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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론 프라이 Apr 05. 2023

맥락없이 듣는 오늘의 한곡 (2)

Ella Fitzgerald - Misty



Too misty
And too much In love



오늘 고른 노래는 Ella Fitzgerald 의 유명한 스탠다드 재즈 넘버인 <Misty> 다.


이 노래는 Ella Fitzgerald 가 1960년에 발매한 <Ella Sings Songs From "Let No Man Write My Epitaph"> 이란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물론 엘라가 이 노래를 최초로 부른 가수는 아니다. 원곡자가 있다.


그럼 이 곡의 원곡자들에 대해 우선 알아보자.



Ella Fitzgerald <Misty>의 바이브 앱 캡쳐 사진 (링크 https://vibe.naver.com/track/28499337)



SIDE A


이 노래는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 (Erroll Garner)가 1955년에 작곡해 발표한 곡이다.


이 곡의 탄생에는 비화가 있다.


어느 날, 에롤 가너가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카고로 가고 있었다. 착륙을 앞둔 시점에 그가 탄 비행기는 번개가 내리치는 폭풍우를 통과하게 되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비행기는 공항에 잘 착륙하였다. 이 때 그는 창문을 통해 비행기 밖의 풍경을 우연히 보게 된다. 창문을 통해 드러난 풍경은 해무가 자욱한 하늘위로 무지개가 솟아오른 장면이었다.


이 광경을 맞닥뜨린 에롤 가너의 머릿속에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이런게 가능하다니 신기하긴 하다. 극도의 두려움을 막 벗어난 순간에 떠오르는 악상이라니...


그것도 이런 로맨틱한 곡을....


이렇게 탄생한 <Misty>는 최초에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다. 이후에, 유명한 작사가인 자니 버크 (Johnny Burke)가 이곡에 가사를 붙혔다.


그리고 1959년에 가사가 붙혀진 <Misty>를 Johnny Mathis 가 자신의 앨범 [Heavenly] 에 수록해 발표했다. 이 버전은 크게 히트를 했고, 이 곡은 쟈니 마티스의 시그니처 곡이 된다.


<Misty>에 가사가 붙혀지는 과정에도 좀 곡절이 있었다.


조니 버크(Johnny Burke)는 처음에 가사 의뢰가 왔을 때는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절친이자, 에롤 가너의 친구인 피아니스트 허브 메이시크 (Herb Mesick)이 작사를 해줄 것을 계속 졸랐다고 한다.


계속 거절하던 조니 버크는 자신이 허브 메이시크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 마다 그가 이 곡을 일부러 연주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집요한 그의 구애에 견디다 못한 조니 버크는 “좋아, 그 빌어먹을 노래를 줘봐, 작사해줄 테니”라고 승낙했고. 두 세시간만에 작업실 옆 침실에서 가사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대충썼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가사가 나온 걸까?


이 가사는 정말 이런 비하인드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곡과 너무 잘 어울린다.





https://youtu.be/UOLEEkYO4MA
<Misty>의 원곡자 Erroll Garner 버전




<Misty> 의 가사는 사랑에 빠진 감정을 너무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Look at me,

I'm as helpless

as a kitten up a tree


And I feel like

I'm clingin' to a cloud

I can't understand

I get misty,

just holding your hand


Walk my way

And a thousand violins

begin to play

Or it might be the sound of your hello


That music I hear

I get misty,

the moment you're near


정말 그렇지 않는가!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순간, 나는..


가사 처럼...


나무 위에 있는 한 마리 새끼 고양이가 되어 구름위에 올라온 것 처럼, 머리 속이 온통 안개로 가득 차 버리게 된다.


길을 걸으면 수많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음악은 나에게 "안녕~" 이라고 반갑게 말을 건네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면 내 머리속은 온통 안개 속....


이 세상의 많은 노래들이 사랑에 빠진 감정을 수도 없이 많이 표현했지만, 나는 이 노래가 내가 들어본 노래중,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사를 쓸수 있도록 곡을 만든 에롤 가너도 대단하지만, 이 곡의 분위기를 1000 % 만족시키는 가사를 쓴 쟈니 버크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https://youtu.be/DkC9bCuahC8
최초로 가사가 들어간 Johnny Mathis 버전. 심하게 로맨틱하다





SIDE B


https://youtu.be/wIMACAW-A0g
1960년 발표한 Ella Fitzgerald 버전의 <Misty>




이 곡이 워~낙~ 스탠다드 재즈 보컬곡으로 유명한 곡이기에,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다.


