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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도시, 비엔나

- 감정의 억압

by 나무


비엔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거리엔 오래된 건물들이 점잖게 서 있고, 트램은 조용히 굴러가고, 사람들은 조용히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들이 표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웃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웃지 않는 것이 이곳의 예절 같았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할 때도, 직원의 얼굴은 매끄러운 석고처럼 무표정했다.

나는 살짝 웃으며 “Danke!”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소를 지을 필요 없이 커피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 도시는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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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해졌다. 왜 이곳에서 심리학이 태어났을까?

왜 이곳에서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말하게 되었을까?

무의식의 억압이 심리학의 발달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그 파고든 감정이 너무 많아지면, 결국 누군가를 찾아가 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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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감정의 억압은 예술로 녹여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을 꺼내놓을 표현의 수단이 음악과 미술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빈의 미술관에서 실레의 그림을 봤다.

찢어질 듯한 눈동자, 기괴하게 틀어진 손, 무방비한 몸의 포즈.

모든 억눌린 감정은 결국 예술이나 학문이 되나 보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한 달 살기는 나에게는 좀 버거운 일이었다. 큰 소음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소음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정도로 이 곳의 문화는 낯설다.


나는 이곳에서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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