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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01. 2024

012 달까지 가자(장류진 저)

달까지 가자. 제목만 보고 아폴로 11호를 떠올리며 SF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내 예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세 여자의 암호화폐 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신들이 산 코인이 상승장을 뚫고 달까지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작중 ‘달까지 가자’라는 대사를 제목으로 쓴 것이다.

지금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소설이다. 2017년도는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코인 얘기만 나누었다. 아쉬워해야 할지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나는 그 판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변에서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단기간에 벌었다는 소식들을 듣고 있자니 세상이 정상이 아니다 싶었지만 내심 많이 부러웠다.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과거 세대에 비해 한풀 꺾여 버린 지금의 세대는 그 해 올라가는 코인가격에 탑승하기 위해 혈안이었고 거기에 미쳐있었다.


미쳤다는 표현이 과격할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가치의 유무에 대한 평가가 끝나지도 않은 무형의 디지털 코드에 모든 희망을 걸고 뛰어드는 모습과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그 가격은 미쳤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하기 어렵다. 당시 코인이 떨어지면 한강 간다는 말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코인 열기는 맹목적이었다. 한강 간다는 뜻은 전재산을 건 코인이 망하면 자살을 하겠다는 뜻으로 작중에도 주인공들에게 코인을 권한 은상도 만약 전재산을 건 코인이 망했으면 아마 자살했을 것이라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충분하고 적당한 여가도 즐길 여력도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큰 부자는 되지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평범하게 먹고살 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까지 자신의 전부를 걸고 뛰어드는 것일까?


부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본능이라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돈에 대한 맹목적인 지향은 지금의 삶이 주는 절망감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지만 그 속의 개인들은 절대적으로든 상대적으로든 빈곤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미래의 희망은 줄어들고 발달된 미디어는 부의 맛을 간접체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켰다.


7성급 제주도 호텔을 처음 간 다해는 그 고급스러움 감탄하지만 자신의 수준에 못 누릴 사치를 너무 일찍 경험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한다. 한번 올라간 눈높이는 다시 낮추기 어렵다. 그 단 한 번의 경험이 끊임없이 욕망을 솟구치게 한다.

    

코인을 믿지 않다가 중반부 코인에 뛰어든 다해는 상한선을 정해 놓는다. 얼마만 벌면 빼야지라고. 하지만 그 선에 도달하자 욕심이 이성을 지배한다. 계속해서 그 선을 올린다. 지나친 욕심을 멀리하라는 전통적인 교훈의 일반적인 서사가 떠오르며 그녀들의 계속되는 욕망이 탕진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하여 마음 졸이며 보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수익을 거뒀다. 적게는 수억부터 많게는 수십억 까지. 과연 해피엔딩일까?


소년등과 일불행. 작중 소제목인 이 격언의 뜻을 되뇌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중국 송나라 학자 정이천이 말한 격언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면 오히려 불행하다는 것이다. 30세도 되지 않은 그녀들의 일확천금은 그들을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부를 탐하는 욕망의 굴레에 빠뜨릴지 모른다.


다해는 몇 달 사이 10년 치 연봉을 넘는 돈을 벌었다. 이는 큰돈이지만 자꾸만 높아진 그녀의 욕심을 채우기에 부족하다. 때문에 '푼돈'을 주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결정하며 자못 울적해한다. 나름 잘 다니던 회사이지만 이제는 울적한 마음을 갖고 다니게 된 것이다. 그것도 겨우 '푼돈'을 받으며 말이다. 그들의 통장 잔고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그에 비례하여 커진 욕망은 더 벌지 못한 아쉬움과 아직 부족하다는 갈증을 초래하여 결국 삶의 만족도를 낮출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확천금을 바라기 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교훈적인 생각으로 책장을 덮지만 주인공들의 일확천금이 너무도 부럽고 나도 그러한 행운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솟구친다. 머리는 교훈을 이해하지만 가슴은 따로 논다. 결국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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