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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n 23. 2024

디지털 혁신 전술: 거버넌스 설계

디지털 혁신-13


거버넌스 디지털 거버넌스의 의미

   거버넌스(governance)는 흔히 ‘지배구조’로 번역하고 대상에 따라 기업 거버넌스, IT 거버넌스, 데이터 거버넌스, 플랫폼 거버넌스 등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 ‘기업 거버넌스’는 196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비윤리적, 비인도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하였다(참조: 위키백과). 오늘날엔 ‘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경영체제’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해관계자’는 주주와 임직원으로부터 소비자/고객, 협력업체/파트너, 지역/국가, 인류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IT 거버넌스’는 2000년대 초 엔론, 월드컴 등 IT 기업의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를 미국 ITGI(IT Governance Institute)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이 수행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일부로서 IT가 조직의 전략과 목표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리더십조직 구조프로세스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의 수명주기 활동(예: 데이터 생성-관리-활용)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관리체제를 가리킨다. ‘플랫폼 거버넌스’는 플랫폼 개발-운영 기업과 이용자로 구성된 생태계가 건강하게 공진화(共進化)하는데 필요한 규칙절차기준 등을 포함한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Welchman(2015)에 의하면, ‘기업이 디지털 세계에 실존하도록(digital presence) 만들기 위한 책무(accountability), 역할(roles), 의사결정 권한(decision-making authority) 등을 규정한 프레임워크’이다. 

 

디지털 거버넌스 중요성과 구성요소

   디지털 거버넌스는 한 마디로 위 정의에 포함된 키워드 즉, 리더십조직구조의사결정 책임/권한/역할과 절차 등을 담은 지침 형태의 문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거버넌스’ 자체를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그것을 오히려 적용하기 어려운 용어/개념으로 인식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디지털 혁신 프레임워크와 성숙도 평가모형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무엇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공감, 실행이 곤란한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디지털 혁신 추진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효율적 &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디지털 혁신 목표(예: 원가 절감, 수익 증대, 수익 창출) 설정, 적용할 디지털 (신)기술 자체와 확보 방법 결정, 디지털화 대상의 범위와 수준 결정, 시스템 개발방법론 선정 등은 개별 프로젝트의 성패는 물론 궁극적으로 기업 성과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들이다. 디지털 혁신은 대다수 기업(경영진)에게는 ‘가보지 않은 길’ 또는 ‘익숙하지 않은 길’일 것이다. 따라서 출발선에서 최소한의 의사결정 기준이나 처리방식을 정해두지 않으면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고 계획/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예산/노력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바꿔 말하자면 디지털 혁신 추진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제기하고 어떤 의사소통 및 논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 실행한 후 결과를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담은 지침(서)이다. ‘누가(who)’에는 임원(예: CEO, CDO, CIO, CFO), 프로젝트 오너/책임자, 프로젝트 팀원 등 개인과 부서/팀, 위원회, 이사회 등 그룹이 포함된다. 개인에게는 의견 제시, 검토, 결재, 책무(accountability) 등, 부서에는 주관부서와 협조부서 등 역할과 책임(R&R: Roles & Responsibilities)이 부여된다. ‘무엇(what)’에는 여러 가지 전략적/전술적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접근방안, 계획서, 보고서, 결과물 등이 포함된다. ‘언제(when)’에는 전략이나 계획 수립이나 성과 평가 시점, 프로젝트별 마일스톤/단계의 전 또는 후 등이 포함되고, ‘어떻게(how)’에는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논의-결정 방식과 전원 합의, 과반수, 2/3 찬성 식의 의결 기준이 포함될 것이다. 


디지털 거버넌스리더와 추진조직

   디지털 혁신 총괄 책임자인 CDO(Chief Digital Officer)는 경영진의 일원으로 디지털 혁신 정책/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의 계획-실행-평가를 주관한다. CDO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통찰을 갖추고 기업의 임무/비전, 사업, 제품/서비스, 시장/고객 등 경영관리 전반을 이해하는 임원이어야 한다. ‘통찰(insight)’이라 한 것은 기술 발전 또는 변화의 표면과 이면을 살펴서 적시에 적합한 전략을 구사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기술은 실제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하다가 어느 순간에 실용화/상업화 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특정 제품/서비스가 되어 시장과 소비자에게 선택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특정 기술의 과거-현재-미래를 헤아리지 못할 경우,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쫓느라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놓칠 수 있다. 


