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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Jan 04. 2022

구원은 언제나 여기에

넷플릭스 시리즈 <조용한 희망>을 보고 chapter3


*이 글은 넷플릭스 <조용한 희망>과 그의 원작 스테파니 랜드의 <조용한 희망>에 관한 스포를 일부 담고 있습니다. 


구원은 언제나 여기에


뭐니뭐니 해도 <조용한 희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는 마지막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되돌아간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서 글쓰기 클래스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렉스,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상처를 지닌 이들과 글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결국은 쓰고 읽는 행위만이 기본적인 예술의 형태이며 마음의 힘이 아닐까


게다가 알렉스가 가사 도우미로 일했던 집 주인 변호사 레지나의 도움을 받아 숀으로부터 벗어나 딸과 함께 몬태나 주립대학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숀과의 갈등은 극에 치닫지만 당당하게 숀에게 맞서는 알렉스, 숀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알렉스는 숀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니가 두렵지 않아." 결국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 그리고 무능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해서 원하는 바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된 알렉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알렉스의 곁에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딸과 매일을 버티게 해 준 구원같은 글쓰기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넘어질 때마다 알렉스를 다시 일으켰던 가장 큰 원동력은 그녀의 딸도, 글쓰기도 아닌 그녀 자신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녀 자신이 그녀에게 구원이었음에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던 조용한 희망의 마지막 에피소드


그래서인지 <조용한 희망>을 보고 난 뒤, 인생이 재미가 없고 사는게 벅차다고 느껴지는 노잼 시기가 올 때마다 나는 알렉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알렉스가 그리고 <조용한 희망>의 저자인 스테파니 랜드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건 내 운명이 아니야, 나의 최후는 이렇지 않아"

"사랑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뎌지고 연대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대신 약육강식의 원리나 돈이면 사랑도, 우정도 다 살 수 있는 이 카오스같은 세상에서 스스로가 구원이 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 한가운데게 뻥 뚫린 것 같은 상실감 때문에 괴로울 때는 가만히 앉아서 그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감정에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했다. 조수석에 가재가 든 가방을 놓은 채 차 안에서 다섯을 세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사랑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나에게 인생은 여전히, 하나의 장애물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또 다른 시련을 던져주는 무자비한 존재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는 주먹을 크게 쥐고 일어났다. 입을 꽉 다물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내 운명이 아니야, 나의 최후는 이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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