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돈을 벌어가는가?
고대 시장은 단지 교환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대 금융시장은 돈을 벌기 위한, 탐욕적이고 영리한 사람들과 단체로 생성되고 운영됩니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본전과 약간의 이익에 만족하며 떠나갑니다.
다른 누군가는 시장에서 큰 손해를 떠안고 시장을 혐오하면서 떠나갑니다.
그리고 그 빈 자리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채워집니다.
이 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 시장이 완벽하게 정상적이고, 기회의 땅이자, 당신을 세상에 더없는 현명한 투자자이자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큰 돈을 버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어갑니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월가의 금융기관들의 전형적인 방식이었죠. 이제는 모두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관점을 그대로 차용하여 암호화폐 시장에 투영해보면, 조금 더 정상적인 전망에 도움이 됩니다.
누가 돈을 벌어가는가.
1. 시장에 새로운 사람이 많아지고, 막대한 자금이 흘러다니면 이에 직접적으로 돈을 번다.
채굴자 :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채굴에 대한 인센티브는 가히 19세기 중후반의 골드러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기술에 대한 유무를 차치하고 사업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돈벌이 수단이 나타난 것이거든요.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성능의 GPU와 ASIC을 도매상에게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기존 PC 운영사업을 인수하면서 고정자산으로 마련한 후, 통풍과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여 24시간 도난/파손/정지되지 않도록 운영하는 일 뿐입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BM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들이 지금 이 시점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미 많은 돈을 벌었으니 오로지 모든 암호화폐 자산을 현금화시킨 후 OUT하는 것이 목적일까요? 그들은 더 많은 수익을 원하고,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기존 금융의 대형 Player들과 같은 리그에서 싸우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더 많은 힘을 갖기를 원합니다. 기존 Player들이 그들을 같은 리그로 편입시키게끔 놔두겠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Nope, 금융 시장의 모든 Player들은 그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일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없습니다. 채굴자는 강력한 Money maker이자 이 시장이 없던 일인 것처럼 돌아가거나 또는 앞으로 5년뒤를 상상하는 것이 겁날 정도로 발전하거나를 판가름 내릴 수 있는 시장의 지배자입니다.
중개업자 : 너무나 직접적으로, 시장의 규모에 명운이 걸려있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중개 수수료 모델을 통해 시장에서 Broker이자, Clearing house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날이 갈 수록 Bubble-making에 대한 숙제가 늘어갑니다. 1만명이 투자하던 시장에서 2천만명이 투자하던 시장이 되면서 막대한 돈을 벌었던 것처럼, 2천만명에서 더 늘어나지 않을 수요를 어떻게 다른 형태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포인트입니다. 월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답은 파생상품이었습니다. 실물과 금융자산,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파생상품으로 풀어낸 월가는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백달러짜리 집을 제공하였고, 2년 뒤 그 사람의 직업까지 빼앗았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Player인 중개업자 또한 선행 학습성에 의해 이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결국 투자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순간 파산할 수 밖에 없거든요.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2. 시장이 너무나도 커져서 규제가 필요하게 되면 돈을 번다.
규제당국 : 2008 금융위기를 겪고나서 한국 사회의 금융권 전관예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금감원 출신들은 일정 기간동안 민간 금융기업의 이사나 감사로 취직할 수 없게 되었죠. 하지만 이 시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재하지 않습니다. 아직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이해의 논리보단 감성의 논리가 통하기 쉬운 4차 산업이니까요. 국회에서 누군가 "왜 4차산업 혁명의 정점에 있는 암호화폐/블록체인을 정부는 마음대로 재단하려고 하느냐, 먼저 이해부터 하고와라" 라고 목소리를 내면, 그리고 그 것이 표를 얻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다른 동료의원과, 이를 통한 당론의 변화와 정부에 대한 영향력과, 그것이 규제를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당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 수 있게 된다면, 누가 돈을 버는 것일까요? 그 규제를 책임졌던 당국 출신의 영향력있는 인사가 협회나 거래소의 고위 관계자로 가게 된다면? 이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캐쉬를 등에 업은 산업이 규제당국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하여도 좋을 듯 합니다.
자문업 : 월가는 고고하고 명망있는 학자를 어떠한 형태로든 산업에 끌어들여서 막대한 자문료를 지불하였습니다.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죠. 윈윈입니다. 학자는 이것이 엄청난 기술적 진보이자 삶이 더 낫게 바뀌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논문과 미디어를 통해 대변합니다. (그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그만큼의 기술적 지식을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학교의 BM에도 크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앞다투어 블록체인 랩을 만들고, 관련 학과의 전문가가 될 법한 사람을 모셔서 강의를 열고, 각종 세미나와 협의체를 만들어 자신의 대학을 홍보하면서 시장의 비호 아래 자문을 하는 동시에 후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모델이 아닙니다. 모든 산업은 이런 방식을 통해 성장해왔으니까요.
3. 시류에 편승하여 시장과 관련된 사업을 어떠한 형태라도 벌리게 되면 돈을 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술 사업의 창업 : 지금은 누구라도 '블록체인' 이라는 한 마디를 공시 사업소개에 써놓으면 주가가 뛰는 세상입니다. (대표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밀레니엄 닷컴버블이 있죠) 투자자는 블록체인으로 뭘 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그 회사가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데 '누가' 하고 있고, '시드머니' 는 얼마를 받았더라, 가 전부입니다. 정말 양심적이고 열정적이고 가능성있는 창업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저 돈을 벌고 싶고 (보통 창업 후 ico를 많이합니다. 한국에서 하다가 요새는 스위스 크립토밸리를 애용하지요) 투자자들도 그저 돈을 벌고 싶어합니다. 정말 아직까지 돈이 되니깐요.
시장에서 유명한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인수한 Fund, 지주회사 : 위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잠재적 투자자가 많이 몰려 기업가치가 오르면 돈을 벌게되거든요. 그들은 언제든지 OUT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인수합병시장에 지금도 너무나 많은 돈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4. 투자자에게 기술 사기를 치게 되면 돈을 번다.
백서없이 마케팅으로만 운영되는 유령 회사, foundation, 어떠한 형태의 유한회사 : 이 시장은 사기치기도 너무 쉬운 시장입니다. ico붐이 한창이었던 17년 중반을 보게 되면, 테조스와 같은 ico는 $400m을 raising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백서 한장과 홈페이지가 그들의 전부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요) 테조스를 사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지만, 원코인과 같은 정말 말도 안되는 다단계 스캠이 아무런 제재없이 투자자를 현혹시킬 수 있고, 이를 '블록체인' 이란 단어로 포장시킬 수 있는 시장입니다. 무엇이 사기인지, 무엇이 기술인지 분별도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돈을 집어넣습니다.
여기에 고려되지 않은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기존 금융기관(대형 IB, 전통 헤지펀드, 대명사로 Wall street) 의 '비공식적인 참여' 입니다. 아직까지 그들은 해당 자산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월가 입장에서 이 시장에서 돈을 어떻게 벌어갈 것을 궁리하고 있을지 예상하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시장이 커가면서 누군가는 조금 잃습니다. 성장이 끝나고 시장이 폭락을 맞이하면, 또다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됩니다. 희망 논리는 맞으면 내 탓, 틀리면 그 외 모든 것들의 책임으로 귀결됩니다. 모두 조금 더 냉철하게 시장을 관찰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