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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윤 Aug 13. 2017

'지속가능한 발전', 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최전방

21세기 인류의 최우선 '시대정신(Zeitgeist)'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스파이더맨>은 평범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학생인 피터 파커가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 거미에 우연히 물려서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후 그 힘을 이용해 사회 악을 해결하는 활약을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평범한 주인공이 갑자기 갖게 된 커다란 힘을 어떻게 부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민은 단순히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소재를 넘어서 우리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자리를 잡은 후 겪게 되는 사회적 책임 문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에 위의 대사가 특히 <스파이더맨>을 대표하는 유명한 대사가 될 수 있었으리라고 해석이 된다.


ⓒ Sony Pictures


그런데 이 대사는 우리 인류의 역사 차원에서 볼 때도 상당한 관련성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인류는 최근 100년 사이에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버튼 하나로 도시 하나쯤은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작은 행위들도 당장 전지구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구 전체의 물리적, 생물학적 특징까지도 크게 바꾸고 있다. 1945년 7월 16일, 미국의 첫 핵무기 실험을 성공시킨 오펜하이머는 그 모습을 보며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Bhagavad Gītā)의 다음 구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

또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뤼천(Paul J. Crutzen) 교수는 지금의 우리 시대를 인류에 의해 지구 환경이 크게 바뀐 새로운 지질 시대로 구분하여 '인류세(Anthropocene)'라고도 일컫는다.


이렇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우리 인류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갖게 된 거대한 힘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며, 그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모두가 공멸하는 길 밖에는 남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 막중한 책임을 현재 잘 부담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경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 위에서 우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고 막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우리 자신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 인류가 언제부터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며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거대한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를 잘 알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그것을 안내하기 위한 글이다. 결론에 앞서 미리 이야기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The Age of Sustainable Development)' 초입에 들어선 우리 인류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한 글이다.


우리 인류가 스스로 갖게 된 거대한 힘을 자각하며 처음으로 그 책임을 부담하기 시작한 때를 우리는 특정해 볼 수 있다. 바로 1972년 6월 16일이다. 1972년 6월 16일, 스웨덴 스톡홀롬,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전 세계의 정상들이 모여 <인간환경선언(Declaration on the Human Environment)>을 선포했다. 그 선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인간은 인간에게 물질적인 생계수단을 제공하고, 지성적, 윤리적, 사회적, 그리고 정신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환경에 의한 창조물이자 형성물이다. 이 지구에서의 인류의 길고 험난했던 진보는 과학기술이 급속히 가속화되면서 무수한 수단을 통한 전례 없는 규모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Man is both creature and moulder of his environment, which gives him physical sustenance and affords him the opportunity for intellectual, moral, social and spiritual growth. In the long and tortuous evolution of the human race on this planet a stage has been reached when, through the rapid accelera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 man has acquired the power to transform his environment in countless ways and on an unprecedented scale.
우리는 환경에의 영향에 대해 더욱 분별력 있는 관심을 갖고 세계 차원에서의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은 우리가 살며 의존하고 있는 이 지구환경에 막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힐 수 있다. 반대로 더 많은 지식과 더욱 지혜로운 행동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필요 및 소망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에서의 더 나은 삶을 우리 자신과 후대에 전할 수 있다.

A point has been reached in history when we must shape our actions throughout the world with a more prudent care for their environmental consequences. Through ignorance or indifference we can do massive and irreversible harm to the earthly environment on which our life and well-being depend. Conversely, through fuller knowledge and wiser action, we can achieve for ourselves and our posterity a better life in an environment more in keeping with human needs and hopes.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 혜택을 맛본 감동의 여운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이란 순진한 '과학만능주의(Scientism)'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핵무기와 같은 극단적인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확산, 대규모 해상 석유 유출사고와 같은 수습하기 힘든 '인재'들의 발생, 그리고 <성장의 한계>란 책과 같이 지구 자원의 한계에 대한 지식인들의 경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과학기술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가 과학기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모두가 함께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러한 지구환경 문제에 대한 인류의 책임과 막대한 영향력을 인지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는 세계의 공식적인 첫 걸음으로써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Human and Environment)’가 1972년 6월 6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위의 <인간환경선언>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당시 산성비 피해를 크게 받고 있었던 북유럽의 스웨덴이 적극적으로 회의 개최를 지지하여 스톡홀롬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를 통해 세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과 환경의 관계 및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원칙들을 정했고, 세계의 환경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해결에 기여하는 국제기구로써 '유엔환경계획(UNEP)'을 만들어 설치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후 국가간의 다양한 환경 관련 협약 체결에 공헌을 했으며 세계 각지에서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벌여서 지금까지 지구환경보호에 매우 커다란 기여를 해 오고 있다.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의 공식 포스터를 들고 있는 우 탄트(U Thant) UN 사무총장 ⓒ UN Photo/Teddy Chen


이렇게 특히 1970년을 전후해서 지구환경 문제는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덕분에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노력들도 본격화됐다.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갖게 된 우리 인류가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진지한 고민의 결과로 나온 답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었다.


