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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l 07. 2024

디지털 혁신 실행: 제품의 디지털화

디지털 혁신-14

제품서비스가치제안

   제품은 물리적 형상을 가진 재화를 가리키며 제조업(예: 기계, 전자, 자동차, 항공, 선박 등 제조)에 속한 기업이 생산한다. 영어의 product는 유형 제품과 무형 서비스를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goods는 유형 제품만을 가리킨다. ‘Product’가 생산자 관점의 용어인 반면 ‘goods’는 거래/교환을 담당하는 ‘판매자’ 관점의 용어인 셈이다.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은 ‘생산자/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가치’라는 의미로 제품, 서비스, 부가서비스, 고객경험, 특정 문제해결을 위한 오퍼링(offering), 그리고 솔루션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은 좁은 의미에서는 소비자가 (구매할) 브랜드의 인지, 구매, 소비 과정에서 얻게 되는 모든 인지적, 감각적 경험을 가리킨다. 고객경험은 넓은 의미에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직원, 생산/유통 협력업체 등의 경험을 포함한다. 이하에서는 가치제안 중에서 유형(有形)인 것을 제품, 무형(無形)인 것을 서비스, 제품/서비스가 혼합된 것을 솔루션으로 구분해서 사용할 것이다. ‘디지털(화 된 유형) 제품’은 종래의 아날로그 제품과 달리 형상이 없는 정보나 표식(symbol)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경계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결합/융합된 솔루션으로 생산-유통되고 있고, 솔루션 자체도 특정 문제해결용을 넘어 범용(general purpose) 솔루션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의 등장 발전

   디지털 제품(Digital Product)은 형상을 가진 물리적 제품(Physical Product)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① 기존 아날로그 제품을 디지털화한 것(예: 전자책)과 ② 처음부터 디지털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예: 패키지 SW, 앱 형태의 디지털 치료기기)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디지털 제품의 범위와 수준은 관련 기술 발전과 혁신 기업(가)의 노력과 투자, 소비자/사용자의 수용 등에 따라 계속해서 확대되고 고도화되었다. 1990년대에는 주로 인터넷/웹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콘텐츠나 개념, 서비스 등의 디지털 제품이 등장하였다. 디지털 문서/정보/오락(예: 책, 신문; 지식, 강의; 음악, 영화), 디지털 기호/표식/개념(예: 전자티켓, 온라인 광고, 전자지불), 디지털 프로세스/서비스(예: 전자상거래, 스마트 의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0년대 전후로 센서, 초소형 컴퓨터, 무선 통신, 광대역 통합망 등 유비쿼터스(u-) 컴퓨팅/네트워킹 기술이 적용되어 연결성, 실시간성이 향상된 디지털 제품(예: u-러닝, u-홈, u-시티)이 등장하였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BT), 나노기술(NT),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등을 결합한 융합 제품/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유형 제품과 무형 서비스 구분이나 제조업, 서비스업, 농축산업 식으로 산업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초고속/이동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동하는 스마트(smart) 제품이 등장하였다. ‘스마트 제품’은 디지털 제품 중에서 자율적(autonomous) 센싱-판단-실행이 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2010년대를 전후로 급속히 발전한 AI, 로봇, AR/VR, 3D 프린팅 등 기술에 힘입어서 인류는 더욱 고수준의 디지털 제품을 생산-유통-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제품의 경제적/사회적 효과

   디지털 제품은 오랫동안 물리적 & 현실세계에서 생활해 온 인류의 활동 영역을 점차 디지털 & 가상세계로 이전(또는 확장)하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1990년대에 e-비즈니스가 등장, 발전하면서 인류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오가는 식으로 양쪽 세계의 편익을 누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밀착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u-비즈니스를 넘어 스마트 비즈니스에 이르면서 가상세계에서의 활동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게임, 공연/전시, 회의/협업 등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언젠가는 인간 생활의 상당 부분을 가상세계에서 수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디지털화는 경제적/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만든다. SW 형태의 디지털 제품은 아날로그 형태(예: CD)로 만들어서 판매할 수도 있고 다운로드/스트리밍(streaming) 방식의 온라인 채널로 판매할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한 SW 제품의 업데이트도 OTA(Over-The-Air) 즉, SW 가동 중에 무선 통신망을 통해 접속, 다운로드, 실행하는 식으로 자동 처리한다. 디지털 제품은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의 지체나 노력의 낭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효용을 제공한다. 신개념 디지털 제품은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 목적으로 개발, 판매되는 SW를 가리키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환자들에게 저비용이면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물리적 제품은 축소재생산을 피할 수 없지만, 디지털 제품은 논리적으로는 무한대로 가치가 늘어나는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 21세기 들어서서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미래가 불안한 가운데 물리적 제품(예: 친환경 차량, 무기체계와 군수품)의 생산-유통-소비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과업이다. 전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었던 팬데믹은 사람 간, 사람-사물 간 직접적인 접촉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솔루션과 관련 제품(예: 키오스크, 로봇)의 디지털화를 촉진시켰다. 한편, 1990년대 이후 디지털화는 사이버 범죄, 중독, 오/남용,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디지털 디바이드’) 등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서 기능/성능, 품질이 향상된 제품/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긍정적 효과가 늘어나고 부정적 효과가 줄어들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제도, 문화 등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자, 기업가, 사용자, 정책가 등이 긴밀한 상호작용과 협업을 통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 


