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를 앞두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친한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이 종종 내게 묻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같은 나이 때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동기들은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면서 뒤늦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똑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내 경험을 비추어 비슷한 충고를 하곤 했다.
시중에 재테크 책을 한 열 권 정도 읽어보라고. 그러면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잡힐 거고, 거기서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라고. 매일매일 경제신문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점도 곁들이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의 얼굴은 살짝 어두워지곤 한다. '그렇게까지는 좀',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해요..'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말 경제공부는 고통스러운 걸까?
전문용어가 판을 치고 있는 분야이다 보니 유튜브, 팟캐스트, 특집기사, 재테크 관련 책들, 블로그 포스팅 글.. 내가 처음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고 관련된 지식들을 공유해주는 세상이다. 심지어 출근길에 듣는 10분짜리 팟캐스트로 그날 하루의 뉴스 기사를 정독해서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지식공유가 이루어졌으면 강의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도 남을 텐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만큼 많은 내용을 들었으면 본인이 스스로 인사이트를 통찰하거나 예측해볼 만한데, 막상 그 예측의 근거를 들어보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자신의 감에 의존하거나, '그냥'이라는 단어로 갈무리 짓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친한 선배가 특정 주식 종목에 대한 비밀정보를 공유해줬다면 앞으로 대박 칠일만 남았다며 '묻지 말고 투자'하라고 권유하기까지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그런 대화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경제적 투자 결정을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결정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많은 행동경제학 책에서 다루는 주요 문제이기도 하다.*
*일례로 책 Nudge의 경우, 인간 의사결정에서 드러나는 비합리성을 파악해 바람직한 결정을 유도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슬쩍 넛지(찌르기)를 통해 타인의 행동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부드럽게 바꾸는 전략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가 아주 생산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누구 형이 추천해줬는데 그 종목이 괜찮더라(주식), 어느 지역 아파트를 샀더니 몇억이 올랐더라, 등등. 영양가 없는 대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경제공부의 가장 중요한 맥 중 하나는 최신 트렌드와 현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대화들을 통해 특정 종목의 핫이슈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대화 자체도 매우 생산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에 대한 차이를 논하고 싶진 않지만, 안타깝게도 남성보다는 여성은 이러한 대화의 주제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투자를 싫어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는 원시 시대의 보수적인 유전자도 한몫할 것이다.
나 또한 이러한 사례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주식으로 몇천, 몇억을 날렸다는 주변 동료들의 이야기와 뉴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사업 투자에 실패해 자살하거나 가정이 망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나의 부정적인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자산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분야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오로지 저축만이 내 재산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이 믿음이 결코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저축이 최고라는 결론을 내리려면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난 뒤 결론을 내려도 늦진 않다. 왜냐하면 저축은 나를 가난하게 만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축은 나를 배신하진 않지만 나를 허탈하게 만들 수는 있다*.
* 오해할까 봐 덧붙이면, 필자는 저축을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1순위 수단으로 생각한다. 저축하지 말고 무조 건 투자하라는 뜻이 아니며, 저축이라는 충분조건이 전제되어야 투자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경제 공부는 나를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바깥일을 하는 남편에게 경제적 행위의 모든 결정권- 즉, 모든 투자의 선택을 일임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하며 내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성별에 따른 역할 부담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 사람의 판단에 온전히 의존하는 만큼 그 리스크도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러한 투자의 실패는 한 가정에게 크나큰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경제적으로 무지한 쪽이다. 그렇지만 경제공부를 하게되면 이러한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오히려 나의 자산을 증식시켜 예상치못한 피해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 따라서 경제공부는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지렛대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위험에서 구제할 수 있는 보호수단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되돌아와서, 수많은 부자 되기 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한 가지이다. 바로 내 스스로가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체는 지식 전달에 치중해있거나 혹은 방법론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실행에 옮겼다 하더라도 이를 꾸준히 직접 실천하지 않는 경우도 의외로 많지 않다.
결국 내가 스스로 생각해보고 실천해보지 않는 이상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십 가지의 방법론은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경우, 인터넷으로 해당 지역의 매물 가격을 보는 것보다 직접 운동화를 신고 그 지역을 돌아다니는 임장을 한번 하는 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6년간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재테크 책을 읽으면서 재테크 책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는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내용들이겠지만, 내가 브런치를 통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네 가지 블록을 통해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네 가지 블록의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지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다.
모든 재테크 책에서 주장하는 수입/지출관리이다. 월평균 수입이 얼마인지, 지출이 얼마인지, 그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최대한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블록은 매우 중요해서 절약하는 팁을 설명하는 책들만 시중에 몇십 권이 나올 정도이다. 물론, 최근 재테크 책의 트렌드는 저축보다는 저축할 돈으로 주식을 사거나 투자를 하는 방향을 권하기도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잘 나가는 기업도 현금흐름이 막히면 망한다.
하다못해 현금성이 좋은 주식도 예수금으로 돈이 들어오려면 2~3일은 족히 걸린다. 급할 때는 내 손에 쥔 돈이 최고이고, 부동산을 투자할 때도 결국 필요한 건 계약금으로 바로 쏠 수 있는 종잣돈이다.
따라서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번째는 경제 트렌드(이슈)의 파악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트렌드(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신문기사를 필독하는 것을 권장한다.
신문기사를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스크랩부터 기사 비교해서 읽기 등 다양한 방식이 나오지만 이건 꾸준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팟캐스트로 출퇴근하며 듣는 것도 방법이지만, 신문기사 스크랩으로 먼저 기초체력을 쌓으면서 팟캐스트를 병행하면 더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과외학생에게 이걸 적용시켜 논술 배경지식을 쌓는데 매우 큰 효과를 보았다.)
세 번째는 재테크 지식을 공부하고 시도해야 한다.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보험, 채권 등.. 돈을 버는 다양한 투자수단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고 소액으로 조금씩 욕심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전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성향에 걸맞은 재테크 수단이 무엇인지는 직접 하나하나 실행하며 찾아가야 한다. 또한 아무리 지식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죽은 지식이므로 아무 쓸모가 없다. 공부 없이 시도하는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며,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부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축을 잘 조절해야 한다.
책과 강연,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부하고, 10만 원이라도 조금씩 시도해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네 번째는 목표 설정을 통한 인생 설계다.
생각보다 내가 왜 경제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연한 사람들이 많다. 저축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나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 큼의 돈을 모아야 하는지, 나는 저축한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목표가 설정되지 않은 마라톤 선수는 결코 완주할 수 없다. 재테크 공부는 평생 내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과제이다. 따라서 완벽한 목표를 설정하려기보다는 내가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
왜 돈을 모으는지 목표 설정이 막연하게 다가오는 일부 '경알못'을 위해 연예인 서장훈이 했던 말을 전해주고 싶다. 건물주에 어마어마한 부자로 유명한 연예인 서장훈은 왜 자신이 열심히 돈을 관리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말을 방송에서 자주 한다. 내가 지금 제일 행복한 것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돈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내 또래 중에서 돈 때문에 비굴하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