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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new 박철상 Dec 05. 2023

스타트업도 주의 깊게 봐야 할 수원 삼성의 몰락

창업을 하는 수원 삼성 24년 차 팬의 입장에서 본 수원 삼성 강등

<국내 최고 인기 축구구단의 몰락 >

설마 수원삼성이 강등되겠어?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FA컵 최다우승, 리그컵 최다우승, 한때 레알수원이라고 불렸던 K리그 최고의 인기구단 중 하나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지난 주말 구단 역사 최초 2부 리그로 강등이 되었습니다.


이 경기를 대학원 수업 중이어서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네이버에 들어가서 뉴스를 확인했는데 마음 한편엔 이럴 줄 알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결과를 접하고 나니 팬으로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기억 속 첫 번째 축구 경기는 1999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하던 수원 삼성의 경기였습니다.(물론 우승 과정에서 당시 외국인 에이스 샤샤 선수의 일명 '신의 손' 사건의 논란이 있었다.)

당시 우승하던 수원 삼성의 축구 경기는 제가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수원 삼성의 팬이 된 계기였을 만큼 강렬한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전, 충남 토박이인 제가 축구는 수원 삼성, 야구는 삼성 라이온즈, 농구는 부산 KCC의 팬이라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항상 처음 스포츠를 경험한 그 경기의 강렬한 기억으로 지금까지 쭉 팬을 하고 있습니다.(제가 응원하는 모든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니 '내가 팬이어서 그런가...' 하는 웃픈 생각도 하게 되네요.ㅎㅎㅎ사실 해외축구는 맨유팬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수원 삼성의 2부 리그 강등은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난 몇 년 간 수원 삼성의 구단 운영은 처참했습니다.

물론 2010년대 중반 모기업의 지원이 줄었다고 해도 수원 삼성의 예산은 K리그 1 구단 중 중상위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며 결국 구단 운영도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기에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리얼 블루 정책? 구단의 방향성이 뭔가라는 생각이 드는 보여주기식 정책

리얼 블루는 과거 수원 삼성에서 큰 업적을 남긴 레전드 선수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정책입니다. 차범근 감독님 이후 리그 우승이 끊긴 시점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축구는 스타플레이어가 경기를 주도하며 경기를 압도해 가는 '에이스 축구'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투자가 있는 팀이 많은 우승을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최근 축구 트렌드를 볼 때 감독의 축구 철학에 따른 전술, 짜임새 있는 축구, 포지션 별 역할 변화 등 과거와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단의 방향성에 맞는 감독 선임부터 선수 영입까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수원 삼성은 단순히 구단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하겠다 우리는 수원의 푸른 피를 가진 감독을 데려왔다는 보여주기식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도 구단 레전드인 감독의 사퇴, '다른 구단들은 전술가를 선임한다는데 우리도 해볼까?' 같이 보이는 감독 선임, 이후 경질, 구단 레전드 선수를 방패막이로 내몬 최악의 마무리까지

결국 프런트의 무능함, 아집, 고집이 2부 리그 강등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진의 잘못된 비전제시, 이에 대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은 팀원, 이로 인해 당연히 잘못 만들어진 결과물 등 잘못된 의사결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유스들이 에이스가 되는 현실, 중간 역할의 부재

이른바 '매탄 소년단' 수원 삼성 산하 유스인 매탄고 출신의 졸업생들이 최근 3년 간 팀의 에이스였습니다. 2021년은 정상빈, 2022년은 오현규, 2023년은 김주찬 모두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들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스를 잘 키웠으니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구단에서는 정상빈, 오현규를 시즌 후 대승적 차원에서 유럽으로 이적을 허용했습니다. 크나큰 핵심 전력 유출이었지만 여기서 발생한 이적료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

저는 재무의 효율적인 투자보다 기업의 관점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 경기로 봤을 때 기업의 중간관리자는 베테랑, 선임 선수들의 역할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수원의 영입은 과연 K리그 1 상위권 팀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나?'

아니요. 전혀 그러지 못했습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영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역량이 부족하기에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이 팀의 에이스가 되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돌아온 것입니다.

기업의 운영 측면에서 중간 관리자보다 뛰어난 신입 사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죠.

당연히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불협 화음(자기 객관화가 잘되어있고 의견 수용을 잘하는 중간 관리자라면 가능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로 인한 상대적 우월감, '신입이 뭘 알겠어?'라는 마인드 등이 일반적이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팀을 이끌어가고 신입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것 조차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당연히 실패의 결과로 갈 것입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주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입니다.


3. 실패 분석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은 2023 시즌

최근 글마다 썼던 실패 분석, 결과 분석 아마 제가 최근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보니 매번 이 관점으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2022 시즌 강등 PO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수원 삼성은 2023 시즌 준비를 하며 국내 구단 유일하게 국내 전지훈련을 한 팀입니다. 다른 구단들은 모두 해외 전지훈련을 가서 서로 평가전도 치르고 시즌 전 최적의 준비를 해가던 시기에 유일하게 국내에 남아 대학생 팀과 평가전을 치렀습니다.

과연 지난 시즌 강등 위기를 겪은 팀의 입장에서 보였어야 할 모습이었을까. 경쟁력을 갖추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준비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 직후 빅버드 전광판에 나온 문구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삼성이 되겠습니다.'

출처: 스포츠동아

 그럼 2022년 강등 위기를 겪은 상황에서는 과연 어떤 피드백을 했고 직접적인 강등을 당한 뒤 재창단의 각오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은 과연 제대로 된 운영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위기, 실패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방향성과 비전을 설정해서 그에 걸맞은 팀운영이 될 수 있는 투자를 진행했다면 이번과 같은 최악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시즌의 실패를 제대로 피드백하지 않고 이전처럼 운영 방향을 잡는다면 아마 몇 년 동안 K리그 1의 수원 삼성은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창업 기업에서도 이런 오류를 겪는 순간이 많습니다. 우리의 실패를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고, 합리화하고 잘 되지 않은 것을 그냥 넘어가는 조직,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저도 창업을 진행하며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자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불안정한 조직이기에 변화, 이슈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팬으로서의 분노, 아쉬움이 담긴 긴 글이지만 결국 이 사태를 통해 많은 스타트업에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관점이라고 생각하여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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