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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May 17. 2024

004 트렌드 코리아 2024(김난도 등 저)

2024년을 주도할 트렌드는?

급변하는 세상, 트렌드를 좇아야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몇 해째 매년 발간될 때마다 열심히 읽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트렌드도 급변하는 사세상이다. 그러한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매년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의 트렌드로 10가지를 뽑았다. 분초사회, 도파밍, 디토소비, 버라이어티 가격전략, 호모프롬프트, 육각형인간, 요즘 없던 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리퀴드 폴리탄, 돌봄 경제이다. 이중 눈이 가는 키워드는 총 6개이다. 키워드는 6개이지만 두 가지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현대인의 불행의 이유와 AI시대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다.


소비 자본주의에 종속된 현대인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어느 때보다 혐오와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이기심이 인간의 본질적 기질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이 정도로 인간의 심성이 이기심에 전복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이기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과거보다 높아지는 자살률, 우울증 약품 처방 횟수, 만연한 혐오와 이기주의들은 모두 현대인이 과거보다 더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의 생물학적 기제는 농경사회와 그다지 변하지 않았는 데에 반해 우리 과도한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면시간은 7시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하루 시간은 평균 17시간 정도이다. 주어진 이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많은 것을 이루고 즐기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없이 범람하는 미디어 콘텐츠와 넘쳐나는 자극적인 음식들, 그리고 내가 갖고 싶은 건 몇 번의 터치 만으로 우리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먹고, 마시고, 보고, 듣고, 사고. 우리는 오감을 자극하는 각종 유흥거리가 넘처나는 풍요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즐기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단위가 아닌 분, 초단위로 쪼개 하루를 살아가는 '분초사회'를 살아간다.


높은 자극을 좇게 만드는 뇌의 작동 기제는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면서 까지 유희 거리를 탐닉하게 한다. 특정 자극에 의해 도파민 분비라는 보상을 받은 뇌는 이후 동일한 보상을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한다. 자극에 노출될수록 보상을 받는 자극의 역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렇기에 그 자극을 찾아 계속해서 유희거리를 찾아 '도파밍' 중이다. 하지만 무한한 자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한계에 직면할 때 우리는 고통을 느낀다.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소비자본주의도 우리를 중독의 수렁에 빠지게 한다. 쇼핑이 주는 자극의 크기는 생각보다 높다. 한때 소위 시발 비용이라며 스트레스 해소용 저가 소비를 나타내는 용어가 유행이었다. 경제학적 용어의 립스틱 효과와도 비슷한 현상이다. 이는 소비라는 행위가 하루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한 소비행위가 진일보(?)하고 있다. 적은 비용의 소비가 주는 만족감은 더 이상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불필요한 폰, 시계, 옷, 나아가 차까지 끊임없이 소비를 갈구하게 만든다. 거기에 일반인 인플루언서인 소위 연반인들은 우리에게 더 친숙하고 접근성이 높은 소비의 뮤즈로 나타났다. 그들이 입는 옷, 타는 차, 먹는 음식은 범접하기 힘든 것들이 아닌 우리도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고 소비하고 싶은 재화들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뮤즈에 빠져 그들의 소비 행태에 기꺼이 동참한다. '디토 소비'이다. 거기에 이러한 특성에 맞춘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은 소비를 부추긴다.


광고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차 세계 대전 이후 대공황 시기다. 과도한 생산에 비해 부족한 수요로 촉발된 공황이기에 더 많은 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벌어진 수많은 경제 위기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도한 부채로 인한 도미노식 붕괴가 원인인 것도 있지만, 수요 부족으로 기인되었던 경우도 상당하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감소는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에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소비를 강요한다. 소비 자본주의 시대 기업들의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의 범람 속에서 무소유의 가치를 견지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지갑을 열고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거리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소비재가 무한히 나올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온 방법 중 하나'스핀오프 프로젝트'이다. 기존에 성공을 거둔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재화나 콘텐츠에 접목하여 기존의 소비자를 락인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가능케 한다. 거기에 디드로의 심리가 가미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또는 스토리에 맞춰 출시되는 세트 아이템들을 수집하고 모으고 싶어 하는 수집가의 심리가 작동한다.

   (* 디드로 효과 : 선물로 받은 붉은 옷을 위해 가구를 모두 붉은색으로 바꾼 디드로처럼 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현상)  

소비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선호와 소비 습관을 통해 개인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상은 고도의 소비 자본주의 시대에 세분화된 준거집단에 맞춰 강요된 선호에 따라 무절제한 소비를 이어갈 뿐인지 모른다. 그러나 소비가 주는 희열은 유한하고 일시적이다. 그렇게 계속된 소비의 갈증에 목말라하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작동이 가능한 이유로 AI의 발전이 한몫한다. 소비자의 콘텐츠 등 소비 성향을 자동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재화를 추천한다.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했는데 그것과 관련된 여러 재화와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제공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알고리즘의 작용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기술의 발전 정도와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래할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최근 많은 사람들은 도래할 AI 시대의 인간의 역할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산업화 이후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듯이 챗GPT가 보여준 가공할 능력은 단순 반복의 노동을 넘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왔던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분야에 까지 AI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AI는 스스로 필요와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 즉 인간의 최초의 개입이 있어야만 어떠한 산출물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저자는 AI에게 적절한 명령을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인간에게 중요한 능력일 것이라고 말'호모프롬프트'라 명명한다. 도래할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인류의 중대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산적 활동의 보조적 수단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이 있 보인다.


반면 한병철 교수는 <서사의 위기(2023)>에서 SNS 등 네트워크에 올리는 과도할 정도의 개인 정보들로 인해 개인들이 AI에게 지배당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가 과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파민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순간적인 유희만 추구하며 SNS와 같은 가상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유의 시간을 잃어 가는 사태를 목도하고 있으면 거대 AI를 보유한 기업들에 의해 개인들의 사상과 철학이 지배되고 좌우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한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그러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 보다 개인들의 사유의 시간과 주체적인 철학관의 확립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다고 느껴진다. 한때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졌었다. 고도로 발달된, 그리고 빠르게 진일보하는 기술의 시대에서 인문학적 소양보다 과학적 지식의 가치가 사회발전적인 측면에서 월등히 높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취업과 경제 발전도 좋지만 전 국민의 인문학적 소양의 발전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어간다. 대학교 입학과 함께 서울로 상경하여 처음으로 혼자 지하철을 탔을 때, 내릴 곳을 놓칠까 전전긍긍했던 경험이 문득 떠오른다. 변화하는 사회상을 나와는 무관한, 흐르는 냇물처럼 흘러가게 두어버리면 목적지를 놓친 열차에 탑승한 꼴이 된다. 가야 할 곳을 잃고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할 뿐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트렌드 2024를 통해 적어도 올해와 내년에 어떠한 요소들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변화를 이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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