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24
디지털 전환(DX) 추진 기업 중 상당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맥킨지에 의하면 전체 DX 프로젝트의 70% 정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DX를 비즈니스가 아닌 기술 문제로 보는 인식’을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보스턴대 Kane(2017) 교수는 DX는 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방식과 고객 기대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모색하는 것이고 ② ‘전환’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adaptation)’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이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사용자 관점에서 DX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Endler(2018)도 DX는 업무(방식)에 대한 점진적 변화를 가리키는 ‘Business Evolution’이 맞는 이름이라고 하였다.
MIT의 George Westerman(2019) 교수는 “기술은 빠르게 바뀌지만, 조직은 더디게 바뀐다”는 ‘조지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조직’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합체이며 일정한 제도에 따라 운영된다. 조직운영을 위한 ‘제도’는 간단하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단위업무(예: 고객 불편처리) 수행 지침으로부터 부서/부문의 공통 규칙(예: 부품 가공/조립 절차), 나아가 쉽게 바꾸기 어려운 전사 차원의 규정이나 절차(예: 자산관리 규정) 등을 포함한다. 조직 ‘구성원’인 사람은 교육훈련을 통해 얻은 지식/경험과 기량(skill), 그리고 특정 대상에 대한 인지적/심리적/행위적 태도(attitude)를 가진 존재이다. 예를 들면, AI라는 신기술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이를 업무에 활용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잘 모르면서 배우려 하지 않고 심지어 거부/회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DX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는 업무의 전환, 업무보다는 조직과 사람에 대한 전환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사람’은 경영진, 중간관리자, 실무자, 그리고 협력사 직원 등을 포함한다. 경영관리자가 DX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관보다는 과학적 기법과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을 확대할 때, 또 실무자들이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마인드로 업무를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출할 때 DX는 비로소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 나아가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계나 산업 현장의 많은 전문가는 기술요소보다는 전략, 비즈니스 모델(BM), 거버넌스, 실행력 등 관리요소가 디지털 혁신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탁월한 전략이나 BM도 우수한 실행력이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DX의 필수 과제 중 하나는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 즉, 경영관리자의 리더십 및 의사결정 역량과 실무자의 직무 수행 역량을 고도화하는 작업이다. 경영 계층이나 담당 직무와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은 담당 직무 수행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생산성이나 의사결정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1월, 다보스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그에 수반되는 경제, 사회 변화를 조망하면서 인류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였다. 미래 직무에 대한 보고서(WEF, 2016)에서는 예상되는 직업/직무 변화와 새로이 요구되는 근로자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였다. 미래 근로자는 ① 개인 능력(ability): 인지능력, 물적 능력, ② 기본 기량(basic skill): 콘텐츠 기량, 프로세스 기량, ③ 연결 기량(cross-functional skill): 사회적 기량, 시스템 기량, 문제 해결 기량, 자원관리 기량, 기술적 기량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보고서(WEF, 2023)에서는 특히, 직무 수행에 필요한 비기술적 능력인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팀워크, 리더십, 감성 지능, 문제해결 능력, 자기 관리, 유연성 등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맥킨지(2021)는 조사를 통해 미래 근로자에게 필요한 56개 기량 및 태도를 식별하고 이를 4그룹 즉, ① 인지적 스킬: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정신적 유연성, 계획 및 작업 방식, ② 디지털 스킬, ③ 대인관계 스킬: 관계 개발, 팀워크 효과성, ④ 자기 리더십 스킬: 자기 인식 및 자기 관리, 목표 달성, 기업가 정신 등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디지털 혁신이 확산하면서 디지털 스킬의 중요성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가 정의한 디지털 스킬은 다음과 같은 세부 기량을 포함한다.
- 디지털 유창성 및 시민의식: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학습, 디지털 협업, 디지털 윤리
- SW 사용 및 개발: 프로그래밍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및 통계, 컴퓨팅 및 알고리즘 사고
- 디지털 시스템 이해: 데이터 리터러시, 스마트 시스템, 사이버 보안 리터러시, 기술 번역 및 지원
디지털 스킬의 핵심은 직원, 파트너, 팀의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文解力)에 있다. UNESCO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고용, 양질의 일자리, 기업가 정신 등을 위해 디지털 기술로 정보를 안전하고 적절하게 접근, 관리, 이해, 통합, 소통, 평가 및 생성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도구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정보를 비판적 사고로 다루고 관련자와 의사소통하며 종합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관리, 이해’가 최소한의 역량이라면 ‘정보를 통합, 소통, 평가, 생성’하는 것은 그보다 고수준의 역량이다. 후자는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리더십, 협업 능력, 사이버 보안, 디지털 윤리, 창의성 등 소프트 스킬이 전제되거나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량에는 맥킨지가 제시한 공통 기량 외에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기량도 추가되어야 한다. 제조업 경우, 생산 데이터 분석 및 해석 능력, 스마트 제조기술(예: IoT, 센서, 로봇, 머신러닝), 디지털 트윈 설계-운영(예: 가상세계 모델링, 시뮬레이션, 최적화) 등이 필요하다. 서비스업 경우, 디지털 고객경험 설계,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광고/홍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디지털 협업 도구(예: 원격 회의, 메타버스) 활용 능력 등이 중요하다. 농업 경우, 정밀농업 기술(예: GPS, 지리정보시스템, 원격탐사), 기후/토양/작물 등 농업 데이터 분석, 스마트 농업 장비/설비 운영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이상의 디지털 역량 확보를 통해 개인/팀은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업무 효율 증대, 의사소통 개선, 협업 확대, 혁신 촉진, 고객경험 개선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팀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해 기업은 디지털 기술 및 도구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여러 구성원이 함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그 결과로 교차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의 구성-운영 및 협업 성공 경험과 지속적 & 조직적 학습 역량이 축적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량 육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o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영계층별(예: 경영진, 중간관리자, 실무자), 직무별(예: 생산직, 판매직), 수준별로 AI를 포함한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내/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대학의 교과과정처럼 기초, 심화, 응용 등으로 나누고 이론 교육과 실습, 프로젝트 수행 등을 포함한다.
