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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대립과 차이 좁히기

개념과 통찰-10

by 김덕현







개인/집단 간 이해관계 대립 vs. 견해 차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참여자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바람에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갈등은 국가나 조직, 개인 차원에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이해관계 대립’의 원인이 옳고 그름의 차이 때문에 생긴 거라면, 이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문제이거나 그보다 상위에 있는 어른이 나서서 해결해야 문제일 것이다. 여기에서 ‘어른’은 사람이거나 한 집단이 지켜 온 공통 규범, 가치관, 사회적 합의 등을 가리킨다. 이해관계의 대립이 누군가에게 득(win)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 실(lose)이 되기 때문이라면, ‘득실’의 크기를 따져서 공평하게 나누는 쪽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옳고 그름’이나 ‘득실’을 명확하게 따지기 어려운 문제라면 협상과 조정, 절충 등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은 네고시에이터(negotiator), 미디에이터(mediator) 같은 전문가가 나서야 할 문제인 것이다.


옳고 그름이나 득실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 차이는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점이나 초점의 차이 또는 지식세계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지식세계의 차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관점/초점의 차이는 서로 ‘다른 것’ 일뿐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은 아니다. 관점의 차이는 한 계단 위로 또는 아래로 이동하면, 초점의 차이는 시선을 바꿔 보면 없애거나 줄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좁히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흔히 얘기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생각만으로 상대방의 입장이 된다는 게 결코 쉽지 않기에 역할 연기(Role play) 같은 체험이나 훈련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임원이 실무자로, 실무자가 임원으로 역할을 바꿔서 일해 보기도 한다. 모든 문제에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특정 주제(예: 차세대 유망 기술, 청년 실업)에 대해서는 관점과 초점의 차이를 측정, 평가할 수 있는 도구/방법론을 만든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각자가 어떤 위치에서 문제를 바라보거나 다루고 있는지를 안다면(‘메타인지, Meta cognition’) 그것 자체가 차이를 좁히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이해하는 개념모형과 이것을 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있어야 한다. ‘개념모형’은 필자가 지난 글에서 소개한 자크만 프레임워크(ZF)가 하나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공통 언어’는 전문가들끼리 사용하는 특수용어(‘jargon’)는 배제한 말과 글, 제스처, 도식 등을 포함한다. 다만, 문과 출신이라 할지라도 이해해야 하는 기본적인 과학기술 용어/개념이나 이과 출신도 알아야 하는 사회과학, 문화예술 관련 용어/개념은 ‘특수용어’라 할 수 없다. AI가 발전하면서 국가/인종 간 언어의 장벽이 낮아지고, 자연어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바이브(vive) 코딩’도 가능해지고 있지만, 인간과 인간 간에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타 전문 분야 용어를 포함한 공통의 언어 영역은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자크만 프레임워크를 이용한 위치 파악과 협력

자크만 프레임워크(ZF)는 단순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지, 어느 쪽을 더 살피거나 채워야 하는지를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영진이 경영자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다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실무자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건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부서는 Why 즉, 전사 차원의 경영 목표(ends) 달성을 위한 여러 가지 전략/전술(means)에 초점을 두겠지만, 생산이나 마케팅 부서는 What(대상)과 How(방법)에 초점을 둘 것이다. 나의 위치와 상대방의 위치를 이해한다면 상대방 쪽으로 다가감으로써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차이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할 경우,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분담과 협업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그림은 관점과 초점이 다른 세 그룹의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도식화한 것이다. 관점은 사용자(또는 소비자)-개발자(또는 기업가)-기술자(또는 연구자) 순으로 구체화되고 반대 방향으로 추상화된다. 초점은 사용자는 why에, 개발자는 what에, 기술자는 how에 두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개발자’(또는 기업가)에게 자신이 원하는 제품/서비스가 무엇인지 전달해서 무형의 아이디어로부터 유형의 제품/서비스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한다. ‘개발자’는 개발한 제품/서비스를 사용자에게 돌려준다. ‘사용자’나 ‘개발자’는 ‘기술자’에게 혁신이 필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기술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알게 되면 그것이 제공할 기회를 ‘사용자’에게 알려 줌으로써 필요/욕구/기대를 촉발하고 ‘개발자’가 제품혁신을 도모하도록 동기부여한다. ‘개발자’는 ‘기술자’에게 기존 제품/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신기술을 만들도록 요청한다. 이처럼 각자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나보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상대방과 협력한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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