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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May 24. 2024

008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저)

2023년 1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 부부 곁으로 와주었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나가다 만나는 아이들이 눈에 정말 많이 들어온다.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 보인다. 우리 아들도 크면 저렇게 엄마~ 아빠~ 하면서 뛰어다니겠지? 하늘이 왜 파란지, 나무는 왜 푸르른지 조잘조잘 묻겠지? 하며 다양한 상상을 하곤 한다. 아기, 아이 교육에도 참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아이들과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이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저술한 수필이다.


나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는데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참 신기하다. 한편으로 어린이들의 생각이 참신해 보이는 이유는 어른들의 사고가 사회화라는 미명 하에 세상이라는 판에 맞게 정형되었기 때문이 아닐지, 어린이들의 신박함도 세월의 무게에 눌려 평범함으로 바뀌어 가지 않을지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어린이를 보는 어른의 시선은 그들의 독특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요즘 자주 보게 되는 속어가 있다. 잼민이, 00 린이 등이다. 잼민이는 어린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이고, 00린이는 어느 분야에 모자람이 있는 어른을 낮추어 표현하기 위해 어린이라는 단어와의 합성어이다. 예를 들면 캠핑 초보인 사람을 캠린이라고 표현한다. 두 단어 모두 어른들의 어린이들에 대한 무시와 괄시가 녹아 있다. 이는 어린이를 하나의 주체가 아닌, 성인으로 성장 중인 과도기적 존재이며 아직 배우고 습득해야 할 게 많은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이 담기어 있다.


우리는 왜 아이들을 과도기적 존재로 바라볼까. 아직 작고 미숙하기에?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세상의 관습적 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아직 어른들보다 덜 살았기에?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 어른들은 아기와 아이를 훈육하고 통제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도 모두 어린 시절을 겪어와서 알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닌, 그 자체의 자신으로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왔다. 어른과 같이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거대한 세계가 있는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오히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른과 아이가 상보적인 관계라고 느낀다. 나는 어릴 적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의 유식함을 부러워했고 내 아이는 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나도 책을 안 읽는데 내 자식이라고 읽을까? 내가 먼저 읽어야 아이도 보고 따라 읽지 않을까?라는 반성을 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책 읽는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지금은 이렇게 독서 감상문도 올려보며 나름 재밌게 독서를 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를 지도, 편달하며 어른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만 배우는 게 아니라 어른도 배우고 성찰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잘 키우고 싶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과해 욕심이 되어 아이를 옥죄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긴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대상이 아닌 상호 존중할 주체라는 생각을 갖고 아이에게 억압보다 자율의, 통제보다 자립의 환경을 선사해 주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보다 우선해서 나부터 우리 아이를 키우는 데 부족함 없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나만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아이도 나를 더 발전하게 해 준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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