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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30. 2023

플랫폼 생태계의 등장-발전 메커니즘

플랫폼 경제-05

플랫폼 생태계와 이해관계자 역할

   최근 네이버와 더불어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가 여러 가지 불공정 거래로 인해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핵심 수단이기에 기업과 정부는 이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플랫폼 (제품/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당연히 기업 본연의 경제적/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며, 비(非)플랫폼 기업은 기존 사업을 플랫폼 BM으로 업그레이드 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와 일반 국민은 한편으로는 플랫폼 이용자/소비자로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고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플랫폼이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직/간접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촉진과 규제가 한쪽으로 편중됨으로 인해 (국내) 플랫폼 기업이 고사하거나 국가 경제/사회 발전에 커다란 위협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2년 말에 등장한 챗GPT와 생성형 AI 제품/서비스는 지난 1년 동안 이미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플랫폼 생태계는 물론, 기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점차 재편성해 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이해관계자들이 플랫폼 상품, 플랫폼 기업, 플랫폼 생태계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혁신 방향에 대한 공감을 갖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지난 글을 통해 플랫폼에 대한 일반적 용어/개념을 정리한 데 이어 이 글에서는 여러 학자/전문가들이 분석한 플랫폼 기업의 등장 배경과 발전 동력을 정리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로 발전해 갈 수 있는 모티브를 언제, 어디에서 찾고 만들어야 하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플랫폼 BM의 등장 배경

   Tiwana(2014)는 다양한 기술 및 비기술 산업의 기업에서 SW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등장하는 동인(動因 driver)을 기업활동의 전문화/ 패킷(packet)화/ SW화, 사물인터넷(IoT) 발전,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발달 등으로 설명하였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① 기업이 (시장/고객이 기대하는) 복잡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문화 수준을 높여가다 보니 ②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이 (정보통신을 위한 최소 단위인 패킷처럼) 잘게 쪼개졌고 ③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산업/기업에서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고 ④ 컴퓨터-사람 간 연결을 넘어 제품/서비스를 포함한 사물까지 연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⑤ 시간/장소와 상관없이 그와 같은 연결을 초고속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설립 때부터 디지털 BM으로 출발한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예: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이거나 아날로그 BM을 위와 같은 추세에 힘입어서 디지털 BM으로 전환한 기업(예: 애플, 넷플릭스, 지멘스, 존디어)이다. 


   위의 5가지 동인은 플랫폼 BM이 등장하게 된 기술 중심의 환경 변화를 설명했을 뿐이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이 이룩한 획기적 성과가 어떤 동력(動力, energy)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또 플랫폼 기업이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해 기업 자신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모든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으로 (아래에서 설명할) 플랫폼 BM 자체의 강점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경제/사회 전반에서 빠르게 진전되는 디지털 전환 추세를 조기에 예측하고 내부의 자산(resource) 및 역량(skill)과 제품/서비스 생산-유통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왔다. 자산은 물적 자산보다는 IP, 브랜드 같은 지적 자산을 중시하고, 인적 자산은 내부에 확보, 유지하기보다는 외부 자산을 연결-활용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생산-유통 방식은 최대한 디지털화함으로써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품질 향상, 고객경험 혁신 등을 도모한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원천- (1) 플랫폼 BM 자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우선 플랫폼 BM 자체가 가진 강점에서 비롯된다. 일찍이 Cusumano & Gawer(2001)는 플랫폼 기업이 전통산업의 기업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4가지 요소로 ① 내부 역량에 덧붙여서 외부 역량을 활용함에 따라 기업활동의 범위가 늘어나고 ② 제품에 내재된 기술(예: 아키텍처, 인터페이스, IP)이 우수하며, ③ 외부 보완자와 협업 & 경쟁 관계를 갖고 있고, ④ 조직문화, 프로세스, 의사소통 등 조직운영도 우수한 점을 꼽았다. 한 마디로, 디지털 기술력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기업 내/외부 경계를 초월해서 시장/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부응하는 역량이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BM에서는 외부 보완자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 새로운 기술/상품을 개발해서 시장/고객에게 소구하는 식으로 경쟁하는 것이 생태계 차원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결과가 된다. 


   플랫폼 BM의 강점은 제품/서비스와 프로세스, 고객경험 등의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전통산업의 기업(예: 나이키, 월마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수한 조직운영 능력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성공요인이며, ‘플랫폼 기업이 비(非)플랫폼 기업보다 우수하다’는 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이 아날로그 기업에 비해 기민한(agile) 프로세스를 구축, 운영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어느 기업이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서 기술혁신에 성공하더라도 운영혁신에 실패한다면 혁신 결과가 기업시스템에 내재화되지 않아서 성과가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전환’이 된다.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원천- (2) 플랫폼 BM 전략과 실행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플랫폼 BM 자체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플랫폼 BM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똑같은 플랫폼 BM(예: 숙박 공유, 배달 중개)을 적용하더라도 성공 기업과 실패 기업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Alstyne(2019)은 플랫폼 기업은 ‘뒤집기(inversion)’, (내/외부) 변화 예측, 개방적 플랫폼 만들기, 수익모델 개발 등의 전략을 통해 생태계로 발전해 간다고 하였다. ‘뒤집기’는 이론적으로는 내부 역량에 의존하던 방식을 외부 역량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전략이다. 내부 역량 자체가 작은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외부 역량에 많이 의존하게 되므로 ‘뒤집기’보다는 플랫폼 제품/서비스 자체의 우수성과 마케팅 역량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반면, 이미 많은 물적/인적/지적/금전적 자산과 이를 활용하는 지식/경험을 가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경우 ‘뒤집기’는 사고방식이나 프로세스 등 커다란 변혁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된다. ‘개방적 플랫폼’은 ‘뒤집기’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이를 통해 외부 유입이 쉽고 빨라질 수 있다. 그는 또한 플랫폼 기업은 제품/서비스, 데이터, 수익 등의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양면시장을 가진 BM에서 한쪽 사용자에게는 무료, 다른 한쪽에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자 수를 늘리면서 수익도 확보하는 것이다. 플랫폼 BM의 수익모델로 광고료, 중개료, 수수료, 판매수익, 가입비/연회비, 구독료 등이 활용된다. 


