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선 대체 무슨 일을 해?"
주변 사람들이 제게 묻곤 합니다. 저 역시도 소방서에 들어오기 전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소방관이 공무원이라는 사실도 시험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 마주한 소방서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소방관은 불만 끄는 줄 알았는데, 화재출동은 의외로 그 비중이 가장 적었고 구조구급출동이 압도적으로 잦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방관에 대한 대우가 피부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한국인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이라는 영예를 얻었지만, 현실은 직업만족도 최하위의 아픔을 가진 직업이었습니다. 1명의 소방관이 무려 1,341명의 시민을 담당해야 하고, 빠듯한 교대조로 인해 밤낮 가릴 것 없이 출동에 임해야 합니다. 공무원이긴 해도 높은 위험성으로 기피되는 직업군이며, 실제로 임용 5년 내 이직률이 20%에 육박합니다.
이런 일은 소방관 아니면 진짜 누가 하나 싶을 정도로 고된 출동의 연속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이 그들을 잊어도, 그들은 영원한 소방관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소방관의 강인함을 당연히 여겨온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산다는 것’이 어떠한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카카오 ‘브런치’에 일기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업로드 3개월 만에 브런치북 프로젝트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출판사 제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부분은 있으나, 대부분 구급차와 진압차를 타며 실제 겪은 일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출판 소식을 소속 소방서와 119안전센터에 전하니 여기저기서 직접 찍은 사진을 기증해주셨습니다.
끝으로, 만 21세 새내기의 무모한 도전을 격려해주신 소방청 119생활안전과, 본부 청문감찰팀, 그리고 소방서 직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상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