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덕현 Nov 12. 2023

플랫폼에 대한 합리적 규제 방안

플랫폼 경제-07

플랫폼 규제와 촉진의 균형 필요성

   플랫폼은 지금까지 기술/경제/사회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한 반면, 여러 가지 부작용과 폐해도 만들고 있다. 플랫폼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경제 주체들의 연결, 협업과 통합에 기여해 왔다. 반면, 경제/사회 측면의 불공정이나 불평등이 확대된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적보다는 과실이 더 커져서 존재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신기술은 ‘양날의 검’처럼,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최근 급속히 발전한 디지털 기술과 그것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는 종래의 법/제도나 관습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에 소비자와 정부뿐만 아니라 중심에 있는 기술자와 기술 기업들도 당황하고 있다. 소비자/정부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술자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양자/다자간 긴밀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경제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수단이라면, 촉진과 규제에 대한 균형을 통해 그것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에 대한 촉진 방안은 추후, 기업 전략과 정부 정책으로 나누어 정리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기존 접근 방안에서 아쉬운 점을 살펴보고 그것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새로운 접근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플랫폼 규제에 대한 기존 논의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일찍부터 여러 학자, 전문가 등이 제기해 왔다. 그러나, 플랫폼 규제 성과는 참여자 그룹간 이해가 상충하는 데다가 다양한 영역의 지식/경험이 필요한 주제이어서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이다. Parker et al.(2016)은 플랫폼 접근성, 호환성, 가격 공정성,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국가 차원의 정보자산 통제, 세금, 노동 등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다만, 그는 독점적 시장지배력 자체를 규제하는 것보다 외부성(externality) 효과 관리 실패, 지배력 남용, 이용자 수 조작, 혁신 지연 등을 규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외부성 효과 관리 실패’는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Jacobides(2019)는 플랫폼 기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약한 보완자를 악용하거나 올바른 접근방법을 몰라서 생태계 발전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기업을 위한 프레임워크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이 지속되도록 촉진자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Gawer(2021)는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도구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Dolata & Schrape(2022)는 IMF의 분석과 타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플랫폼 기업이 GDP, 고용 등 거시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다고 하였다. 


   Cusumano et el.(2021)은 디지털 플랫폼이 확산하기 전에 등장했던 영화, 비디오 게임, TV 광고 등 과거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Ozalp et al.(2022)은 플랫폼 기업이 4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기존 법/제도에 의한 규제가 매우 심한 의료, 교육 등 산업까지도 ‘디지털 식민지화(Digital Colonization)’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그와 같은 전략이 향후 규제가 약한 금융, 에너지 등에도 확산할 것이라고 하였다. 플랫폼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4단계 프로세스’는 ① (기존 산업에) 데이터 인프라 서비스 제공, ② 산업에 대한 데이터 직/간접 획득 ③ 데이터 기반 통찰 제공 ④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 단계를 가리킨다. 플랫폼 기업의 그와 같은 전략은 기존 규제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기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 교환/공유와 이동성/이식성 등을 규제하고, 전통산업은 디지털화를 포함한 내부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이고 있다. 박강민/김준연(2021), 김덕현(2022, 2023) 등은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M&A, 수직통합, 수평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새로이 등장하는 여러 가지 융합산업의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플랫폼 규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필요성

   플랫폼 규제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규제 필요성과 규제 대상 및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나 최근 AI를 포함한 플랫폼 기술/산업의 변화와 그로 인해 나타날 경제-사회 변화를 감안한다면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규제 대상은 그간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개인정보 및 비밀자료 보호 등이 위주였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 차원에서 인간의 저작권 침해나 창의성 제한, 노동과 고용에 대한 영향, 전통산업 및 신산업 생태계 혼란 등도 포함해야 한다. 규제 방법은 정부/공공에 의한 사전/사후 규제 위주였던 것을 플랫폼 수명주기 전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다가오고 있는 기술-경제-사회 대변혁을 정부/공공기관이 낡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법/제도를 정비하고 플랫폼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 


   플랫폼에 대한 효과적 규제 방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위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LLM)로 인해 대다수 디지털 시스템에서 플랫폼 계층은 늘어나고 애플리케이션(예: SaaS, 모바일 앱) 계층은 축소되는 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나 의회가 발 빠르게 법률이나 지침을 제정한다고 해도 전통산업을 보호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며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경제-사회 변혁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에 대한 방침 결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Cusumano et el.(2021)의 제안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이해, 공감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이었지만, 이미 커다란 권력을 확보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나 빠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유효한 방법이 될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 규제와 정부 규제를 병행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영리 추구가 기본 목표인 기업에게 자신이 확보한 영향력을 절제하라고 요청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고방식이나 절차 면에서 더딜 수밖에 없는 규제 당국에게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형태의 기업과 BM을 적시에 적합한 법/제도로 규제하라고 요청하는 식이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deadlock)를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주체, 대상, 방법론 등을 포함한 새로운 접근 방안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 어떤 방안이든, 새로운 법/제도는 법률가나 행정가뿐만 아니라 기술자, 기업가, 일반 사용자 등이 함께 만들고 모니터링하면서 계속 발전시켜 간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규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제안