   CDO는 또한, 기업 내부 임직원과 외부 파트너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CDO는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때로는 기획자, 지원자, 촉진자, 실행자 등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그와 같은 지식/경험의 균형과 이상적인(ideal) 자질을 갖춘 CDO를 내부에서 선임하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를 보완할 인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내부 발탁 CDO는 신기술 동향이나 특성에 대한 이해와 판단력이 부족할 수 있고, 외부 영입 CDO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기업 문화나 핵심역량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 본부/추진팀(CDOO: CDO Office)은, 명칭은 어떻게 붙이든, CDO를 도와서 구체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계획-실행하는 주무 부서이다. CDOO는 우선 기업 내/외부에서 뛰어난 지식/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모은 전문가조직(COE: Center of Excellence)이어야 한다. 이사회 또는 임원회의 같은 관리 조직이 CDO와 CDOO를 지원하거나 통제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혁신은 비(非)전문가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또한, CDOO는 여러 기능부서를 아우르는 교차기능(cross-functional) 조직이어야 한다. 이는 기술 부서는 신기술 도입, 재무 부서는 ROI, 생산 부서는 작업 생산성, 마케팅 부서는 단기 매출/이익에 집착하는 식의 사일로(silo)가 되는 것을 지양하고 수평적 의사소통과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이다.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연결, 통합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데 있기에 이를 조직운영에도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각 사업부나 기능부서에도 디지털화를 리드하는 ‘챔피언’을 선임(또는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디지털 리더와 추진조직이 만드는 디지털 리더십의 강약에 따라 혁신 성과가 달라진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2017)는 디지털 혁신의 성공요소로 Top-down 리더십, 명확한 목적과 비전 설정, 전담조직 설치와 혁신 주도권 부여 등을 꼽았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무역협회(2023) 조사에 의하면 DX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 ‘경영진의 관심과 추진력’이라고 한다. MIT & Capgemini(2011)는 일찍이 기업을 디지털 리더십(‘digital management intensity’)과 디지털 실행력(‘digital intensity’)의 수준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리더십과 실행력이 모두 강한 기업을 마스터(digirati or digerati), 리더십은 강하지만, 실행력은 약한 기업을 보수주의자(conservative), 리더십과 실행력이 모두 약한 기업을 초보자(beginner), 리더십은 약하지만 실행력은 강한 기업을 패셔니스타(fashionista)라고 하였다. 리더십이 약하면 디지털화 진행이 더디거나 기업 성과에 연결되지 않는, 실속 없는 결과만 얻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거버넌스의사결정 방식과 절차

   디지털 혁신 관련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CDO와 CDOO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CEO가 최종 결정자로서 책무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 혁신은 종래의 IT 기반 혁신과 달리 기업의 장/단기 성과를 좌우하는 작업이며 비즈니스의 본질(예: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을 바꿀 수도 있는 커다란 변혁이기 때문이다. 델(Dell)의 CEO 마이클 델은 “디지털 혁신은 IT 팀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CEO의 참여가 전제되는 프로젝트이어야 하고 CEO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이어야 한다”고 하였다(JP Potter, 2017). 1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통기업 버버리는 2006년, 새로운 CEO인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ts)가 ‘디지털 미디어 컴퍼니’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면서 디지털 혁신에서도 선도기업이 되었다. 그 외에도 GE의 제프 이멜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등이 디지털 혁신을 선도한 대표적 CEO들이다. 


   디지털 혁신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Gökalp & Martinez(2021)는 ‘디지털 혁신은 전략적 거버넌스(Strategic Governance)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전략적 거버넌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역량을 모아서 주어진 문제를 역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성과를 거두는 방식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책 수단을 가진 정부와 위기관리에 능한 기업이 협업함으로써 시너지를 낸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디지털 혁신 거버넌스는 산업, 기업, 프로젝트 등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여러 가지 조직 형태에 상응하는 5가지 즉, 수직적/수평적/다원화/협업적/임의적 거버넌스를 정의한 바 있다(김덕현, 2022). 예를 들면, 디지털 혁신 목표가 명확하고 권한/책임을 CEO/CDO가 전담할 수 있다면 수직적 거버넌스가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목표/기대가 상이하고 디지털화 대상과 적용 기술 자체에 위험요인이 있다면 권한/책임을 분할(또는 분산)하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수평적 거버넌스 또는 협업적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참고문헌>

∙Gökalp, Ebru and Veronica Martinez(2021), “Digital Transformation Capability Maturity Model Enabling the Assessment of Industrial Manufacturers”, Computers in Industry.

∙Gotter, JP(2017), "디지털 혁신에서 '전문가 조직(CoE)'이 중요한 이유", CIO, June 19.

∙MIT & Capgemini(2011), Digital Transformation: A Roadmap for Billion Dollar Organizations. 

∙WEF & Accenture(2016), Digital Transformation of Industries. 

∙Welchman, Lisa(2015), ‘Managing Chaos: Digital Governance by Design’, Rosenfeld Media. 

∙김덕현(2022),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전략-전술’, 부크크(Bookk), p.175~176.

∙한국무역협회(2023), "디지털 전환, 국내기업 유럽·미국 기업 대비 1~1.5단계 뒤져", 보도자료, 3. 31.자

∙한국정보산업연합회(2017),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의 고려사항”, 2017년 IT산업 메가트렌드,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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