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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칠 Dec 29. 2021

'기록하는 습관'이라는 건

글쓰기 수업 1주 차 미션 두 번째 글

다른 사람들은 여러 개의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고 다 기억해서 실행에 옮기는지 궁금하다. 나는 항상 일을 순간적으로 쳐내기 바쁜 사람이고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나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오늘 내가 그랬듯이 꼭 사소한 누락 하나를 꼭 내고 만다. 비록 그 실수가 사소하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뭔 실수냐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때까지 어떤 것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티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를 한 적이 없어 계속 실수 없는 마무리에 미련을 둔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닌 듯한 게 항상 명쾌한 해답인 것처럼, 마치 내게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같은 말로 들리는 답을 매번 듣는다. 바로 소위 ‘기록하는 습관’이라 불리는 것 말이다.


잠깐 딴 길로 새 보자면 아마 나의 ‘기록하는 습관’의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이었을 것이다. 한 때 ‘공부의 신’이라는 키워드가 뜨거웠고 ‘명문대생들의 성공 비결은 기록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소규모 공부 컨설팅 업체가 난립하며 온갖 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엄마의 치맛바람과 함께 그 상품에 강제로 엮이며 그들의 노트와 기록 특강 패키지를 거의 몇십만 원 가까이 주고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당시에 하기도 싫은 공부도 지치는데 기록까지 해야 한다는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문구나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기록을 남들이 보기 예쁘게 하는 것에 몰두했다. 그런 나머지 정작 해야 할 공부라는 것을 놓치게 된 점도 실패의 비결이었다.


그 이후에도 기록을 조금씩 하긴 했다. 다만 남들처럼 일정한 프로세스로 딱 실행하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등 눈앞에 있는 기기에 즉흥적으로 기록해서 파편화되어 버렸다. 당연히 기록하는 효과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분명 무언가를 떠올렸는데 막상 기록으로 옮기려고 하면 그 찰나의 순간에도 바로 까먹어서 그것마저도 더욱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내가 기록하는 걸 멈춘 건 아니다. 지금도 내 휴대폰 달력 어플에는 해야 할 일을 마감일 기준으로 기록을 해 놓고 있다. 기록을 습관화하려는 노력은 꾸준하지만 이게 무사고 100%, 아니 적어도 99%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좀 짜증 날 뿐이다. 


어쨌든 가끔 펑크가 나버리는 지금, 스스로 만족을 못하겠다. 어떻게 하면 더욱 완벽해질지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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