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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SMUSS Nov 17. 2019

하와이 트레일 1] 이키 트레일

빅 아일랜드 최고 트레일 - 이키 (Kilauea Iki) 트레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여행 타입이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냥 휴양지에서 하루 종일 쉬면서, 쌓인 스트레스 풀며 Refresh 하는 것이 진정한 휴가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는 하기 힘든...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예를 들어 스카이 다이빙과 같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또는 소위 말하는 "세계 10대 xxx 정복"처럼 어떤 하나의 목적/목표를 가지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굳이 말하면, 나는 휴양과는 사실 거리가 멀고, 가서 무언가를 많이 보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휴양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하와이를 2주간이나 간 이유 역시, 하와이는 다른 휴양지와는 달리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가족 여행에서,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물속 풍경을 가진, 운 좋으면 거북이와 같이 수영도 할 수 있는 하와이에서의 (난생처음 해보는) 스노클링"이라는 경험을 주고 싶었고, 나 자신에게는 화산이라는 자연현상이 만들어 준 이채로운 풍경을, 다양한 루트의 트레일을 걸으며 만끽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만 4살 & 8살이어서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만 1세에 멕시코 떼오띠우아칸에서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까지 혼자 기어 올라간 첫 째 아이의 드높은 기상을 생각하며 (부모들에 의해 질질 끌려간 것이긴 하지만), 가능한 많은 트레일을 해보자고...아이들의 동의는 물론 1도 없이 일정을 짜버렸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나름대로 큰 깨달음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역시 여행은 아이 위주가 아니라, 부모 맘대로 짜는 게 이득"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여행 당시에는 매우 좋아하기도 하고 (그냥 물놀이만 해도), 울고 불고 난리를 치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처럼 애들을 개처럼 끌고 다니면)...결국엔 아무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다. 우리 첫 째 아이만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겪었던 기온 46도 무더위 속 식중독 사건 (스페인 세비야)이나, 만 1세 때 그늘 한점 없는 대낮에 피라미드를 등반하다가 등이 다 벗겨진 사건 (멕시코시티), 또는 영하 25도의 눈보라 치는 날에 (역사를 좋아하는 부모에 끌려) 아우슈비츠를 돌아본 사건 (폴란드 크라쿠프) 등을...전혀 기억 못 한다...사진이 남아있긴 하지만... 여하튼 다행이다...

그래서, 결론은...여행은 부모 위주로 짜야한다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다...


(참조 : 만 1세 딸을 데리고 간 멕시코 태양의 피라미드 여행)

https://brunch.co.kr/@mussmuss/36


다시 돌아와서...

하와이 트레일 중, 가장 내 맘에 들었던 곳은 단연 화산국립공원의 이키 트레일이었다. 물론, 이곳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빅아일랜드, 아니 하와이 최고의 트레일이다.


화산국립공원 내에도 여러 개의 트레일이 있는데, 이키 트레일은 하기 지도의 Kilauea iki Crater (지도 5번의 큰 분화구)를 다녀오는 트레일이며, Visitor center에 이어진 설퍼 뱅크스 트레일 (Sulphur Banks trail)이나 Devastation Trail과 같이 난이도 Easy가 아닌 꽤 Challenging 한 Trail 코스이다.  Kilauea Iki Kilauea Iki



심지어, 우리 가족은 당일 아침부터 설퍼 뱅크스 트레일 (Sulphur Banks Trail)을 거쳐 Steam vents와 Steaming Bluff까지 다녀왔고, 다시 Visitor center로 돌아와서 간단히 도시락만 먹고서 이키 트레일 (Kilauea Iki Trail)을 도전하는 것이었기에, 사실 어린아이들, 특히 4살짜리 둘째가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아주...매우 잠시. (어차피, 우리 부부는 알고 있다. 걱정과 관계없이 무조건 도전할 것이란 걸^^) 


그렇게 시작한 이키 트레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이키 트레일을 가려면, Kilauea Iki Trailhead에 주차를 해야 한다. 사실, Thurston Lava Tube 쪽에 주차를 할 수 있다면, 바로 이키 트레일의 하강코스가 연결되어 매우 편하겠지만, 그곳에는 주차는 물론, 심지어 정차 조차 허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Kilauea Iki Trailhead에 주차를 하고 트레일을 시작해야 한다. 또, 트레일 코스의 시작과 끝이 같아(한쪽에서 시작하여 다른 쪽으로 나오는 트레일이 아니라, 다시 시작점으로 와야 함), Kilauea Iki crater 아래까지 내려간 후에 다시 온 길을 따라 산 위를 올라와야 돼서... 특히, 돌아오는 길이 매우 힘들다.