o 디지털 기술 활용 & 협업 도구 제공: 문서 작성, 오디오/비디오 콘텐츠 저작, 데이터 분석, 원격 회의 및 의사소통 등을 위한 디지털 도구를 제공한다.
o 리(Re)스킬링 & 업(Up)스킬링 지원: COE(Center of Excellence)나 외부 전문업체를 활용해서 담당 직무의 디지털화(예: 생산 자동화, 디지털 마케팅,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를 위한 교육훈련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o 디지털 역량에 대한 평가보상체계 운영: 우수한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직무에 적용해서 성과를 거둔 임직원에게 포상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그와 같은 평가보상체계를 제도화한다.
o 데이터 교환/공유 시스템 구축: 부서 간, 파트너 간에 공유할 데이터/정보를 식별, 표준화하고 알맞은 집적방식(예: 데이터 웨어하우스/레이크/메시), 교환방식(예: API로 연결, 직접 접속), 보호방식(예: 권한부여, 접근통제) 등을 통해 업무에 활용토록 한다. 참고로 데이터 웨어하우스(Warehouse)는 일상업무용 DB에서 의사결정용 데이터만 뽑아서 중앙집중식으로 구축한 저장소이고, 데이터 레이크(Lake)는 기업 내/외부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정형/비정형 자료를 포괄하는 저장소이다. 데이터 메시(Mesh)는 기술 측면에서 가장 진보된 것으로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집적하지 않고 분산된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집적하는 방식이다.
o 사이버 보안 및 디지털 윤리 의식 제고: 부당한 데이터 유출이나 개인정보 침해를 방지하고 데이터나 SW가 구성원의 권익 및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제도를 적용한다.
o 해커톤(Hackathon), 경연대회, 심포지엄 등 운영: 구성원 및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해커톤이나 경연대회, 심포지엄 등을 개최해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내/외부 기술자/전문가들이 교류하는 기회를 만든다.
<제조업>
o FourJaw의 기계 모니터링 플랫폼 활용
영국의 정밀 가공 회사인 Sterling Machining은 FourJaw의 기계 모니터링 플랫폼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함. 이 플랫폼을 통해 CNC 기계 운영자들은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 & 분석 능력을, 관리/사무 직원들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능력을 확보함. 또한, 기계 활용도가 70%에서 100%로 향상되는 식의 실질적 성과를 거둠(출처: https://www.amrc.co.uk/news/).
o 전문업체의 교육 프로그램 활용
글로벌 교육 전문기업인 CloudAssess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인 "Digital Literacy & Mobile Technology"를 운영하고 있음. 이 프로그램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 이해, 모바일 기술의 산업 응용(예: 유지보수, 재고관리, 현장 데이터 수집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데이터 수집/분석/협업 능력 개발, 산업별 맞춤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을 다룸(출처: https://CloudAssess.com).
<서비스업>
o 북미 정부 기관의 디지털 교육과정 운영
북미 보건 분야 정부 기관은 기술 교육 전문업체인 WithYouWithMe(WYWM)를 통해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함. 교육 프로그램은 600명 이상 공무원의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자기 주도적 온라인 학습과 강사 주도의 데이터 부트 캠프를 결합한 형태로 진행됨. 각 부서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였고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데이터 접근/사용/분석 능력이 향상됨(출처: https://withyouwithme.com/blog/).
o 애플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 교육
애플은 고객 서비스 담당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해 내부 DB 및 CRM 사용법,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개인화 고객경험 제공 방법, 고객의 ‘Genius Bar’(서비스센터) 방문 예약 시스템 등 디지털 플랫폼 활용법을 교육함(출처: https://emailtree.ai/blog/).
<농업>
o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의 농장 IoT 도입 지원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는 농업 분야 디지털 전환을 위해 "On-Farm IoT Trial" 사업을 실행함. 이 프로그램은 299개 농장의 농부들에게 평균 17,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서 IoT 장비와 관련 기술(예: 기상 모니터링, 토양 수분 모니터링, 보안 시스템, 관개 관리 등)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것임. 그 결과 79%의 참가자가 IoT에 대한 지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출처: https://agriculture.vic.gov.au/farm-management/agtech/).
o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디지털 교육 지원
USAID는 개발도상국 농부들의 디지털 기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함. 구체적으로 농부와 농업협동조합을 대상으로 모바일 앱을 활용한 토지 자원 권리 매핑 및 문서화, MS Office, Dropbox, CommCare 등 기본 SW 사용, 모바일 머니 활용 등을 교육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을 이룩함(출처: https://www.usaid.gov/). //
참고문헌
∙Endler, Michael(2018): “’Digital Transformation’ Is a Misnomer”, Medium, June 01.
∙Kane, Gerald, C.(2017), “‘Digital Transformation’ Is a Misnomer”, MIT Sloan Management Review, August 07.
∙Westerman, George(2019), “The First Law of Digital Innovation”, MIT Sloan Management Review, April 08.
∙McKinsey(2021), Defining the Skills Citizens will Need in the Future World of Work.
∙WEF(2016, 2023), Future of Jobs Report. World Economic For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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