밌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함께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만약 이 즐거움이 없었다면 금방 지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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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 새로운 욕심이 아주 작게 싹뜨고 있다. 바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갖고싶은 마음인 욕심이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연결될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다. 오늘 새벽 내가 뒤척인 이유가 이거다. 이 두 마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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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생각난 것이 ‘호기심’과 ‘즐거움’이란 생각이 들었다. 즉 욕심의 대상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 그 자체라면 이런 아이러니가 가능하구나... 이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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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는 옳다고 여겨지는 두 가치가 대립하는 상황으로 문학과 철학의 아주 중요한 주제이면서, 모호한 개념이다. 이 개념이 왜 이렇게 중요하고 모호했는지 이제 조금 짐작할 수 있을듯 싶다. 그 이유는 우리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는 공존하지 않는다. 이 모순은 물리적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순을 상상할 수 있기에 우리 마음 속에는 언제나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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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갖고 싶은 것과 돕고 싶은 것이 공존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좋음과 싫음,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등 서로 배척되는 개념이 서로 공존하는 아이러니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서로’ 보다는 ‘상호’가 좋을 수도 있다. ‘공존’보다는 ‘공생’이란 말이 더 어울릴 수 있다. 길고 짧음, 많고 적음 등은 상호적으로 공생해야만 하는 개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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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의 마음을 자꾸 물리적 현상에 빗대다 보니까 모순이니 딜레마니 아이러니 같은 매력적인 말들이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아닐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그래야만 하는 것을 뭔가 특별한 것처럼 포장해왔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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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물리적인 시간은 지나가고 있지만 마음의 시간은 여전히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간 모든 것과 지금의 모든 것, 앞으로 다가올듯한 모든 것이 내 안에 공존한다. 이 글을 읽은 모두의 마음들이 그럴것이다. 인간이 이처럼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공생하게 만들어주는 ’마음‘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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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이 고마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가지면 좋다. 고마움이 있어야 두가지 모순된 마음, ‘갖고 싶은 마음’과 ‘돕고 싶은 마음’이 함께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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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