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책 〉
《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_박예진 / 센텐스
“당신이 본 모든 것이 동화가 될 수 있고, 당신이 만진 모든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 그가 11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족 모두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해야 했다. 그러던 중 안데르센은 연극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코펜하겐으로 상경한다. 하지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배우에게 매우 중요한 발음이나 문법을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 그 꿈을 접는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당시 국회위원이었던 요나스 콜린이 “안데르센의 글재주가 좋다”라는 칭찬을 하자, 안데르센은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된다. 중요한 대목이다. 재능은 있었지만 혹평을 하는 한 사람 때문에 꿈을 접는 사람도 있고, 안데르센처럼 그만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한마디의 칭찬과 격려가 다시 일어서는 힘을 주는 경우도 있다.
고전문학 번역가이자 북큐레이터인 박예진은 안데르센이 쓴 160여 편의 동화 중 잔혹함이 담겨있거나 독특한 분위기의 동화들만 모아서 책을 만들었다. 동화가 잔혹하다? 어울리지 않는 콘셉이지만 안데르센이 몇몇 작품에 그려놓은 풍경을 보면 이 동화를 아이들이 읽어도 될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약간 자리를 옮겨서 바라보면 아이들에게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데르센이 동화를 발표하던 초기(30세)엔 대중들에게 그리 호감이 가는 작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1844년(39세)에 〈미운 오리 새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드디어 모든 사람이 안데르센의 동화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아마 이 무렵부터 경제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예술가들이 살아있을 때 인정을 받고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나는 것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안데르센은 복 받은 사람이다. 비록 어렸을 적 어려운 성장과정이 있었지만, 그의 반생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장례식은 덴마크의 국왕 크리스티안 9세와 루이세 왕비까지 참석할 만큼 국가 중대사가 되었었다고 한다.
책엔 〈빨간 구두〉 〈인어공주〉 〈백조왕자〉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외에 11편의 동화가 영문과 함께 실려 있다. 동화는 어른이 읽어야 한다. 강퍅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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