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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황제를 다시 듣는 밤

마이클 잭슨을 추억하며

by papamoon


얼마 전, 늦은 밤 라디오에서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가 흘러나왔습니다.

한 소절이 흐르자, 문득 마음이 멈췄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했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한 음색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낡지 않아 보였습니다.노래가 끝난 뒤, 그의 음악을 하나씩 다시 찾아 들었습니다.〈Beat It〉, 〈Bad〉, 〈Thriller〉, 그리고 〈You Are Not Alone〉까지.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들이 조용히 되살아났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제 안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요.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그의 이름은 알지만 그의 노래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이 그와 그의 음악을 처음 만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멈춘 단 한 걸음〈Billie Jean〉 (1982)

〈Billie Jean〉은 단 한 곡이 시대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곡입니다. 1983년, 미국의 TV 쇼 ‘Motown 25’ 무대에서 마이클 잭슨은 문워크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묵직한 베이스라인, 정교하게 정제된 리듬,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아래 펼쳐진 문워크. 그날 그는 뒤로 걸었고,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Billie Jean〉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혁신이었으며, 이 곡 이후로 음악은 단지 듣는 것을 넘어 ‘보는 예술’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그 변화를 이끈 첫 번째 인물이었습니다.


폭발하는 사운드 속의 조용한 메시지〈Beat It〉 (1982)

〈Beat It〉은 팝과 록의 경계를 넘나드는 곡입니다.

에디 반 헤일런의 강렬한 기타 솔로가 삽입되면서 대중음악 안에 록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끌어들였고,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도이자 과감한 결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곡이 단지 사운드의 실험으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 때문입니다. 마이클 잭슨은 이 노래를 통해 말합니다. 무의미한 충돌보다 더 큰 용기는 ‘돌아서 나아가는 일’이라고요.〈Beat It〉은 화려한 리듬과 퍼포먼스 속에서도 평화에 대한 진심을 놓치지 않은 노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은 여전히 선명하게 빛납니다.


음악이 영화가 된 순간〈Thriller〉 (1982)

〈Thriller〉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습니다.

좀비와 함께 춤추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음악 영상이 아닌 13분짜리 단편영화에 가까운 구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시도는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라는 장르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이 곡을 통해 마이클 잭슨은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와 서사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Thriller〉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상상력과 기획력이 만나 완성된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곡은 ‘볼 수 있는 음악’의 상징처럼 남아 있습니다.


자신을 향한 당당한 선언〈Bad〉 (1987)

〈Bad〉는 마이클 잭슨이 소년의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아티스트로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도발적인 가사와 역동적인 안무, 뉴욕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까지. 그는 이 곡을 통해 단지 음악적인 진보를 넘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을 선언합니다. “I’m bad”이라는 문장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타인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목소리입니다.〈Bad〉는 그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다짐이자, 우리 모두가 어느 시점에 품게 되는 용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극복한 따뜻함〈Love Never Felt So Good〉 (1983 / 2014)

〈Love Never Felt So Good〉은 생전 완성되지 못한 데모곡이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듀엣 버전으로 새롭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는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투명하게 들렸고, 오래된 감성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이 곡은 듣는 이를 조용히 미소 짓게 만듭니다. 가볍고 경쾌하지만, 감정은 얕지 않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따뜻함, 그 감정의 온도가 이 노래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감성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조용히 손 내밀던 목소리〈You Are Not Alone〉 (1995)

〈You Are Not Alone〉은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네는 듯한 곡입니다.

“괜찮아,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 문장은 마이클 잭슨이 오랜 시간 동안 전하려 했던 메시지의 정수이기도 합니다. 노래는 담담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가 이 곡을 통해 세상에 건넨 손길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있었기에, 이 노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치유하려던 기도〈Heal the World〉 (1991)

〈Heal the World〉는 마이클 잭슨의 메시지가 가장 직접적으로 담긴 곡입니다.

전쟁과 폭력, 무관심과 증오 대신 사랑과 연대로 세상이 변화하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노래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그는 이 노래를 통해 단지 유명한 뮤지션이 아닌, 음악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던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세상을 치유하자”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그 실천은 어렵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그 어려운 일을 끝내는 데서가 아니라, 시작하는 데서 음악의 역할을 찾고자 했습니다. 〈Heal the World〉는 그 시작을 조용히 알리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여름

200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은 ‘This Is It’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소식은 믿기 어려웠고, 많은 이들이 깊은 충격에 잠겼습니다. 그는 다시 무대에 설 것만 같았고, 그래서 그의 부재는 한동안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떠난 이후 그의 음악은 더욱 자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서, 라디오에서, 그리고 전혀 다른 세대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마치 음악이 그를 대신해 살아남아,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습니다.


지금, 그리고 여전히

마이클 잭슨의 노래는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서 흘러나옵니다.

〈Human Nature〉를 들으면 밤의 도시 풍경이 조금 더 부드럽게 보이고,〈Love Never Felt So Good〉을 틀면 계절이 한결 가볍게 느껴집니다.〈Billie Jean〉의 첫 베이스라인이 울릴 때면, 문워크로 무대를 가르던 그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의 음악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감정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날에는 위로가 되고, 어떤 순간에는 삶의 리듬이 됩니다.


마이클 잭슨

그는 무대 위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였고, 무대 밖에서는 사랑과 연대를 노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노래들은 누군가에겐 오래된 추억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지금 처음 만나는 위로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들려옵니다.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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