이 단어가 처음 등장했던 곳은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자연보호연맹(ICUN) 및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함께 고민해 만들어 1980년에 발표한 <세계보전전략(WCS: World Conservation Strategy)>이란 보고서에서였다. 본 전략 보고서에서는 스스로의 목적을 생물자원의 보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증진시키도록 돕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처음으로 언급한다. 또한 본 보고서 서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도 있다.


인류는 경제개발을 추구하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 자원의 한계와 생태계의 현실적 수용력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미래 세대의 필요를 고려하는 것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Human beings, in their quest for economic development and enjoyment of the riches of nature, must come to terms with the reality of resource limitation and the carrying capacities of ecosystems, and must take account of the needs of future generations.


이후 유엔에서는 정식으로 위원회를 꾸려서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다듬도록 했다. 이에 그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던 노르웨이 총리 출신 그로 할렘 브룬틀란(Gro Harlem Brundtland)이 주도하여 1987년도에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란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정의한다. 이 정의는 향후의 지속가능한 발전 논의에 있어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유명한 정의가 됐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한다.

Sustainable development is development that meets the needs of the present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own needs.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유엔은 1992년도에 브라질 리우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심 주제로 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를 열었다. '지구 정상회담(Earth Summit)'으로도 불린 이 회의를 통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 원칙이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 천명됐고 이를 계기로 일반 시민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이 널리 알려지며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이 고민되고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당시 회의 모습 ⓒ UN Photo/Michos Tzovaras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은 이렇게 처음에는 주로 경제개발을 함에 있어서 환경보호 및 자연자원의 유한성 및 미래 세대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그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세부적인 살들이 덧붙여지면서 그 의미는 보다 넓어진다. 그 결정적인 전환점은 2002년에 있었던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 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마련됐다. 본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환경 및 경제간의 관계로써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일반과의 관계로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와 '사회' 및 '환경'이라는 세 가지 영역들 간의 조화로운 균형적 발전이란 의미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3대 영역'은 2012년에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UNCS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다시 강조되며 논의되었다. 그리고 그 회의의 최종 결과물로 나온 보고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속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모두를 위한 더욱 커다란 기회를 창출하며, 불평등을 줄이고,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높인다. 공정한 사회 발전과 통합을 조성하며, 경제 및 사회, 인류의 발전을 지원하는 자연 자원과 생태계에 대한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관리를 촉진하고, 생태계의 보전, 재건, 복원 및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회복력을 증진한다.

We also reaffirm the need to achieve sustainable development by: promoting sustained, inclusive and equitable economic growth, creating greater opportunities for all, reducing inequalities, raising basic standards of living; fostering equitable social development and inclusion; and promoting integrated and sustainable management of natural resources and ecosystems that supports inter alia economic, social and human development while facilitating ecosystem conservation, regeneration and restoration and resilience in the face of new and emerging challenges.


이렇게 의미가 심화된 지속가능한 발전은 실제로 우리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로도 거듭났다. 2015년, 유엔을 통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공통 추진 목표로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만들어져 설정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의 기한을 갖는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이루어져 있다. 측정가능한 세부목표들을 통해 전 세계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게 됐다. 2016년부터 우리 세계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현을 위한 전력투구를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이제 막 살기 시작한 '지속가능한 발전 시대'의 서론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7개 목표]

1. 빈곤퇴치 (End Poverty)
2. 기아종식 (Zero Hunger)
3. 건강과 웰빙 (Good Heath and Well-Being)
4. 양질의 교육 (Quality Education)
5. 성평등 (Gender Equality)
6. 깨끗한 물과 위생 (Clean Water and Sanitation)
7.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Affordable and Clean Energy)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Decent Work and Economic Growth)
9. 산업, 혁신, 사회기반시설 (Industry, Innovation and Infrastructure)
10. 불평등 감소 (Reduced Inequalities)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
12.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Responsi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
13. 기후변화 대응 (Climate Action)
14. 해양생태계 보존 (Life below Water)
15. 육상생태계 보호 (Life on Land)
16.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Peace and Justice Strong Institutions)
17. 지구촌 협력 (Partnerships for the Goals)


'제4차 산업혁명'이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서 매우 커다란 화두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도 결국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수단이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인류의 최우선적인 '시대정신(Zeitgeist)'인 지속가능한 발전부터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현을 위한 노력의 장은 곧 우리 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최전방이다. 앞으로 우리 인류의 남은 미래는 지금 우리가 우리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것은 곧 얼마나 성공적으로 지금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를 위한 과정의 초입에 겨우 들어섰을 뿐, 앞으로 세계 차원에서 함께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우리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세계는 서로간의 작은 이해관계들은 접어두고 먼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며 국경과 상관없이 우리 인류 모두를 삼켜버릴 수 있는 '겨울'이 현재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빨간불이 켜진 '실시간 라이브'의 상황임을 알고, 지속가능한 발전 실현을 위해 지금 당장 우리 모두의 힘을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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