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관점과 초점의 차이

개념과 통찰-9

by 김덕현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4가지 지식세계

하나의 대상을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것은 한편으로는 당연하면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견해가 건설적 비판과 토론을 통해 하나로 수렴된다면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사회 도처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비효율과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비유는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대중이 각자 자기 주장이 옳다고 고집하는 현상을 풍자한 것이다. 여기에서 ‘장님’은 시각 장애인이 아니라 부족한 지식과 편향된 사고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족한 지식’은 동료나 선배가 채워줄 수 있지만, ‘확증편향’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는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다.


어떤 문제를 놓고 안다, 모른다를 얘기할 때, ‘럼스펠드(Rumsfeld) 매트릭스’로 불리는 4가지 유형의 지식세계를 고려해야 한다. 나 또는 우리의 지식세계는 (1) 알려진 세계를 이해하는 것(‘known knowns’), (2) 알려진 세계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unknown knowns’), (3) 미지(未知)의 세계지만,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4) 미지의 세계이면서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것 (‘unknown unknowns’)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참고로, 이는 NASA에서 통용되던 분류 방식인데 미국 국방장관이던 도날드 럼스펠드가 (4)번 즉,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언급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아는(aware) 것과 이해하는(understand)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위 표에 있듯이 알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그 존재나 의미는) 모르지만 이해하는 것도 있다. (1)이나 (2)번에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일 수도 있고, (3)번에서 ‘아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일 때도 있다. 예외적 상황이나 불확실성은 실제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문제에든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부족한 지를 알고 그것을 채우는 것이다. (1)번처럼 알고 있고 이해도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한발 물러나서 합리적 의심을 해 보는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경우, 각자는 불완전한 지식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 인정하고 참여자 전체의 지식세계가 (1)~(4)를 최대한 커버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관점과 초점을 가진 이해관계자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할 때 참여자의 관점과 초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필자가 자주 인용/사용하는 ‘자크만 프레임워크(ZF)’는 사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개념적 모델링 도구이다. ZF는 1980년대 말, IBM 엔지니어였던 John Zachman이 정보시스템 아키텍처를 정의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로 만든 것이다. ZF는 추상적 개념이든 물리적 실체든 관계없이 대상을 2개의 축(軸) 즉, 관점(Views or Perspectives)초점(Focus)으로 나누고, 관점은 5개로, 초점은 6개로 나눔으로써 총 30개의 셀(cell)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식이다. 관점은 똑같은 문제를 놓고도 이를 테면 기업 내 경영진, 중간관리자, 일선 실무자의 입장이 다른 것을 가리킨다. 초점은 우리가 익숙한 6하 원칙에 해당한다. 어떤 문제든 왜,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식으로 풀어내면 명쾌한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토론할 때, A는 경영진 관점에서 Why 즉, 목표와 수단에 대해 얘기하고, B는 실무자 관점에서 How 즉, 구체적인 작업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그와 같은 차이를 서로 이해하는 가운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함께 올바른 해법에 접근해야 한다. 나아가 참여자 전체의 지식세계는 (5x6) 총 30개의 셀을 커버하고 있는지, 각 셀의 특성이 달라질 때 영향을 받게 될 다른 셀은 무엇인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집단지성 자체가 편향된 것이라면, 그것 또한 위험한 해법과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자크만이 ZF로 처음 정의했던 정보시스템 아키텍처를 도식화한 것이다. 6개 초점 중에서 ‘Why’는 해결하려는 문제의 목표(ends)와 해결방안(means)을, ‘What’은 목표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How’는 목표 시스템의 운영방식에 해당한다.

AD_4nXePSKtNGGFvTwEZx1n3DurQrwHoaX7a4iklQ673AOz1DsfYTgYQ1yOCDvmAlSSLTzefRhlJY55Y5ONLQmMhfSLMhrZJXjnVHzfA-z26AdBpmBd8wJZW1ShxuqW7k4pGuSxzOYGpJQ?key=uFHJIbuhjwflBmo7VeSzzJij


#Known-Unknowns #Unknown-Unknowns #아는것과_이해하는것 #럼스펠드매트릭스 #관점과초점 #자크만프레임워크 #6하원칙 #집단지성 #확증편향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문가 협업 플랫폼을 통한 지식재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