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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칠 Mar 10. 2024

답답해서 바다에 나가 있을 너에게

글쓰기 수업 1주 차 과제 - 과거의 나에게 쓰는 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늦은 저녁에 편지를 써본다. 여기는 별일 없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딱히 큰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무탈한 게 맞겠지. 니가 바라는 만큼 일이 잘 풀려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간간이 일은 들어오고 있고 그런 잔일 때문에 꾸준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게 맞으면 아마 학교 졸업하고 난 뒤에 코로나 때문에 도망치듯이 자취방에서 다시 창원으로 돌아왔고, 혼자서 못 바꾸는 상황 때문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아마 그때 주말마다 바닷가에 빼놓지 않고 갔던 기억도 나네. 그것도 코로나 블루니 뭐니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꼭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서 기분전환을 하겠다고 바닷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필름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비싼 취미만 골라서 한다고 괜히 필름 카메라를 사서 유난 떠나 싶겠지만 지금 와서 휴대폰에 저장된 필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역시 찍어 두기를 잘했다, 아니 오히려 더 찍어 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심지어 찍어둔 사진으로 조만간 공모전에 출품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물론 뭐 당선되지는 않겠지만 덕분에 한동안 당선이 된다는 가정을 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겠지.


쓸 때 없이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사진 출품을 하려고 보니까 우편 접수만 된다더라. 왠지는 모르겠는데 서류 봉투만 한 큰 크기로 출력을 해야 하고 사진관에 인화하는 비용을 물어보니 만 오천 원이래. 그래서 고민은 조금 하고 있다. 어쨌든 나중에 돈 내고 인화해서 부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아무튼 올해는 길이 그렇게 꽉 막히지는 않았다. 코로나 시대라고 오히려 평소에는 꿈도 못 꿀 일이 생기기도 하고 덕분에 지금 앞가림은 어느 정도 하고 있다. 아마 니가 바닷가를 마지막으로 간 이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져서 이제는 바닷가에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될 거니까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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