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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l 18. 2024

디지털 혁신 실행: 서비스의 디지털화

디지털 혁신-15

서비스 경제와 디지털 경제

   서비스는 재화의 생산을 촉진/지원하고 인간 생활의 질(質)을 높여주는 무형 상품이다. 서비스는 유형 제품과 달리,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체(實體)가 없다 보니 객관화된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워서 이를 거래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바고 & 루쉬(Vargo & Lusch, 2004)는 ‘서비스는 한 개인/기업이 가진 지식, 기량 등 역량을 다른 개체를 위해 사용하는 것’(application of competencies-knowledge & skill- by one entity for the benefit of others)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다른 개체’란 개인, 정부, 다른 회사, 같은 회사 내 다른 부서 등을 가리킨다. 그들이 제안한 ‘서비스 지배 논리’(SDL: Service-Dominant Logic)에 의하면 제품은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며 서비스 생산-유통 과정에서 ‘가치’가 창출된다. ‘가치’는 생산자에 의해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SDL은 마케팅과 전략을 포함한 경영학 전반, 그리고 경제학, 사회학, 정보시스템 등 여러 인접 학문 분야와 산업 현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SDL은 경제활동의 중심이 물적 자산에서 지적 자산으로, 제품/제조업체 및 공급자 주도에서 서비스/유통업체 및 수요자 주도로, 정적 가치사슬에서 역동적 가치 네트워크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경제가 등장, 발전한 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서비스 경제는 미국에서는 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제조업의 비중을 넘어선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서비스 경제의 원동력이 된 디지털 경제는 1970년대 말 ICT가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수단이 되면서 싹트기 시작했고 인터넷이 상용화된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2010년대 이후 디지털 경제가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제조업, 서비스업, 농축산업 등 산업의 경계와 제품-서비스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화 대상과 범위, 수준 등이 고도화되면서 SDL이 예견했던 ‘모든 경제가 서비스 경제인 시대(All economies are service economies)’가 된 것이다. 


   유형 제품의 디지털화는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무형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시간/공간적 제약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신개념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차량/승차 공유로 시작된 ‘공유경제 서비스’는 여러 가지 물적/지적/인적 자산과 역량을 다수가 나눠 쓰는 서비스로 확산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용자/사용자가 각종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가운데 필요에 따라 원격지에 있는 서비스 제공자의 자산에 접속,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그(Gig) 경제’는 상시 고용된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 일시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비정규직이 보편화된 경제를 가리킨다. 비정규직의 수요-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휴먼 클라우드’라고 한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서비스 vs. 디지털 서비스

   아날로그 서비스는 무형성(無形性), 이질성(異質性), 비(非)분리성, 소멸성(消滅性) 등의 특성을 가진 재화로 간주해 왔다. 서비스의 그와 같은 특성은 한편으로는 유형 제품과는 차별화된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거래/교환을 어렵게 만드는 약점이 된다. 무형인 서비스는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생산-유통할 수 있지만, 고정가격 책정과 운송, 전시, 저장 등이 곤란하다. 서비스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이질성 때문에 표준화/규격화가 어려워서 생산-유통의 효율이 낮아진다. 서비스는 생산-소비가 동일 시간 & 공간에서 이루어지기에 재고관리나 유통을 위한 비용/시간 부담이 작지만, 시/공간이 달라지면 다시 생산-소비해야 한다. 서비스는 생산 즉시 소비되기에 저장, 보관했다가 재판매/재사용할 수 없다. 


