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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May 21. 2024

006 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괴테, 파우스트의 전설을 엄청난 역작으로 탄생시키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8세기 후반인 24세에 집필을 시작하여 19세기 중반 83세에 탈고한 역작이다. 15~16세기 독일에 실존한 파우스트 박사의 전설을 토대로 희곡으로 각색하였다. 이 희곡은 약 일만 이천여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1년에 2 백문장, 1~2일에 한 문장 꼴로 집필한 것이다. 괴테가 파우스트라는 마스터피스에 쏟아부은 인고의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문장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대문호답게 대사 하나하나에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발전과 퇴보 등 수많은 고뇌의 흔적이 녹아 있다. 얼마나 많은 고심을 거쳐 작성하였을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연극배우들이 파우스트의 공연을 시도해 보았는데 단순히 대사를 읽기만 했을 뿐인데도 2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방대함에 책을 읽기 전부터 압도되었다.   


파우스트의 줄거리


파우스트는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신과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의 타락을 두고 그의 영혼을 대가로 내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파우스트는 비록 온갖 지식을 섭렵했지만 자신에 삶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꼬임에 빠져 젊어지는 약을 먹고 그와 세계를 유랑한다. 그레첸이라는 젊은 처녀를 만나지만 욕정에 눈이 멀어 그녀의 모친과 형제를 죽게 만든다. 처녀임에도 파우스트의 아이를 출산한 그녀는 사회로부터 지탄받게 된다. 이런 고난 속 그레첸은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게 만들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감옥으로 가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그녀를 구출하는데 실패한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한 왕국으로 간다. 메피스토의 도움을 받아 마술을 부려 그 왕국의 재정문제를 해결한다. 그의 마법에 탄복한 왕은 역사상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를 소환해 달라고 한다. 헬레네를 소환하는 데 성공한 파우스트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아들을 낳지만 아들은 결국 죽음에 이르고 헬레네는 떠나간다.


이후 왕국의 반란을 진압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파우스트는 바닷가의 영지를 하사 받고 간척사업을 통해 신천지를 이룩하고자 한다. 바닷가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노부부를 간척사업을 위해 이주시키려 하는데 그들의 반발로 실패한다. 그러자 약간의 강압을 이용해 그들을 이동시키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불에 타 죽게 만든다. 


신천지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노쇠한 파우스트는 눈을 감는다. 욕정과 물욕, 살인방조 등 각종 타락에 빠져버린 파우스트를 보며 메피스토는 자신이 내기에 이겼음을 확신하고 그의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메피스토와 악마를 내쫓고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원한다.


욕망 지향적인 파우스트는 노력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다


결말을 두고 기독교 문화였던 당시 사회는 분개했다고 한다. 선한 인생을 살지도, 마지막에 참회를 하지도 않은 파우스트가 천사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은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독교 사회의 지식인이었던 괴테가 이러한 반발을 예상치 못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파우스트는 인간을 대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노력하는 인간을 나타낸다. 파우스트는 지적탐구를 끊임없이 추구하였으나 결국 충족하지 못한다.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레첸과의 사랑도 헬레네와의 사랑도 불행으로 끝마친다. 많은 사람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 과정 중 불가피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는다. 과정마다 불가피한 파멸이 동반되고 결과는 실패뿐이었으나 절망하거나 굴하지 않고 파우스트는 끝까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생을 마감한다.


인간은 왜 살아가는 것일까? 다른 동물들처럼 생존과 종의 번식이 다일까? 인간의 삶 그리 단순하게 정의하기에는 인류가 수십만 년의 시간 동안 지구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 기술의 발달과 부의 축적은 단순히 인간의 생존력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리의 추구와 부에 대한 욕망의 산물이다. 주어진 대로,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단순히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랑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각자 추구하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 비록 파우스트는 참회하거나 성인의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욕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척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고전이 주는 사유의 기회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고전들의 특성은 인간과 삶에 대한 고찰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왜 참회하거나 성인의 삶을 살지 않은 파우스트의 영혼이 구원을 받는 것인가?'라 기존 관념에 반하는 물음을 던져 주사유의 폭을 넓준다. 

서양문학사를 논함에 있어 빠지지 않는 역작이기에 읽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양에 한 번 놀라고 난해함에 두 번 놀라고 지루함에 세 번 놀란 책이다. 한 번의 독서로 괴테의 생각과 사상을 엿보기에는 쉽지 않았다. 덕분에 괴테의 의도와 나의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문학이란 장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보다 독자에게 생각하고 사유할 기회를 주는 것 말이다. 이것이 책, 그중에서도 문학이 가진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된 장점이라 생각한다. 두, 세 번 읽어 보아야 가까스로 나와 다른 시대, 다른 장소를 살아온 그와 미약하게나마 교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과연 나에게 이 책장을 다시 여는 용기가 발현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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