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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Sep 26. 2022

홍콩 로컬 유치원 NCS서포트

있는 곳 vs. 없는 곳?

꼬복이가 오후에 로컬 사립 유치원 생활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이전부터 다니던 공립 유치원에 간다.(만 2살이 된 또복이도 여기에 함께 다닌다.) 이전에 다녔던 국제 유치원이나, 지금도 다니고 있는 오전반 공립 유치원과 다른 점이 많아서 나는 아직 적응 중이다. 오전반 끝나고 집에 와서 짧은 시간 동안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지하철 타고 오후 유치원에 가는 일정이 만 3세 아이에겐 결코 쉬운 일정이 아니지만, 놀랍게도 아이는 이미 적응 완료, 새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아이를 두 군데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중국어(광둥어)때문이다. 남편이나 내가 광둥어 화자가 아니지만, 아이는 로컬 학교에 보내서 광둥어를 잘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려면 초등학교 인터뷰를 통과할 정도로 광둥어를 해야 할 텐데. 그 나이 수준에 맞는 광둥어를 할 수 있게 하려면 결국 그 이전인 유치원부터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개인적으로 내가 성인이 된 후 언어를 배우며 고생을 많이 했기에, 내 아이는 언어를 공부로 학습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습득하길 원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언어를 접하는 로컬 유치원은 그런 면에서 내 필요와 완벽히 일치하는 옵션이었다. 그렇게 공립 유치원을 알아보면서 홍콩의 교육 시스템을 전보다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홍콩에 사는 많은 외국인 부모들(보통 "익스팻"이라 부르는 고소득 전문직이거나 선진국 출신인 사람들)은 로컬 학교를 옵션으로 치지 않고 국제 학교 중에서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처음에 홍콩에 왔을 때엔 아이를 로컬 학교에 보내는 것을 상상도 못 했다. 반면 외국인 부모들 중에서도 로컬 학교에 보내는 비율이 높은 그룹이 있다. 일명 "이민자", 대개 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로 단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NCS(Non Chinese Speaking) 서포트가 있는 학교를 보면 남아시아나 아프리카계 학생들이 많다.


NCS 서포트라는 게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엄마 아빠가 중국어를 못 해도 학교에서 아이를 잘 가르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이들이 현재 오전에 가는 공립 유치원도 이 근방에서 NCS서포트가 있는 유치원을 찾으면서 알게 된 곳이다. 처음에 꼬복이를 보내고선 너무 편했다. 선생님들도, 행정직원도 다 영어가 가능했고, 학교의 모든 서류를 포함해, 안내문, 주간 리포트 등도 한자와 영문이 함께 표기되어 있어서 한자 문맹인 나도 전혀 불편함이 없이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


NCS서포트가 있는 공립 유치원의 주간 리포트
NCS서포트가 없는 사립 유치원의 주간 리포트

사진에서도 보이듯, NCS서포트가 없는 곳의 경우 영어 시간 관련을 제외하면 중문으로만 나온다.  다행히 이렇게 프린트로 나오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 내용을 알 수 있다. 각각 선생님이 손글씨로 써주는 거였으면 구글 번역기 사용이 조금 어려웠을 수도 있다. 거기다 선생님이 악필이라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NCS서포트가 있는 공립 유치원의 안내문. 영어로 된 것 한 장, 중문으로 된 것 한 장 나온다.
NCS서포트가 없는 사립 유치원의 안내문. 중문으로만 나온다.


중문 읽을 줄 모르는 부모에게 이렇게 편한 옵션인데, 이곳에 아이를 1년을 보내본 후 이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식적으로 영어가 함께 쓰여서인지 중국어를 배울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이는 아이들마다 다른 케이스이기도 하다.) 꼬복이의 경우 시작할 때 홍콩 아이들하고만 있는 반이어서 다닌 지 2개월 정도 지나고 단어 수준의 광둥어 발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한 학년 진급한 클래스의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아이들(우리 아이와 같은 시기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로 광둥어를 1년을 접한 상태)은 광둥어를 못하고 영어로만 소통을 한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그런 케이스들을 보니 무조건 NCS서포트가 있는 학교를 고를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명문 로컬 사립학교들엔 NCS서포트가 없다. NCS서포트를 받아서 국어(그들에겐 이것이 국어니까)를 해야 할 정도인 학생은 아예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 명성 때문에 입시결과가 중요한데 그런 학생들은 입시결과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않기 마련이니까.


그래서인지 로컬 사립엔 외국인이 많지 않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사립에 들어갔더니 학부모회, 커리큘럼 설명회, 모든 것이 광둥어로만 진행되는데, 그런 학교 행사에서 외국인으로 보이는 학부모를 아직은 만나지 못했다. 아이를 픽업하고 드롭하면서 보니 다른 학년에 딱 한 명, 금발 엄마가 있다. 아이는 아빠가 홍콩인인지 명찰엔 중국 이름만 쓰여 있었지만.


로컬 교육 컨설턴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어떤 NCS 서포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는 학교 별로 다르다고 한다. 나머지반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 NCS학생들만 모아놓고 숙제를 검토해 주는 방식이 제일 흔한데, 담당하는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복불복일 수 있다고 한다. NCS학생이 중문의 높은 벽을 오르기 힘들어할 때 "너는 NCS니까 이 정도면 돼. 우리말은 어려워서 어차피 너 같은 외국인은 고급 수준으로 구사할 수 없을 거야."가 아닌 "어렵지, 그렇지만 너도 할 수 있어."라며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좀 따라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초등학교는 NCS서포트가 없는 학교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현재는 마음이 기울고 있다.


아이는 이미 알아듣는 데에 문제가 없고 문장 발화를 하는 상태이니,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하고 노는구나 하고 NCS서포트가 없어도 홍콩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면 된다. 다만 우르르 쏟아지는 중문 안내문을 읽고 준비물을 때맞춰 준비해야 하는 엄마가 누추한 한자 실력 때문에 조금 더 힘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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