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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Nov 27. 2023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

플랫폼 경제-09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usiness Model Innovation)

  플랫폼 경제 환경에서 모든 기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BM)에 플랫폼 BM을 추가하거나 기존 플랫폼 BM을 고도화함으로써 단기 성과와 지속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플랫폼 BM의 고도화는 지난 글(제목: 바람직한 플랫폼 생태계 운영모델)에서 제시한 것처럼, 4가지 전략 즉, ① 플랫폼 생태계(PE: Platform Ecosystem)를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실존 조직으로 규정, ② 플랫폼 기업 중심의 수직적 거버넌스를 협업적 거버넌스로, 폐쇄적 아키텍처를 개방적 아키텍처로 전환, ③ PE가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도록 임무 재정립, ④ 플랫폼 기업과 비영리 PE 간 협업 확대 등이 전제되거나 최소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업 가치사슬인 조달/생산/유통 단계 기업활동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에 해당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1990년대 이후에 급속하게 발전한 디지털 기업(예: 구글,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의 아날로그 기업(예: GE, 버버리)도 수행할 수 있다. 미완성 상태의 제품/서비스/솔루션을 플랫폼 상품으로 생산-판매하는 식의 비즈니스는 오히려 자동차, 조선, 항공기 등 전통산업에 속한 아날로그 기업들이 오래전에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기업은 플랫폼 상품을 활용해서 다수의 소비자/이용자를 연결/중개하는 식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플랫폼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제 아날로그 기업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플랫폼 BM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업은 반대로 아날로그 플랫폼 BM을 확대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아날로그 기업이든 디지털 기업이든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상품 자체의 수월성을 확보한 가운데 뒤집기(inversion), 임계점을 넘는 수요자 확보, 효과적 수익모델 개발 등의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필자는 플랫폼 BM 중에서 내부 역량을 활용해서 생산한 상품을 하나의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사슬형 (플랫폼) BM, 하나의 생산(또는 판매)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내/외부에 있는 여러 그룹의 생산자와 소비자/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여러 차례에 걸쳐 가치의 창출-전달-획득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정의하였다. 결국, 플랫폼 기업의 BMI 전략은 ① 사슬형 BM 고도화 ② 원탁형 BM 고도화 ③ 사슬형에 원탁형 BM 추가 ④ 원탁형에 사슬형 BM 추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③과 ④는 두 가지 유형 BM이 시너지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성공 여부는 BM 자체보다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실행력, 지속 여부 등에 달려 있다. 이하에서는 4가지 전략의 의미와 주요 기업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BMI 전략사슬형 BM 고도화

   사슬형 BM은 플랫폼 기업이 단일 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적 파이프라인 가치사슬을 통해 플랫폼 제품/서비스/솔루션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 아마존이나 세일즈포스의 클라우드 서비스(특히, PaaS), 산업용 IoT 플랫폼인 GE 프리딕스(Predix)와 Siemens 마인드스피어(Mindsphere)자율주행 솔루션인 Mobileye(모빌아이)나 Nvidia(엔비디아)의 ADAS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슬형 BM을 고도화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즈에 이어 오피스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공통 기능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플랫폼으로 판매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구글이 바둑 전용 AI인 알파고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수행하는 알파제로, 단백질 구조설계용 알파폴드(AlphaFold) 등으로 발전시킨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날로그 기업에서 시작한 IBM은 HW 판매보다 SW/서비스 판매를 늘리다가 머신러닝 엔진으로 개발한 왓슨(Watson)을 헬스케어, 법률 서비스 등으로 발전시켰다. 


   사슬형 BM은 위에 예시한 플랫폼 상품처럼 충분한 시장 수요나 탁월한 기능/성능이 핵심 경쟁력이므로 기술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혁신 전략이다. 시장 수요도 작고 상품 자체의 강점도 부족한 상품이라면, 플랫폼이 아닌 완성된 제품/서비스로 차별화, 고도화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전략이 될 것이다. 기술 자체는 우수하더라도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 초기 플랫폼은 얼리어답터를 통해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고객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인 것이다. 