[Tip]

우리 가족처럼 어린아이가 있거나 여러 명이 움직이는 팀을 위한 약간의 Tip이라면, 이키 트레일의 본격적인 하강 코스가 시작하는 Thurston Lava Tube 쪽에서 (뒷 차나 다른 사람들의 이동에 피해를 주지 않게 빨리) 아이들이나 사람들을 먼저 내려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운전자 한 사람만 Kilauea Iki Trailhead로 다시 돌아가 주차를 하고 사람들과 조인을 하는 방법인데, (솔직히 나는 트레일을 하러 와서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렇게 해서 단축된 2-3km가 나중에 올라올 때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에...그냥 경험자로서 공유해 본다.   




Kilauea Iki Trailhead의 주차장에서부터 트레일을 막 다녀온 많은 외국 사람들에게 전체 코스에 대해 물어봤는데...다들 하는 말이 "생각보다 빡세다. 그런데, 진짜 최고의 트레일 코스다, 너무 좋다"라고 말하다가, 문득 옆에 서있는 우리 어린아이 둘을 보고는..."가족을 위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라는 특유의 서양식 표현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가지 마라, 너 미쳤냐")을 건넸다. 또, 주차장 옆 트레일 초입에서, 마침 아이가 있는 한국인 가족들을 몇 분 만났는데, 모두들 한 목소리로, "말도 안된다...그냥 위에서 조망만 하고 가면 되지, 어떻게 애를 데리고 저기를 내려가냐며..." 반대했으나, 다행히 그 말은 첫 째 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오히려 우리 부부에게 "아이를 데리고 한번 가보자"는 밑도 끝도 없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이키 트레일이 시작된다.


Ctrater 직선거리만 약 4Km이며, 되돌아와야 하는 (Out-and-Back) 코스인데, 문제는 Crater 밑 까지 내려가는 데만 한시간 소요.


Thurston Lava Tube 쪽에서 시작하는 내려가는 길은, 울창한 숲길이라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준다 (물론,  꽤나 경사가 있었다는 것을 올라오면서야 심각히 깨닫는 게 문제). Kilauea Iki Trailhead에서부터 약 1시간을 내려가야 Kilauea Iki Crater 바닥에 도달하게 되는데, 사실 아이들은 걷기 시작한 지 약 5 분 후부터...이 아름다운 숲길을...지루해한다. 




애들이 지쳐가며, 불만을 본격적으로 표출하려는 즈음하여, Kilauea Iki Crater 바닥에 도착하게 되는데...여기에는 사람들이 쌓은 돌무덤이 많아, 잠시나마 아이들이 놀 수 있다.



이제 Crater를 걷는 일만 남았다...Crater 직선거리만 2.4 miles (약 4km)이기에, 성인이 그냥 쉬지 않고 왔다 갔다만 해도 약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사진 뒤 편의 사람 크기를 보면 Crater가 얼마나 큰지 약간이나마 가늠할 수 있고...(그늘 하나 없는) 한 여름에 하는 이키 트레일이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Crater의 크기나 내려오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닥에서 또다시 돌무덤 쌓기...그래, 그런 거라도 좀 해라...



이 곳에서는 자연의 신비함, 대단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중 한 가지 사실은...화산 분화구로서, 용암이 굳은 돌덩이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Crater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풀부터, 어떻게 여기에 이런 꽃이 피었나 할 정도로 크고 예쁜 꽃들, 그리고 뿌리가 어떻게 뻣어 나갔을까 의심이 되는 큰 나무들이 Crater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놀이터와 같은 Crater 안에서 지진 놀이도 좀 하고 (실제 예전 여행 중에 진도 5의 지진을 겪은 아이들이라...지진의 무서움을 둘 째도 안다), 좀 쉬기도 하고...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올라갈 길이 막막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잠깐 쉬고, 재밌게 노니까 금방 에너지가 채워졌는지, 돌아가는 길을 전력질주로 시작한다. 물론, 약 1.2마일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동안에 아이들은 역시나 똑같은 후회를 한다. 


"아빠, 진짜 다음엔 산에 안가...가자고도 하지 마"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서 조망~~~


이렇게 완주한 이키 트레일...

아침부터 일어나, 설퍼 뱅크스 트레일 (Sulphur Banks Trail)을 거쳐 Steam vents와 Steaming Bluff를 거쳐, 간단히 도시락만 먹고서 이키 트레일 (Kilauea Iki Trail)을 다녀오니 시간이 오후 4시가 넘었다. 한 여름에 7시간 가까이를 쉬지 않고 걷고, 다행히 한 번도 안아달라고 안 한 아이들이 대견했다. (물론 안아달라고 울었어도, 누구도 안아줄 수 없는, 안아 줄 마음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여행 때마다 항상 겪는 일이지만...

"고민이 되면, 일단 지르고 보는 게 나은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막상 트레일을 마치니, "왜 내가 이런 상황을 또 겪어야 하나?"며 망연자실한 첫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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