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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Feb 04. 2021

동백이는 피려는데

바람 끝은 아직 차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색이 다르다. 2월의 색은 약간의 기대감이 있다. 조금만  버티면 따스한 봄이  거라는 희망.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설렘. 며칠간 얕은 눈이 반복됐다. 새벽 5 오늘의  길을 처음 걷는 사람이 나이길 바라며 운동화를 고쳐 신었다. 얕은 눈에 얕은 발자국이 흐리멍덩하게 찍혔다. 발자국이  이리 못났어. 1월의 눈과는 확실히 달랐다. 걷는 이에겐 제법 안심이 되는 눈이다.  정도 눈은  땅과  다를  없어 온전한 걸음으로 운동량을 채울  있다. 1월의 눈처럼 운동화가 움푹 들어갈  난감하다. 걷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걷는  해도 온전한 에너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게 얕은 눈이 내려도 겨울 볕에 힘없이 녹고 마는 2월의 여정이 시작됐다. 여전히  마음은 2020년에 머물고 있었다. 어째 2020년이 아직  끝난 느낌이다. 마무리가   채로 12 32, 33, 34, 35 무한정 늘어나는  같다. 12 뒷장에 계속해서 날짜가 추가되고 있었다. 당신네 달력도 그래요?  달력은 이상해. 그런 찜찜한 기분에, 잔혹한 추위에, 1  달간 그저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봄볕을 기다리며  마지막 인내심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춥다.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은 기약 없는 물음표로 남았다. ‘언제쯤 우리   있을까요?’ 움직임엔 자유로움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조심스러운, 서로의 경계를 늦출  없는 2주간의 약속이 지속됐다. 또다시 새로운 2, 그리고  다시 내뱉은 2.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새 3월이겠지. 시간   간다. 아니, 말로만  가는 거지 사실 하루하루가 팍팍하다. 동백이는 피려는데 바람 끝은 아직 차다. 내일은 조금  나아지려나.  어디로 가야되니 지도를 펼쳐보고 다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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