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으나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했다. 스물아홉까지 도쿄에서 재즈 바를 운영하다 어느 좀 야구 경기를 하러 갔다. 그러다 타석에서 오는 공에 의해 배트가 쪼개졌다. 그 찰나의 소리가 아름답게 느껴졌고 하루키는 이를 그에게 소설을 쓰라는 계시로 여겼다. 그날 밤 하루키는 맹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소설은 1년 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되었고 이를 통해 신인 문학상을 수상한 하루키는 문단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쓴 작가 채사장은 직장 동료들과 출장을 가던 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큰 사고였고 탑승 인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채사장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 몸이 산화되어 머리가 새하얗게 변할 때쯤, 나의 생이 점멸등처럼 깜빡일 때쯤 무엇이 가장 미련으로 남을까. 사지 못한 주식, 매각하지 못한 부동산이 아니라 젊은 날의 행동의 부재가 마음에 박히지 않을까.
경제학자 스티브 레빗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인생의 경로를 바꿀지를 고민하는 이에게 온라인 사이트 상의 가상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경로를 과감히 바꾸고, 뒷면이 나오면 그대로 하던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2만 명이 자원을 했고, 앞 면을 던져 경로를 바꾼 이들이 머무른 이들보다 압도적으로 행복해하는 경향을 보였다.
잠재되어 있는 많은 미술가, 음악가, 창업가들이 컴퓨터 앞에 시루처럼 앉아 기안문과 스프레드 시트를 메 만지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관성에 의해 혹은 주변 기대에 의해 포장된 길만 걸어왔다면 꼭 그 길을 걷지 않더라도 가지 못한 길의 모양새를 확인하고 음미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