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상승의 단계
가치 투자의 고전들을 읽어보면 하나 같이 좋은 종목을 사서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좋은 종목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주식 시장을 조금만 훑어봐도 우수한 재무구조를 가진 우량주들은 수십 개를 넘어선다. 그렇기에 나는 좋은 종목이란 단순히 우량한 기업이 아니라 기다려야 할 이유를 또렷이 제시해줄 수 있는 기업이라 생각한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성장할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기업이 곧 좋은 종목인 것이다.
코스닥 가치주 종목이 세 배 이상 올라가는 원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소수의 전문가와 투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일반인 그리고 언론이 가설을 만드는 단계이다. 이들은 내가 이 책을 통해 그랬던 것처럼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주장한다. 사실 이 단계에서는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이러한 견해들이 밈처럼 번져 일반 투자자들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반신반의하며 매수를 주저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이 이렇게 형성된 견해에 대한 주관적 증거를 제시하는 단계이다. 이때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 형성되었던 그 가설을 다시금 상기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주가는 조금씩 우상향 하기 시작한다. 소수의 대중이 주식을 매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한 확증 편향으로 말미암아 시장의 견해 위에 자신의 생각을 덧대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종목에 대한 전망은 한층 더 풍성해지고 단단해지고 일반 대중 투자자들에게까지 알려지기 시작한다.
세 번째는 실제 재무제표가 시장의 견해를 옳은 것으로 증명해주는 단계이다. 분기 재무제표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경우 언론사들은 해당 수치를 자체 기사를 통해 홍보해준다. 이때 주가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주가의 대 상승 시기에 뒤늦게 기업을 공부하면 그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훌륭한 투자자로 성장하기 위해 앞서 대중의 욕망을 읽는 선구안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 좋은 종목의 조건
많은 투자자들이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제표에 대해 공부하지만 해당 산업으로까지 눈을 넓히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 그들은 열악한 산업 환경에서 선방하고 있는 ‘낭중지추(囊中之錐)’형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기 쉽다. 그러나 내가 투자를 연구하면서 느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산업 자체가 가진 에너지가 커야만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산업 자체의 성장률이 크지 않으면 기업이 선방하더라도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가는 결국 관심을 먹고 자라나기에 그 과녁이 좁으면 좁을수록 상승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목 선정에 앞서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 전체의 분위기를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두 가지 종목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산업의 성장 여력이 더 큰 쪽을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 상장 기업들 중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알짜주’가 더러 있다. 그러나 부동산 알짜주가 그 이유만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을 ‘경방’이라는 종목의 사례 외에는 본 적이 없다. 경방은 건실한 재무제표를 갖추고 있지만 주가는 2013년 한 차례의 대 상승 이후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니 또 하나의 ‘경방’을 발굴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산업의 성장성이 뚜렷한 종목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는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 여백을 살펴야 한다. 반도체, 2차 전지 기업, IT 기업은 아직 그 성장 여백이 넓다고 판단한다. 반면 정유, 철강, 유통 기업은 그 성장의 여백이 좁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들 성장 여백이 넓은 산업 가운데 자신의 기호와 감성에 부합하는 산업 군을 선택해 그 여백을 자신만의 견해로 채우는 과정에서 좋은 종목은 발굴된다. 현재와 같이 증시의 흐름이 좋지 않을 때야말로 이 공부를 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