그 중...

엘라 버전의 <Misty>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전이다.


여러 버전의 미스티를 들어 봤지만, 나에게는 엘라의 버전이 이곡의 감정선을 가장 잘 살린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엘라는 이 곡을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폴 스미스 (Paul Smith)와  함께 녹음한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엘라의 목소리를 더욱 빛나게 한다. 엘라의 감정선에 비해 매우 담담한 피아노 사운드의 흐름은 이 노래가 품고 있는 사랑의 느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너무 훌륭한 연주다.


나는 남성 보컬 보다는 여성 보컬을 더 좋아한다.


이건 뭐 개취니까... 이해해 주시길...


그래서 이 곡도 다른 여성 보컬의 버전을 많이 찾아 들었다.


그중 유명한 버전 몇 곡을 소개해 보겠다.


사라 본(Sarah Vaughan) 과 디나 워싱턴 (Dinah Washington), 그리고 알레사 프랭클린 (Aretha Franklin) 버전이다.



https://youtu.be/3U7eONfHQcI
Sarah Vaughan 이 부른 버전



https://youtu.be/FD9DrV_Mtz0
Dinah Washington 이 부른 버전




https://youtu.be/GtuWrIffx3A
Aretha Franklin 의 버전





사라 본의 버전은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Misty> 다. 이 곡은 미스트리어스 (mysterious)한 분위기가 있다.


이 버전을 듣고 있으면 정말 마음 한가운데 안개가 자욱한 기분이 든다.


디나 워싱턴 버전은 그녀가 프란시스 네로 (Frances Nero) 와 협연한 버전이다. 비교적 담담한 뉘앙스로 불렀다. <Misty>의 여러 버전 중 가장 담담한 버전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알레사 프랭클린 버전은 소울의 여왕답게 소울이 가득한 가스펠풍으로 이 노래를 소화했다. 그녀의 버전을 듣고 있으면 이 노래의 등장하는 사랑의 감정이 아가페적인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 버전 마다 매력이 있지만...


나는 역~시~ 엘라 버전이 제일 좋다.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너무 비슷해서 급 몰입이 된다.


수줍으면서도...


로맨틱해지는~





HIDDEN TRACK



엘라의 <Misty>는 1960년에 발매한 <Ella Sings Songs From "Let No Man Write My Epitaph"> 이란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앨범 타이틀에서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 음반은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Let No Man Write My Epitaph>에 삽입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제목을 보면 이 영화의 분위기가 짐작될 것이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Ella Fitzgerald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닉(Nick)의 친한 이웃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의 직업은 역시 가수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녀가 이 영화속에서 부른 노래들도 그녀의 이 앨범에 수록된 것 같다.


<Misty>는 분위기적으로 범죄 영화에 참 어울리는 곡이다.


엘라가 출연한 이 영화외에도 <Misty>라는 노래가 등장하는 정말 유명한 영화가 하나 있다.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에서 사이코인 라디오 청취자가 방송 도중에 전화로 DJ 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이 곡을 계속 신청한다.


이렇게 말이다.


play "misty" for me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버전은 Erroll Garner 원곡 버전이다.


아무튼 <Misty>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어떤 버전은 사랑의 감정이 전부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버전은 제목처럼 안개 자욱한 미스트리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꼭 한번 들어 보시길~




엘라가 출연하기도 했던 범죄 스릴러 영화 <Let No Man Write My Epitaph> 포스터다


출처 imdb.com




아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영화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의 공식 트레일러다.


좀... 섬찟하다!



https://youtu.be/6Y9J7QjN1gg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의 공식 트레일러




이 영화의 오리지널 제목은 [Play Misty For Me] 다.


국내 개봉 당시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로 바뀌었는데...


좀 쌩뚱맞다~


마지막으로 Ella 버전을 가지고 내가 만들어 본 <Misty> 영상이다.









life is a 픽션
written & created by 카메론 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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