   아날로그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종래의 서비스가 가진 강점은 유지하면서 약점을 보강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첫째, 무형인 서비스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유형의 서비스로 만들면 가치를 인식, 평가하기 쉬워진다. 가상시착(virtual try-on, 假想試着)은 옷이나 안경을 구매하기 전에 스마트 미러(mirror)나 PC 화면에서 착용 후의 모습을 미리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둘째, 음식 조리, 음료 제조, 의료 수술/시술처럼 시간/장소와 서버 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서비스를 SW나 로봇을 활용해서 규격화, 자동화하면 생산-유통 비용을 줄이고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셋째, 음악 공연이나 대학 강의처럼 생산-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서비스를 저장, 운송 가능한 실체(예: 오디오/비디오 파일)로 만들면 재사용 & 재판매 가능한 제품이 된다. 이처럼 종래의 서비스 중에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제품의 강점과 서비스의 강점을 모두 갖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서비스는, 제품에 비하면, 수요의 이질성, 다양성이 훨씬 더 크므로 이를 적정 수준(또는 범위)으로 제한(또는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음료의 종류나 맛의 범위를 적정 수준에서 제한하지 않고 ‘모든 음료’를 제공하도록 한다면 사람 바리스타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비용이 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디지털 서비스는 생산자에게는 비용/시간 단축과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 같은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고 소비자/이용자에게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 생산-유통 방안

   디지털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사용자, 서비스 생산방식과 유통방식 등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아날로그 서비스보다 향상된 가치를 창출한다. 예를 들면, 서비스 제공자인 사람이나 사물에 AI를 적용해서 지능화하고 로봇을 추가(또는 대체)하는 식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서비스 생산-유통도 지능화/자동화하거나 스마트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서 실시간화하고 AR/VR을 활용해서 실감화/가상화할 수 있다. 모바일/5G 통신, 프로세스 관리 기술 등을 활용해서 분절된 서비스를 연결, 통합하거나 반대로, 블록체인이나 분산 DB를 활용해서 중앙집중된 데이터나 프로세스를 분산, 분권화할 수 있다. 빅데이터, AI, 초고속 통신 기술 등을 활용해서 소비자/사용자 그룹의 요구에 맞춤화(customization)하거나 특정 소비자/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인화(personalization)할 수도 있다. 맞춤화/개인화는 생산 단계와 유통 단계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처리 시간/비용은 증가하지만, 사용자 만족도를 높여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매출/이익 향상에 기여한다. 맞춤화는 고객의 명시적 요구사항을 빅데이터로 수집, 분석해서 적정 범위(예: 5가지 색상 x 4가지 패턴)의 규격으로 설계-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화는 고객의 묵시적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의 개인 특성(예: 성, 연령, 소득), 라이프 스타일, 기호 등을 종합,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 서비스는 플랫폼 기반 구조 또는 플랫폼이 없는 모노리식(monolithic)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 생산-유통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플랫폼 구조로 구현하는 것이 유리하다. 디지털 서비스를, 모든 기능이 한 덩어리인 모노리식 구조로 구현하면 독립성이나 일관성은 커지겠지만, 개발 시간/비용이 커지고 확장성이 낮아진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플랫폼으로 구현하면 중복 생산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서비스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는 맨 아래부터 인프라플랫폼애플리케이션 등의 계층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원 계층에 따라 IaaS, PaaS, SaaS 등으로 분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R&D, 조달, 생산, 판매, 협업과 융합 등 서비스 가치사슬의 각 단계나 작업별로 전문화, 구축할 수 있다.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후보물질 분석, 임상시험 대상 선정 등 R&D에 특화된 플랫폼 계층을 포함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와 협업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계층을 포함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 유통은 종래의 채널인 B2B와 B2C 외에 B2D를 활용할 수 있다. B2D는 서비스 생산-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사물/기기(Device)를 대상으로 한 채널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의료 서비스는 환자나 의약품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판매하는 B2B 서비스와 원격 의료, 디지털 의료기기처럼 환자/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B2C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B2D 서비스는 기업이 지능화된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병원의 서버가 환자나 약품에 부착/삽입한 칩(chip)에 후속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개념 유통 모델로 D2C/DTC(Direct to Consumer), O2O(Online to Offline), O4O(Online for Offline) 등이 있다. D2C/DTC는 생산자나 판매자가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인 23andMe는 병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D2C 방식을 최초로 적용하였다. 같은 개념인 DTC는 ‘디지털 네이티브’ 유통업체들(예: 와비파커, 안경 판매)이 시작해서 제조업체(예: 현대자동차, 갤로퍼 SUV 판매)도 적용하였다. O2O는 여러 가지 유형을 포괄하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예: 구글)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예: 스마트폰 판매)에 진출하는 것, O4O는 O2O의 일종으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기업/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예: 아마존 Go 무인매장)을 가리킨다.  


