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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회전문가 Feb 06. 2024

무교인 내가 사주는 믿는 이유

[ 올 한 해는 기회가 많이 생기는 해입니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서 금전운이나 취업, 사업운이 좋아지고 있는 형국이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실수로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는 해입니다. 때문에 매사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경쟁자가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감언이설에 속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고 모든 것은 항상 확인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를 해야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전체적인 운에 기복이 있기 때문에 운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자신의 운이 안 좋을 때에는 신중한 모습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 하고, 운이 좋은 시기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현명하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감정적이기보다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운이 약해지지 않습니다.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아야 손실이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습니다. 감정적이기보다 냉정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한 해입니다.]


매년 1월이 되면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사주를 보러 다닌다. 누군가는 사주가 [ 여름에는 물조심하고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 류의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만 한다고 하거나, 그저 말 잘하고 눈치 빠른 사기꾼들의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걱정이 많고 자주 불안에 떠는 나는 사주풀이가 마냥 고맙다. 당연한 말이라도 한번 더 들으면 조심하게 되고, 평소에는 잘 들을 수 없는 기분 좋은 말들을 해주니까.


당신은 본인 사람을 잘 챙기는군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넓진 않지만 깊네요. 손으로 하는 걸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창작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잘하겠어요. 이번 연도는 운이 트여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예요. 와 같은 추상적이지만 긍정적인 말들. 그런 말들은 잊고 있던 내 장점들을 상기시키거나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용기와 희망을 품게 해 준다.


반대로 안 좋은 사주는 그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는데, 힘든 일이 닥치거나 지금 시도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괜찮아. 이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올해가 원래 잘 안 풀린다 그랬어.'라고 탓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잘못이 아닌 일조차 온통 내 탓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었지만 이제는 사주 덕에 빠르게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일이 더 쉽게 해결되었는데 문제에서 감정이 빠지니 상황을 바로 볼 수 있게 된 덕이다. 


물론 모든 게 꿈보다 해몽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거 없는 불안을 이겨내는 데는 근거 없는 응원이 필요하다.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품고 현재를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기억력이 좋지 않아 중요한 것을 잘 잊는다. 그러니 좋은 말들과 주의해야 하는 태도들을 수시로 듣고 싶고, 들어야 하므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사주를 본다. 

괜찮다. 너는 잘 될 거고 잘 살게 될 거니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을 듣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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