물리적 제품의 디지털화 방안 

   IBM(2011)은 제품의 디지털화 방안으로 개선(enhance), 확장(extend), 재정의(redefine) 등을 제시하였다. ‘개선’은 기존 제품에 디지털 콘텐츠/정보, 고객경험 등을 덧붙여서 고객 불편을 해소하거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차량 내 여러 가지 기능을 수동으로 제어하던 것을 사전 설정을 통한 자동 제어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확장’은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차량의 운행 상태를 보여주는 역할만 하던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가 전화, 이메일, 식당 예약 등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재정의’는 기존 제품을 아예 디지털 상품으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시간 멀리 이동해서 야외에서만 즐기던 필드 골프를 도심에서 쉽게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스크린 골프가 여기에 해당한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한 단체인 VDMA 등(2016)은 제품의 디지털화 방안으로 센서/구동장치 추가, 소통/연결성 추가, 데이터 저장/교환 추가 등을 제시하였다. 이는 특정 용도로만 쓰이던 물리적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기능/성능을 확대하고 새로운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제품에 센서/구동장치가 추가되면 위치, 상태, 이동, 외부 환경 등을 측정해서 사람이나 다른 사물(예: 장비, 설비, 컴퓨터)에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이 된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추가 적용하면 자율적 ‘센싱-판단-구동’이 가능한 스마트 제품이 된다. 소통/연결성 추가는 외부에서 받은 신호/메시지를 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물과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용하는 통신 기술(예: 유/무선 통신망, LAN/WAN/인터넷)의 특성에 따라 송/수신 수준과 범위가 달라진다. 데이터 저장/교환 추가는 외부로부터 획득(또는 수집)한 데이터를 보관 또는 가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특정 제품 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면 외부/원격지에 있는 서버의 지원이 없더라도 지능적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심장병 환자의 몸에 삽입된 스마트 칩은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해석해서 알맞은 조치를 취한다.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가전 등은 기존 제품에 위와 같은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를 소규모언어모델(SLM)으로 만들어서 스마트폰이나 PC에 내장, 활용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품의 디지털화목적별 구현 예

   제품/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연결/일관화/통합, 분리/분할/분권화, 지능화/자동화/무인화, 실시간화/온디맨드, 가상화/실감(實感)화/실체(實體)화, 맞춤/개인화/친(親)인간, 친(親)환경/저(低)에너지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참조: https://brunch.co.kr/@duk-hyun/112). 아래는 여러 가지 디지털 제품을 디지털화 목적별로 예시한 것이다. 


<연결/통합 제품()>

커넥티드 카: 차량 내부 장치나 컴퓨터와 외부 장치나 서버를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해서 운전자에게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함.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센서와 통신 기능이 포함된 (초)소형 기기로 사람 몸에 부착(또는 착용, 삽입)해서 ① 사람-사람 간 연결, ② 사람-컴퓨터 간 연결, ③ 사람의 역량을 증강함. ①의 예로 타이완 기업인 템프팔(Temp Pal)이 개발한 부착형 온도계(: 원격지에서 앱을 통해 환자/아기의 체온을 상시 측정-모니터링할 수 있음), ②의 예로 시계나 안경을 통해 체온이나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기기, ③의 예로 뉴럴링크(Neurallink)가 개발 중인 BMI(Brain-Machine Interface) 칩을 들 수 있음. 침습형 장치인 BMI 칩이나 같은 목적의 비침습형 기기는 궁극적으로 생각만으로 사물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임. 

▸테슬라의 ‘옥토밸브’: 공기조절장치, 배터리 등 부품별로 별도의 냉각 또는 가온(加溫) 회로를 갖고 있던 종래의 자동차와 달리 ‘옥토밸브’는 8개 밸브를 가진 하나의 장치로 모든 열 관리 기능을 통합한 것이기에 부품 수와 차량 무게를 줄이는 효과도 있음. 새로운 기능의 추가/업데이트는 OTA 방식으로 처리함. 


<분할 제품()>

▸SCM, CRM 등 패키지 SW: SCM(공급망 관리)은 대표적 기업정보시스템인 ERP(전사적 자원관리)의 기능 중에서 조달관리 부분을 분할, 전문화한 것이며, CRM(고객관계관리)은 판매/마케팅/고객지원 부분을 전문화한 것이라 할 수 있음. 


<지능화/자동화/무인화 제품()>

▸스마트 제품(HW 중심): 스마트/자율주행 차량, 스마트 로봇/드론, 스마트 홈/빌딩, AI 스피커, 스마트 보일러, 지능형 무기체계 등

▸스마트 제품(SW 중심): 뤼이드(Riiid)의 ‘산타(Santa)’-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TOEIC 학습시스템

▸자동화/무인화 장비/설비: 지능형 선반(shelf), 스마트 카트(cart), 키오스크(kiosk), 조립용/의료용/배송용 로봇, HD현대의 ‘Future-X’-무인 굴착기(: 드론, 현장 카메라 등을 활용한 미래형 건설기계 Concept)


<가상화/실감화/실체화 제품()>

▸가상화: 전자책, 디지털 치료제, 스크린 골프, HMD(Head-Mount Display) 

▸실감화: VR 게임, AR 장치(예: 스마트 글래스), 햅틱 장치(: 진동, 힘, 충격 등을 촉각을 통해 인식할 수 있게 만든 마우스, 조이스틱 등)

▸실체화: 3D 피규어, 패키지 SW (CD 수록), (운전/사격) 훈련용 시뮬레이터


<기타디지털 제품()>

▸맞춤화  (예) 비스포크(bespoke) 가전, 맞춤 화장품

▸개인화  (예) 주문형 자동차/주택

▸친인간화  (예) (육체노동자나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친환경화  (예) 연료전지 전기차, 스마트 계량기/온도조절기  //  


참고문헌

∙IBM(2011), Digital Transformation, 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 

∙VDMA 등(2016), Guideline Industrie 4.0,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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