플랫폼 BM 운영 전략사슬형 vs. 원탁형

   플랫폼 기업의 BM 운영 전략은 사슬형(chain type)과 원탁형(round-table type)으로 나눌 수 있다. 사슬형 BM과 원탁형 BM은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존 학계에서 ‘파이프라인 BM’ 및 ‘플랫폼 BM’으로 구분한 것을 필자가 재정의한 것이다. 사슬형 BM은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 파이프라인 모델처럼 플랫폼 상품을 직접 생산-유통하는 것이고, 원탁형 BM은 플랫폼 기업 내부에 의한 혁신보다는 외부 참여자에 의한 가치 창출이 반복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슬형 BM은 기술력이나 시장지배력에서 초격차를 확보한 일부 기업(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게는 효과적일는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기업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사슬형 BM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플랫폼 기업은 기업 차원의 성과는 높지만, 국가/인류 차원의 경제 발전이나 사회적 책임/역할이 미흡해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사슬형 BM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기에 외부 참여자에 의한 혁신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가급적 빠른 시기에 원탁형 BM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탁형 BM은 플랫폼 기술과 플랫폼 기업을 개방적으로 만들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결-협업을 통해 경제적 & 사회적으로도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슬형 BM을 유지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 원탁형 BM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BM 혁신이면서 조직/운영 혁신 전략이 된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산업간 물리적 경계는 낮아지거나 소멸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융합 패러다임이 확산하면서 종래의 선형, 정적(static) 가치사슬은 비선형, 역동적(dynamic) 가치 네트워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플랫폼이 경제적 역할과 사회적 책무도 충실하게 수행하려면 사슬형 BM이든 원탁형 BM이든 플랫폼 리더가 아닌 플랫폼 생태계 차원에서 관리, 육성되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생태계 발전 전략

   Tiwana(2014), Jacobides et al.(2018), Alstyne(2019) 등 기존 연구자들은 리더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 기업의 전략과 역량에 따라 플랫폼 생태계(PE: Platform Ecosystem)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생태계는 별개가 아니라 공동운명체이며 전자가 혁신을 촉발(‘trigger’ 트리거)했다면 후자는 혁신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생태계 참여자도 플랫폼 기업이 중심축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플랫폼 리더가 사슬형이든 원탁형이든 플랫폼 BM을 통해 특정 산업/시장용 서비스 전체를 독/과점할 경우 자신은 규제 대상이 되면서 오히려 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고, 이용자는 비용, 기능/서비스 편의성 측면에서 불이익을 얻게 된다. 


   Tiwana(2014)는 플랫폼 기업은 PE의 리더로서 우수한 거버넌스와 아키텍처를 갖춘 가운데 성숙 단계에 따라 다른 성과지표를 추구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플랫폼 거버넌스는 생태계 구축-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 통제, 가격 등을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정하는지를 규정한 일종의 지침이다. 예를 들면, 애플이 앱스토어에 일정 요건을 갖춘 앱만 등록을 허용하고 수익의 70%를 개발자에게 배분한다는 기준을 정한 것이 플랫폼 거버넌스인 것이다. 아키텍처는 구성품이나 구성품 간의 관계를 정의한 것으로 설계나 설계 변경의 기준이 된다. 플랫폼 거버넌스가 경영관리 문제라면 아키텍처는 기술구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양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Tiwana는 플랫폼이 단기에는 탄력성, 확장성, 구조변경 능력, 중기에는 응집력, 시너지, 가소성, 장기에는 포획(envelopement), 내구성, 돌연변이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플랫폼의 규모(예: 사용자 수 또는 수익)가 일정 수준(‘critical point’, 임계점이라고 함)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수요 창출과 외연 확대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내면의 충실도가, 쇠퇴 단계에는 BM 재정립이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성숙 단계에 이르러서도 내실보다 외형을 추구한다면 플랫폼 생태계 차원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 


<참고 문헌>

▪Alstyne, M. V.(2019), "The Opportunity and Challenges of Platforms", in 'Platforms and Ecosystems, Enabling Digital Economy', World Economic Forum.

▪Cusumano, M. and A. Gawer(2001), "Driving High-Tech Innovation: The Four Levers of Platform Leadership", Paper 152, Center for e-Business of MIT. 

▪Jacobides, M. G., C. Cennamo, and A. Gawer(2018), "Towards a Theory of Ecosystem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March.

▪Tiwana, Amrit(2014), Platform Ecosystems: Aligning Architecture, Governance, and Strategy, Elsevier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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