BMI 전략원탁형 BM 고도화

   원탁형 BM은 연결에서 중개로, 거래와 협업으로, 집적과 통합으로 제공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김덕현, 2023). 연결형은 사용자 참여와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개형은 효율적인 매칭 알고리즘과 신뢰 구축이 주요 성공요인이다. 거래형은 물리적/디지털 상품의 거래를 지원하며 물류 서비스와 고객 지원도 제공한다. 협업형은 상품 외에 지식/정보 등을 거래하며 복잡한 협업을 지원한다. 집적/통합형은 특정 산업이나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하고 집적한다. BM이 고도화되면 수익모델이 다양화되고 가치 획득 기회와 규모가 늘어난다. 핵심역량, 제품/서비스/솔루션, 유통채널, 시장/고객 등과 함께 BM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수익모델은 가치를 전달한 대가로 거두는 광고료, 중개료, 가입비, 연회비, 이용료, 수수료, 구독료(suscription), 판매수익(상품 판매, 데이터 판매, 라이선스 판매, 렌털/리스) 등을 가리킨다. 연결/중개 경우, 광고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지만, 거래/협업 경우 상품 판매 수익이나 컨설팅 수수료 같은 보다 높은 수익을 얻게 된다. 집적/통합 경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어 매출/이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카카오는 친구/지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광고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얻었고, 상품을 거래하는 BM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판매 수익과 거래 수수료, 구독료 등을 얻었다. 애플은 컴퓨터(: 완제품), iOS(: 사슬형 BM), 앱 마켓(: 원탁형-거래 BM) 생산-판매 식으로 사업을 고도화하였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 서비스), 종합몰(: 원탁형-거래 BM), 클라우드 서비스(: 사슬형 BM), 스마트 홈(: 원탁형-집적/통합 BM) 등을 거쳐 우주산업(: 사업 다각화)까지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수직/수평 통합해서 융합(신)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원탁형-집적/통합 BM)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금융 서비스 등으로 BM을 고도화, 다각화하였다. 텐센트는 메시징 서비스인 위챗(WeChat)에서 게임, 결제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AI 플랫폼 등으로 BM을 고도화, 다각화하였다. 


BMI 전략사슬형 BM + 원탁형 BM

   사슬형 BM에 새로운 개발자나 이용자 그룹이 참여하게 되면 양면/다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원탁형 BM이 되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시도할 수 있다. GE는 자체 개발한 IIoT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자사 제품의 수요자인 기업에게 판매하는 사슬형 BM으로 운영하다가 외부 개발자를 끌어들여서 양면시장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지멘스는 유사한 IIoT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를 외부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해서 처음부터 원탁형 BM으로 운영하고 있다. 애플은 휴대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단면시장용 플랫폼 제품인 iOS를 기반으로 양면시장용 플랫폼 서비스인 앱스토어를 오픈해서 사슬형 BM과 원탁형 BM의 시너지를 창출하였다. 


   아날로그 기업 중에는 원탁형 BM을 추가해서 기존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내도록 한 사례가 많다. 농기계 제조를 포함한 농업 전문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인 DN2K, 스마트 농기계 제조회사인 블루리버 테크놀러지 등의 M&A를 통해 로봇, GPS, 빅데이터, AI 등 역량을 확대해서 정밀농업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존슨컨트롤즈(Johnson Controls)는 건물용 설비, 조명, 보안 등을 관제하는 플랫폼을 생산-판매하는 것(: 사슬형 BM)에 추가해서 2012년, 상업용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에너지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앱을 거래하는 파노픽스(Panopix)를 오픈(: 원탁형 BM)하였다. 완성차 업체 다임러(Daimler)는 2014년, 모빌리티 솔루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운송 및 주차관리 통합 플랫폼(: 원탁형-거래/협업)인 미국 기반 RideScout과 Uber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원탁형-거래/협업)인 독일 기반 MyTaxi를 인수하였다. 약국 체인 월그린(Walgreens)은 2015년, 인증된 의사와 환자를 웹 기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MDLive와 제휴해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아날로그 기업은 연결/거래/협업용 디지털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제3자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제휴하는 식의 접근을 통해 원탁형 BM을 추가, 확장하고 있다. 


   (기술혁신보다 BM 혁신에 가까운) 원탁형 BM은 (기술혁신에 기반한) 사슬형 BM과 달리 고용과 GDP 같은 국가/인류에 대한 경제적 기여는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혁신경영 분야에서 세계적 컨설턴트 중 하나인 그렉 사텔(Greg Satell)은 그의 저서 Cascades(2019)에서 전통적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 비해 플랫폼 비즈니스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를 혁신 동력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에서 성장한 DEC, 델(Dell), 왕 테크놀러지 등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과 달리 생태계가 아닌 종래의 가치사슬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쇠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치사슬(: 사슬형 BM)은 계층 구조의 꼭짓점에, 생태계 조직(: 원탁형 BM)은 가치 네트워크의 중앙에 power가 모인다’고 하였다. 


BMI 전략원탁형 BM + 사슬형 BM

   이 유형은 주로 디지털 기업이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이 가진 수요쪽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생산쪽 규모/범위의 경제를 얻으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슬형 BM은 플랫폼 상품 자체의 차별화된 기능/성능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BM만으로는 전략 자체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 원탁형)로 전 세계 시장의 9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인 픽셀, 스마트홈 기기 네스트(Nest) 등을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제조-판매하고 있다(: 사슬형). 아마존은 종합쇼핑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성공을 토대로 전자책 리더기/서비스인 킨들(Kindle), AI 스피커 에코(Echo), 파이어(Fire) TV 등 하드웨어 제품을 제조-판매하였다. 메타(구 페이스북)도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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