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훈 Jan 20. 2023

굳이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0대 중반을 넘어 50대로 가고 있는 반 백살 인생 외길 한 가운데서 갑자기 멈춰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바라보면 50이 될 때까지라도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야 아이들도 대학에 가고 일도 좀 더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연속선 상에 놓여 있는 한 언제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있고


그 안에서 달려나갈 수밖에 없는게 삶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책임이라는 게 더 많아지고 사람들이 내 뜻같이


함께 움직여 주지 않으니 숨통이 턱 막혀올 때가 있다. 586선배들에게 한참 갈굼 당하던 실무자 시절에는


내가 팀장만 되면...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팀장을 지나고 실장이 되고 프로젝트 팀의 멤버에서 리더가 되고


그런다고 해서 흰머리가 나는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위도 아래도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꼰대... 뭐 그게 트렌디한 말이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남을 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고


고객의 요구도 점점 말도 안되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내부적인 방법도 굴러가는 게 만만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통이 어려우니 협업도 안되고 하다 말은 일같은 결과를 던져주고 도망치기 바쁜 일상이다.


똑같이 일했는데 작년에는 괜찮았고 올해는 안 괜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재무제표를 정리하면서


생각해 봤다. 답은 뭐 나름 명확했다. 작년에는 돈만 보고 살았다. 쉽든 어렵든 좋든 나쁘든 그냥 돈만 되면


빨리 처리하고 입금을 기다렸다. 독립하고 만 4년 죽자고 돈만 벌었더니 이제 나도 그 바보같은 명분을


찾나보다. 새벽 5시 일어나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목표를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돈을 벌자. 명예가 있는 직업도 아니고 남들은 뭐라도 있는 줄 알지만


흰머리 나도록 머리쓰는 노가다인데 뭔 고급스러운 생각을 탑재하려고 할까. 단 30분의 생각이 머리를 맑게


만들고 있다. 뭐 좀 덜 되면 어때. 어차피 그것도 못하는 사람들의 의뢰인데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자.


그런다고 더 잘해지지도 않는다. 이번 달 소득에 기뻐하는 하루를 보내야 겠다.


다시 졸리니 좀 잠을 청해야 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