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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콩 Mar 05. 2024

내가 먹는 우울증 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약사이고, 약사는 전 영역에 걸친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한국질병분류체계에 처방되는 약에 대한 정보를 공평하게 유통해야겠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는 약들에 더 관심이 많다. 그건 내가 사회초년생 시절 조현병(Schizophrenia)과 우울증(Depression) 등에 사용되는 '아빌리파이(Abilify)'라는 의약품의 영업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일까? 그 영향도 있겠지만, 내 자신이 여러가지 이유로 인한 심리상담을 약 2년동안 받았던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국내 우울증을 진단받은 환자 수는 2017년에 비해 2021년에 35.1% 증가하였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 2022). 굳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사회전반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사회적으로도 어떤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확실히 지인들을 만나면서 얘기를 해 보면 예전보다 우울증, 불안증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상담을 받거나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일들이 오히려 말을 하지 않아서 생기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업계에 있다보면 우울증이나 "정신과 약"이라고 부르는 약들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마주한다. 정신과 약에는 다른 과의 약보다 좀 더 우려와 오해와 희망 등 온갖 감정이 얽혀있다. 그래서 우울증 약 중 처방빈도가 높은 약들 몇 가지에 대해 정보를 준비해 보았다.



미국에서 처방되는 항우울제 TOP10 (2022)

Data from the Definitive Healthcare Atlas Prescription Claims product for calendar year 2022


5위까지만 가져왔지만 사실 10위까지도 모두 한국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약물들이다. 여담으로 내가 영업사원일때 담당했던 아빌리파이는 10위였다. 항우울제 단독으로 사용되는 약물이 아니라 독특한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 메인 약물에 add-on 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미국에서 항우울제의 대명사로 쓰이는 푸로작(Prozac, fluoxetin)은 4위였다. 푸로작은 1987년에 FDA 승인을 받은 약이니 그 뒤에 더 좋은 프로파일의 약들이 나왔음은 당연하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보면 '나 푸로작이 필요한 것 같아', '푸로작이 도와줄까?' 뭐 요런 대사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Prozac Nation 이라는 영화까지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처방되는 항우울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우울제에 대한 구체적인 순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우울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이다.


sourced from KMAP-DD 2021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 2021 (KMAP-DD 2021): 주요우울장애의 약물치료'를 참고하고, 실무경험을 기반으로 보았을 때 많이 처방되는 항우울제 3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1. 렉사프로(escitalopram)

sourced from 약학정보원

미국은 2위였는데 한국에서는 명확히 1단계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적혀 있듯이 렉사프로(escitalopram)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주로 우울증과 일반화된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뇌 내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서 기분과 불안 증상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렉사프로는 정제이고, (10mg인 경우) 한쪽 면에 ‘E’, 'L’이 새겨진 흰색의 장방형 필름코팅정제이다. 한국에서 5, 10, 15, 20mg 총 4개의 함량이 유통되는데 (당연히)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mg 처방이 가장 많이 보인다. 렉사프로의 부작용으로는 구역, 불안, 불면, 어지러움, 성욕감소 등 있을 수 있다. 



2. 졸로푸트(sertraline)

sourced from 약학정보원

졸로푸트(Sertraline)는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다양한 조건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뇌에서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기분을 개선하고 불안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졸로푸트는 정제이고, (50mg 인 경우) 한쪽 면에 ‘pfizer’, 다른 면에 'ZLT / 50’이 새겨진 흰색의 장방형타원형 필름코팅정제이다. 시중에 50mg, 100mg 두 함량이 유통되며, 성인의 경우 보통 유지량으로 1일 50mg가 많이 처방된다. 부작용으로는 어지러움, 피로, 두통, 불면, 졸림 등이 있을 수 있다



3. 이팩사엑스알(venlafaxine) 

sourced from 약학정보원

이팩사엑스알(Venlafaxine)은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페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뇌 내 해당 물질의 수치를 높여서 효과를 나타낸다.

이팩사엑스알 캡슐 형태로 제공되며, (75mg의 경우) 'W' 와 '75'가 쓰여진 복숭아색의 서방성 캡슐이다. 37.5mg, 75mg 두 함량이 유통되며 약에 적응하기 위해 1일 37.5mg 로 시작하기도 하며, 75mg 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현기증, 피로, 불면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처방량으로 따지면 심발타(duloxetine), 트리티코(trazodone)도 매우 높지만(HIRA big data) 사실 다른 이유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로 분류되어 있으나 제외하였다. 심발타(duloxetine)는 신경증성 통증을 조절하고, 트리티코(trazodone)는 불면증상을 도와주는데 많이 사용한다.


다른 이유로 처방받은 약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가 '아닛! 내가 왜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지?!'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약들은 식약처에 등록된 허가사항 외에 다양한 이유로 다른 증상에 사용(off-label)되기도 하니 궁금하면 그냥 병원이나 약국에 물어보면 된다.


이 이외에도 프리스틱, 미르탁스 등 더 많은 종류가 있고, 증상과 부작용, 생활양식에 맞는 적절한 항우울제를 처방하니 담당 의사와 솔직한 대화를 충분히 나누는 게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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