   이상과 같은 문제 인식에 따라 필자는 ① 정부와 플랫폼 기업 간 파트너십, ② 플랫폼 생태계 발전단계별 차별화된 규제 적용, ③ 국가 이익을 고려한 플랫폼 규제, ④ 사슬형 플랫폼 BM과 원탁형 플랫폼 BM에 대한 규제 차별화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개선방안으로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디지털 경제 보고서(2019)에서 제안한 것으로 국가와 인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정부와 플랫폼 기업이 공동 투자와 협업을 통해 효율적, 효과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기술적 역량과 시장/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정부는 기업에 도움이 될 새로운 도전과제와 초기시장 창출 능력, 그리고 규제/촉진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 정부와 민간 기업이 파트너가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제약이 있겠지만, 피차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정부/공공기관이 해외 기업과 협력하기에 앞서서 국내 기업과 협업하고 성공 경험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안으로 획일적 기준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상품, 비즈니스 모델(BM), 그리고 플랫폼 생태계 발전단계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2023년 9월, EU가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에 따라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한 것(IT동아, 2023. 9. 11.)은 실제로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상품(예: SNS, 중개, 검색, OS, 광고)이 가진 시장지배력이 불공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여타 사업이나 활동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하에 실효성 있는 규제를 도모하는 것이다. ‘단계별로 차별화된 규제’를 제안하는 것은 플랫폼 생태계의 수명주기 단계를 태동, 성장, 성숙, 재정립 등 4단계로 나눈다고 할 때 태동 단계에는 ‘규제 프리’로 하고 성장 단계 이후에 규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태동’ 단계에는 플랫폼 자체의 기술성이나 BM의 혁신성을 감안해서 역량 확대와 시장 창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거래 자체와 이용자 보호를, ‘성숙’ 단계에서는 참여자에 대한 성과 배분의 공정성을 중점적으로 규제하는 식이다. ‘재정립’ 단계에는 생태계 자체는 물론 관련 산업/기업, 이용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점검하면서 투입된 자원과 역량이 새로운 생태계를 건설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안으로 우리 정부가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국가 이익을 먼저 고려한 규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EU,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플랫폼 규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자국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플랫폼 기술과 선도기업이 부족한 EU는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해 방어적 입장이며,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을 가진 미국은 이용자인 국민 보호에 주안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맞설 수준에 이르지 못한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가진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EU의 법/제도와는 궤를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편 것은 자국 산업 육성책이었지만, 우리나라가 똑같은 정책을 편다면 그것은 우수한 기술/제품 경쟁력을 가진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네 번째 방안은 사슬형 플랫폼 BM(예: 구글 안드로이드 OS, 카카오 메신저 ‘톡’)은 EU처럼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상품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원탁형 플랫폼 BM(예: 쿠팡 쇼핑, 우아한형제들 배달중개)은 수익의 공정 분배 여부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사슬형 BM은 종래의 생산-유통 방식이어서 기존 규제에 따라 공정 거래를 유도할 수도 있겠지만, 양면/다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원탁형 BM은 플랫폼 기업 내부보다 외부 보완자에 의한 가치 창출이 확대되도록 개방적 거버넌스 운영 여부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법학자인 Cohen(2017)은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조직으로 기존 시장에 진입(또는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대체/재구현(replace & rematerialize)한다’고 하였다. 플랫폼이 시장에 대한 개념과 운영방식 즉, 자본주의의 근간을 바꿀 정도의 큰 변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를 앞에 놓고 성급한 대책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지혜를 모아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  


<참고 문헌>

∙Cohen, Julie E.(2017), “Law for the Platform Economy”, UC Davis Law Review, 51(1), pp.133-204. 

∙Cusumano, Michael A., Annabelle Gawer, and David B, Yoffie(2021), “Can self-regulation save digital platforms?”,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30, pp.1259–1285.

∙Dolata, Ulrich & Jan-Felix Schrapee(2022), Platform Architectures, The Structuration of Platform Companies on the Internet, SOI Discussion Paper, U. of Stuttgart. 

∙Gawer, A.(2021), "Digital Platforms & Ecosystems, Remarks on the Dominant Organizational Forms of the Digital Age", Innovation: Organization & Management.

∙Ozalp, Hakan, P. Pzkan, D. Dinckol, M. Zachariadis, and A, Gawer(2022), "Digital Colonization of Highly Regulated Industries- An Analysis of Big Tech Platforms Entry into Healthcare and Education",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64(4), pp.78-107.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Van Alstyne, and Sangeet Paul Choudary(2016), Platform Revolution, W. W. Norton Company. 

∙WEF(2019), Platforms and Ecosystems, Enabling Digital Economy, Briefing Paper. World Economic Forum. 

∙김덕현(2023), “플랫폼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제안”, SW중심사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8월호.

∙박강민, 김준연(2021), 산업융합 플랫폼의 부상과 대응전략,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이슈리포트, 2021. 8. 30.

∙IT동아, "EU, 게이트키퍼 6곳 확정…어떤 변화 불러올까?", 2023. 9. 11. 


#플랫폼 #플랫폼기업 #플랫폼생태계 #플랫폼규제 #플랫폼거버넌스 #디지털시장법 #게이트키퍼 #디지털식민지

작가의 이전글 플랫폼 경제의 성과와 해결과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