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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14. 2024

01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괴테 저)


줄거리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괴테가 젊은 시절 겪었던 샤르로테 부프와의 연애 경험에 기초한 체험문학이다.


유복한 시민계급 출신의 베르테르는 집안의 유산만으로 살아가기 충분하다. 자연 속에 살아가며 행복감에 고취되던 그는, 한 사교모임에서 로테라는 여인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정혼자가 있어, 베르테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주하여 궁정에 취직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에도 시민계급이라는 한계를 직면하며 또 다른 절망을 맛본 그는 얼마 간의 방황 후 로테의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알베르트와 결혼한 로테와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 깊은 슬픔의 심연 속으로 빠진 그는 해방구로 자살을 선택한다.


독일어를 한 단계 발전시킨 괴테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찬가를 이토록 다채롭고 황홀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좌절, 시대적 한계에 대한 무기력함을 이토록 어둡고 절망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면 흡사 시집을 읽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괴테의 또 다른 역작이며 독일 문학사에 가장 중요한 작품인 파우스트에서도 엄청난 어휘와 비유의 향연이 펼쳐진다. 괴테가 독일어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가 문장 하나하나에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얼마나 섬세하였을지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다.


연속된 좌절에 굴복한 베르테르


혹자는 좌절한 사랑 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베르테르를 헛똑똑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사랑은 인생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굳이 실패한 사랑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사랑의 결실을 맺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생각은 베르테르의 절망적인 선택에 반기를 들게 한다.

  

그러나 그의 자살의 이유를 단지 이루어질 수 없는 로테와의 사랑에서만 찾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베르테르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학식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의 계급제는 그에게 출중한 능력에도 신분의 장벽을 마주하게 하였다. 로테로부터 떠나 정착한 곳에서 열린 귀족 행사에 참석한 그는 낮은 계급으로서 괄시와 모욕을 겪는다. 이것이 더욱 그의 절망감을 심화시켰다. 결국 그는 끝없는 절망의 탈출구로 로테를 다시 찾았으나 그곳에서 다시 한번 절망을 맛보았던 것이다.


본디 인간이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행불행을 느끼는데, 불행 뒤 찾아오는 고독은 절대적인 가상의 존재를 창조해 그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더욱 깊은 절망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이는 작중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쓴 편지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비록 베르테르는 자연의 청신함에 한껏 고무되어 행복감을 만끽할 정도로 자신의 삶과 환경에 만족했지만 사랑의 실패, 자신의 계급이 주는 사회적 한계라는 연속된 좌절에 불행을 탐닉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자살을 단순히 사랑의 실패에 대한 결과로만 이해하면 안 될 것이다.


파우스트 vs 베르테르


나는 <파우스트>를 읽고 괴테의 지적 깊이에 감명받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그렇기에 파우스트와 베르테르, 두 인물에 대한 비교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파우스트는 실패와 좌절에도 끝없이 노력하고 정진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반면 베르테르는 유복한 환경에 본디 행복했음에도 일련의 좌절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여린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며 그것이 크든 작든 시련을 마주한다. 그때마다 내가 견지해야 할 삶의 자세는 무엇일까? 인간이란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명징한 답을 내기 어려운 철학적 고민과 성찰의 과정에 두 인물을 탄생시킨, 약 200년 전의 현인에게서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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