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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Apr 04. 2024

ep39. 결혼해 짝 결혼해 짝

결혼장려자입니다.

드디어 그를 보게 됐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의 남자친구.


한눈에 딱 봐도 선한 인상, 점잖은 제스처, 신뢰를 주는 눈동자와 단정한 옷차림. 합격!

교대조로 7년 동안 몸담고 있는 성실함. 합격!

집이며 혼수며 꽉꽉 채워 마련해 놨다는 결혼 준비성. 합격!

깨끗하게 유지되는 집안 구석구석도 물론 합격!

만난 지 3년, 아직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쓰고 싸워본 적 조차 없다는데 말 다했지 뭐. 합격!


나, 김다린.(작가의 필명) 비혼의 삶도 물론 응원하지만, 나는 역시나 둘인 쪽이 더 좋다.

뭐가 됐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혼자 치킨 시켜 먹으면 나 혼자 맛있는 닭다리 두 개 다 먹을 수 있어서 좋겠지. 하지만 둘이서 먹으면 닭다리 하나만 먹어도 그냥 맛있다. (반박 시 당신의 말이 맞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니까. 장려.. 쯤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결혼장려자로써 꼭 둘이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커플이 있는데,

나의 사랑하는 미혼여성친구(ep2. 영원한 1+1 행사에 등장했던 그녀)다.

그녀는 디자이너니까 앞으로 심디라 명명하겠다.

심디에겐 현재 장거리로 3년째 예쁜 사랑을 키워오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언젠가 동네에서 심디와 소주 한 병을 시켜 노나 마실 적에 그녀와 나의 안줏거리는 단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닭다리뿐만 아니라 교제 중인 남자친구도 늘 포함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몇몇 남자친구가 다양한 방면으로 그녀를 실망시킬 때마다 나는 속속들이 그것을 알 수 있었는데 (사실은 말야) 한 놈도 내 성에 차는 놈이 없었다.

물론 심디는 현명하고 깊이 생각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쉬이 연애를 하지도 않았고, 한 번 연애를 시작하면 오래 만남을 이어가곤 했다.

해서 진중한 만남 끝에 누군가와는 결혼이야기도 오간 적이 있으나 종국엔 헤어졌고, 난 그 역시 아주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부부의 연은 따로 있다 했지. 누가? 내가. (ep3. 부부의 연 참고)

이제 그녀는 나와 만나면 닭다리를 뜯을 새도 없이 소주 한 잔 털어 넘기고 안주로는 남자친구의 칭찬만 입이 마르고 닳도록 한다.

사실 심디는 늘 해맑기만 한 여자는 아니었는데, 그를 만나고 나서부턴 그녀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싹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이아몬드보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여러모로 지금 심디가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앞 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딱 그녀의 남편감이 확실하다.


그런 두 사람이 결혼만 한다면야 내 부케를 그녀에게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그들은 결혼의 첫 문턱인 프로포즈 단계를 넘지 못했다.

상황을 딱- 듣자 하니 서로 결혼 생각은 가득 하나 장거리 커플이라는 점(결혼하면 그녀가 남자친구가 지내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과 결혼준비가 완벽하게 된 그에 비해 아직은 모자라다 느끼는 그녀의 마음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누구 하나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것 같은데..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느라 오히려 주변인들만 옆에서 결혼하라고 안달이 났다.

주변에 안달 난 1인으로써 나도 둘의 결혼을 격려하고자, 호시탐탐 그를 만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최근에야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게 됐다.


실제로 보니까, 그녀에게 듣던 대로- 아니?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분이었다.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마치 한 쌍의 잉꼬인 것만 같아서 너무 보기 좋았다.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어머니보다 내가 더 흐뭇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 뭐야.


나는 그날, 두 사람에게서 나는 짙은 결혼의 향기를 맡았다.

주제넘은 줄은 알지만 때문에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언제 하냐며 "결혼해 짝 결혼해 짝" 하면서 결혼을 부추겼다.

(당시에 친구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지만 훗날엔 내게 더 푸시해도 된다며 오히려 나를 부추겼다는. 허허.)


그리고 본 김에 당연히 결혼식에도 초대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의 사랑하는 사람이니 당연 내 결혼식에도 꼭 초대하고 싶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와서 결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미래를 다짐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친구야.

난 네가 그와 꼭 결혼했으면 좋겠어.

인생 물론 혼자인 것도 좋지만, 너는 둘이 함께 있을 때가 더 빛나!


+

결혼하면 연고하나 없는 지역에 내려가서 살아야 하니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그치만 친구야. 네가 혹시나 그곳에서 외로워하거든 내가 언제든 달려갈 테니 결혼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내 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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