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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44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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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Aug 06. 2021

29 우리는 마지막 기억을 디디고 산다

오랫동안 엄마와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말싸움 끝에 결국 해결을 보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끝난 일들.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한 채로 끝난 소리들이 지나가고 나서이다. 아마 그런 껄끄러움이 오래 갔었는지, 나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오랫동안 엄마에게 다시 말을 걸만한 연결지점을 찾으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다. 말을 걸만한 마지막 기억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을 찾는 시간 동안 나는 부서졌다. 다시 말을 걸만한 마지막 이야기들이 온전치 않은 것을 알았다. 그 시간에는 허용되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와버린 내게는 온전치 못한 이야기들. 어찌할수도 되돌릴수도 없는 시간들 안에 그 아쉬움과 한탄 앞에서 부서졌다.

온전치 못한 깨진 조각과 같은 것들을 붙여야만 될 것 같았다. 그래야만 그럴듯한 기억이 되어 아름다운 모녀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다시 사랑할만한 마지막 기억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절규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와 같이 엉엉 울고 있다. 얼마나 여리고 연약한 인간인지.


마지막 기억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사랑에서 사랑으로 잇고자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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