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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May 20. 2024

005 군주론(마키아벨리 저)

군주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마키아벨리즘의 시작


로렌초 메디치에게 위대한 군주가 되길 바라며 마키아 벨리가 헌정한 책


피렌체 지역의 새로운 군주인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헌정하는 글로,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한 방법을 총 26장에 걸쳐 서술하였다. 1장~11장은 공화국, 세습 군주국, 신생국 등 다양한 국가 형태에 따른 통치 방법, 12장~14장은 자국군, 원군, 용병 등 다양한 군대의 종류와 장단점, 15장~25장은 역사 속 다양한 군주들의 사례를 토대로 훌륭한 군주로서의 덕목과 통치술을 서술하였다. 마지막 26장에서는 국내외로 어지러운 15세기 이탈리아 정국에 꼭 필요한 훌륭한 군주로서의 로렌초 데 메디치를 찬사 하는 글로 마무리한다.

* 이탈리아는 내적으로 1453년 이후 밀라노 공국, 베네치아 공화국, 피렌체 공화국, 나폴리 왕국, 교황령이 서로 각축을 벌였고, 외적으로 1493년부터 프랑스 왕국, 에스파냐 왕국, 신성로마제국이 수차례 침략하는 등 강력한 통일군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시대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는 군주론


‘군주론’은 16세기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21세기에는 정치 철학의 필독도서로 여겨진다. 하나의 책이 시대에 따라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던 점이 흥미롭다. 군주로서 덕을 쌓기보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거짓과 배신, 폭력이 필요하다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근대의 도덕성과 충돌한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동안 ‘군주가 이래도 되나?’라는 불편함을 갖게 만든 걸 보면, 현시대의 도덕관념과도 동떨어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다소 파격적인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종교의 위세가 높았던 중세 유럽에서 금서로 지정되기에 충분했다. 마키아벨리의 불명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마키아벨리즘’으로 그는 권모술수의 대가로 이미지가 고착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받는 마키아벨리는 억울할 것이다. 그는 군주란 자신의 백성들에게 자애로워야 하지만, 국가의 안녕을 위해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며 때와 장소에 맞는 통치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군주론’은 윤리학이 아닌 정치학의 관점에서 재평가되었다.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통치를 위한 방법을 고상한 도덕적 관념으로 포장하지 않고, 과격할지라도 방법론을 명확하게 제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근대정치철학의 기초로서 ‘군주론’의 가치는 충분하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군주론’을 악덕의 책으로 비판하면서도, 통치 중 마키아벨리의 통치론을 차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순적 일화는 유명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서술할 당시의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이탈리아 정국을 안정시켜 줄 강력한 통일 군주의 탄생을 바랐던 그의 염원이 후대에 의해 인정받은 셈이다.


태종, 군주론의 동양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마키아 벨리는 외교 업무차 체사레 보르자와 협상한 적이 있다. 이때 그에 대한 일화에 크게 감명받으며 군주 상에 대한 대표적인 모델로 그를 활용한다. 그러나 만약 마키아벨리가 동양의 사람이었다면 군주론의 롤모델로 태종을 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태종이란 인물의 평가는 상반된다. 조선이라는 신생 왕조의 건국(1392년) 8년 뒤인 1400년 태종은 조선 3대 임금으로 즉위한다. 초기 혼란스러운 정국의 안정화를 위한 그의 업적을 보면 왜 마키아벨리를 언급하는지 알 수 있다. 사병을 혁파하고 왕권을 강화하였고, 수도를 한양으로 재 천도하여 이전 왕조의 색채를 지우고자 하였으며, 여진족을 몰아내어 외세로부터의 안정을 이루었다. 그 후 스스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물러난 후에도 왕가 친인척을 대거 정리하는 등 조정의 피바람이 끊이질 않았다. 즉위 이전에도 새 왕조를 위해 정몽준이라는 걸출한 문신을 영입하고자 하였으나 이전 왕조에 충성하는 그가 새 왕조에 위해가 될 것으로 판단하여 척살 한 일과, 1,2차 왕자의 난이라는 형제간의 참혹한 사건까지 그가 얼마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었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한 명의 인간으로 그를 평가하자면 그는 권력 강화를 위해 친인척과 형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인 파렴치한 인간이다.


그러나 그를 한 명의 인간으로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다. 억불숭유 정책을 강력 추진하는 그가 장자가 아닌 세종에게 왕위를 자진하여 물려주었고, 임종 직전 세종에게 ‘모든 악덕은 내가 지고 갈 것이니, 그대는 성군이 되시오.’라고 말한 사례를 볼 때, 그는 개인의 영달보다 조선이라는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만들어 놓은 강력한 왕권과 안정된 조선 사회에서 세종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군주가 탄생한 것은 필연이었기에 한 명의 군주로서 태종은 달리 평가할 만하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리더의 덕목


목적을 위해서라면 폭력적인 방법까지도 얼마든지 찬성하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분명 과격한 면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주장에 상반된 평가가 현대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더가 그의 주장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불변의 덕목이 있다. 리더란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많은 정치인들을 보며 정치혐오에 빠지는 이유가 그들이 국민이 아닌 자신의 성공만을 좇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정치비교해 보며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흥미롭게 읽었다.

   

정치철학의 기초로 평가받는 마키아벨리의 사상 외에도 이 책을 읽으며 중세 이탈리아의 모습을 엿본 것은 덤이다. 나와 다른 세상, 사회에 살았던 저자가 지금과는 다른 기준을 갖고 쓴 글인 만큼 나와 그의 세상을 비교해 보는 것 또한 다른 재미이다. 흔히들 고전이라 하면 어려움,  지루함, 딱딱함의 인식 때문에 쉽게 손 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과 달리 군주론은 다소 쉽게 읽을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발판 삼아 더 많은 고전 책을 탐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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