서비스의 디지털화목적별 구현 예

<연결/통합 서비스()>

▸프로세스 연결/통합: 설계 업체와 제조업체 연결, 프로세스 통합(예: 애플의 설계도를 받아서 완제품을 제조하는 팍스콘의 OEM 서비스), 우리나라 대중교통 환승 서비스

▸장비/설비 연결/통합: IoT를 활용해서 원격지에 있는 고객에게 판매한 장비 상태를 모니터링, 제어하고 정비를 해 주는 서비스(예: GE의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Predix, Cisco의 IoT Control Center) 


<분리/분할/분권화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 자산(예: 컴퓨팅 장비/SW, 인력)의 소유와 접속/활용을 분리

▸마이크로 서비스(아키텍처): 애플리케이션을 작은 규모의 독립적인 서비스로 분할, 배포, 관리함으로써 안정성과 확장성을 높임(예: 넷플릭스의 분산 서비스)

▸데이터 마트(Mart): 중앙집중식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보안성이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 또는 사업부별로 분할해서 구축, 운영

▸분산 네트워크: 블록체인을 적용해서 공급망 추적성(traceability)을 높임(예: IBM의 Food Trust 플랫폼)     

<지능화/자동화/무인화 서비스()>

▸지능화: 의료/금융/유통/물류/교육/미디어/마케팅-광고/지식서비스 (경영/기술 컨설팅, 법률자문, 회계/사업 서비스) 등의 디지털화

▸자동화: RPA(Robot Process Automation)을 이용한 단순-반복 업무 자동화, 챗봇을 활용한 고객 응대 자동화

▸무인화: 로봇, 드론 등을 활용한 수송/배송, 입/출고/재고관리(예: 아마존 창고관리) 


<실시간화/온디맨드 서비스()>

▸실시간화: 우버의 차량 호출-배차, 경로 선택, 요금 책정 등 실시간 처리 

▸온디맨드: 스포티파이의 음악 스트리밍, 넷플릭스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가상화/실감화/실체화 서비스()>

▸가상화: VR 게임, 가상 이벤트, 공정 모니터링 제어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실감화: AR 활용 정비/게임; 메타버스 기반 화상회의, 공동설계, 공연/전시

▸실체화: 쉐이프웨이즈사의 3D 프린터를 활용한 부품/자재 제작 서비스 


<맞춤/개인화/친인간 서비스()>

▸맞춤화: 와비파커의 맞춤 안경 제작-판매, 로컬모터스의 주문형 차량 제조

▸개인화: 아마존의 예측배송(고객이 필요로 할 상품을 예측, 적시-적소에 배송함)

▸친인간: 위험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위치/상태 모니터링 및 안전관리 


<친환경/저에너지 서비스()>

▸종이없는(paperless) 거래/행정(예: 전자 영수증/계산서 발급)

▸가상 설계/제작/시험: 차량, 항공기 등을 개발할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 AR/VR 등을 활용해서 실물 제작-시험에 투입되는 자원 소모와 환경오염을 줄임.

▸스마트 미터 & 구글 네스트의 에너지 사용 통합관리

▸탄소배출권 거래/인증 플랫폼 서비스  //  


참고문헌 

∙Vargo, S. L. and R. F. Lusch(2004), “Evolving to a New Dominant Logic for Marketing”, J. of Marketing, v.68,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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